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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Jul 24. 2024

늙어서 같이 놀려면 나도 골프를 배워야 하나?

십 년 후, 골프를 치는 사람과 못 치는 사람 중 나는 누가 될까?

  요즘 골프를 치는 동기들이 많다. 일 년에 두 번 하는 동기모임을 가도 골프 이야기를 한다. 결혼 전에는 열심히 다녔던 학군모임에서 배구를 했었다. 요즘은 육아로 인해 참석을 못하는 그 모임에서, 스크린골프를 운동으로 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아저씨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골프를 많이 쳤나? 예전에는 골프라는 운동이 돈 많은 사람들만이 누리는 '사치 운동'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대중적인 운동으로 바뀐 것 같다. 물론 필드에 나가고 좋은 장비를 구비하려면 큰 비용이 들겠지만, 어느 정도 실력을 갈고닦고 스크린골프를 가는 정도는 일반 취미 운동(배드민턴, 탁구, 당구) 정도의 비용이 드는 듯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어울려 살아가려면 같이 하는 활동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배운 운동이나 레저활동을 한 번 떠올려 본다. 초중고 때는 농구를 배우고 익히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 후 대학교, 군시절에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당구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직장을 갖고 나서는 배구를 잘하기 위해 용을 썼다. 결혼 후 지금은 아무런 운동을 배우지 않고 있다. 만약 운동을 하나 배우려 한다면, 이제 '골프'인데 이것을 내가 배울까? 안 배울까? 고민이 된다.


  초등학교에 농구부가 있었다. 그 당시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규모가 큰 학교였다. 학교 부지가 굉장히 넓었으며, 체육관도 상당히 컸다. 나는 키가 큰 편이라, 나에게 농구부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어린 마음이 농구라는 운동을 배우고도 싶고,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였다. 하지만 농구부는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오후 내내 뛰어다니고, 슛을 넣고, 패스연습을 하면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저녁이 다되어 집에 왔다. 저녁을 먹고 숙제를 좀 하려다가 책을 베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피가 터지기 일쑤였다. 내 평생에 그렇게 심하게 운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큰 학교 교정을 열 바퀴 정도 뛰는 날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농구라는 운동을 배워서 경기를 뛰지는 못하고, 2년 정도 하다가 그만두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공부라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래도 그렇게 배운 농구가 나에게는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농구를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당시 '슬램덩크'라는 만화와, 농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인기를 끌면서 농구가 인기 운동이었다. 초등학교 때 농구부를 했던 경험이 나에게는 큰 자산이 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방과 후 스포츠수업을 공짜로 들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출처: 네이버카페, 의정부 삼성 썬더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처음 나왔다. 피시방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밤새 게임을 하기도 하면서 그 게임을 즐겼다. 내 인생 처음으로 날 밤을 새우면 나의 몸 상태가 이렇게 변하는구나! 를 알게 해 준 경험이었다. 머리가 띵하고 눈이 뻑뻑한 그 느낌은 정말 살면서 가끔 경험하는 것이 내 몸에 이롭겠구나! 그런데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열심히 연마하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하기에, 같이 놀 정도만 익혔다. 주공격은 하지 않고, 공격 시 보조역할을 할 정도로. 컴퓨터게임이 나의 적성에 그리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이 다 하니, 안 할 수는 없고, 같이 놀 정도만 익혔다.


  당구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당구장에 가서 처음 큐대를 잡고 당구공을 쳤다. 당구를 간간히 치면서 놀다가 군대에 가서 열정적으로 연마하였다. 우리 부대에 부사관 중에 당구를 잘 치는 중사가 한 명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다섯 살 많은 그 형은 차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주말에 자주 속초에 나가 당구를 쳤다. 그 중사가 나의 당구 스승이다. 우린 당구를 치고 칵테일바에서 가볍게 한 잔 하면서 주말을 보냈다. 그러면서 당구 실력이 좀 늘어서 120~150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되었다.


  제대 후 신규발령받은 학교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총각선생님이 세 명 있었다. 나와 동갑내기 한 명, 나보다 세 살 많은 형. 이렇게 우리 세 명은 너무나도 자주 저녁에 소주 먹고, 당구 치고, 맥주 먹고를 반복하였다. 나중에는 저녁에 그 루틴을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구를 배운 것은 나에게 독이 된 것이다. 그때 내가 당구를 못 치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모여서 어울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젊은 시절의 저녁 시간을 술과 당구로 허비한 것 같아 조금 후회스럽기는 하다.


출처: 블로그, 당구가 좋아

  초등교사들은 배구를 많이 한다. 배구를 잘하는 교사는 사랑받는다. 다른 학교와 A매치 경기를 하면 내가 교사인지, 선수인지 헷갈릴 정도로 경기에 열중한다. 나의 배구 실력을 키우기 위하여 배구동호회에 들어 배구를 배웠다. 키가 큰 남교사에게는 사람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열심히 스파이크를 때리고, 블러킹을 하였다. 그러다가 경기 중에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하였다.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배구를 하면 남는 것은 상처' 밖에 없구나. 지금은 시간이 될 때 가끔 직원체육에 나가는 정도로 배구를 즐긴다.


  이제 내 나이가 마흔을 훌쩍 넘었다. 동기며 친구들은 골프라는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나는 아직 골프를 배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 아직 둘째를 더 케어해야 할 시기이다. 골프라는 운동에 왜 그리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아마 그 정도로 매달리고, 시간을 투자할 만큼 재미난 운동이라서 그렇겠지. 골프라는 운동이 정말 실력이 늘지 않는 운동이라고 하던데. 내가 배우면 어느 정도 실력이 향상될 때까지 잘 배울 수 있을까? 배워두면 친구들과 어울릴 때 도움은 되겠지?


  하루는 교무부장님과 골프 관련 이야기를 잠시 하였다.

  "교무부장님, 골프 치시죠? 저는 아직 안 치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들 골프 치더라고요. 저도 배워야 할까요?"

  "요즘 많이들 골프 치지요. 배워두면 도움은 되겠죠."

  "스크린골프에 짝 맞춰서 놀러 가는 것이, 당구 치러 가는 것과 비슷해요?"

  "당구보다 더 사람들이 좋아하고, 더 많이 치러 다닐걸요. 나중에는 골프 얘기만 한다니깐요."

  "그러게요. 골프 안 치면 '왕따'가 되겠네요."

  "아마도......"


출처: 블로그, 아빠없이 아들키우기

  지금은 육아로 인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크고, 내가 나이가 들면 친구들과 만나서 놀기 위하여 골프를 좀 배워두어야 할까? 골프를 안 치면 나중에 정말 왕따처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사실 지금도 그런 느낌은 좀 있기는 하다. 다른 친구들이나 동기들은 골프를 치고, 골프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골프와는 별개의 사람이다. 그러면서 점점 그들과도 별개의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십 년 후 나는 골프를 치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아님 그냥 골프를 안 치면서 별개의 사람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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