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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Aug 26. 2024

'개학, 3월 초, 학교 이동'의 스트레스 정도는?

교사의 스트레스를 군시절과 비교하여 생각해 보다.

  사람들이 '교사'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있다. '교사는 방학이 있어서 좋겠다!'라고 다들 말할 것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방학 때 여행도 다니고,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결혼 전에는 참 방학이 좋았지만, 결혼 후에는 삼시 세끼 걱정과 육아로 더 힘든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방학은 좋다. 그러나 이 방학은 영원하지 않다. 방학이 있으면 개학이 있다. 지금 개학을 한 학교도 있고 다음 주가 되면 개학을 할 학교도 있을 것이다. 개학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교사라는 직종이 갖게 되는 스트레스에 대하여 군인과 비교하여 생각해 보았다. '개학, 3월 초, 학교 이동', 이 세 가지 경우에 갖게 되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군인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다.


  먼저 '개학'은 휴가 복귀의 스트레스와 흡사한 것 같다. 방학은 휴가를 명 받아 부대의 위병소를 나오는 것. 개학은 휴가가 끝나고 부대로 복귀하는 것. 휴가 복귀 때의 그 느낌을 남자들은 알 것이다. 자신이 가야 할 곳에 가지만 정말 가기는 싫고,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기 위하여 시간을 꽉꽉 채워서 복귀한다. 복귀 전 날에는 괜스레 기분이 나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교사의 개학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당연히 개학날이 되면 출근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개학날이 가까워지면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기분이 우울해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장이 약한지, 개학 즈음이 되면 소화가 잘 안 되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개학 스트레스로 인하여.


  일 년에 두 번 휴가와 휴가 복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삶을 산다. 휴가 복귀 전 신경성 설사와 불면증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래도 방학이 있는 것이 어디냐며, 일 년에 두 번 휴가가 있는 것이 어디냐며. 배부른 소리 아니냐며. 배 부른 소리 맞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휴가 복귀의 스트레스가 참 크다는 것이고, 그것은 경력이 쌓여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처: 포토뉴스, news.naver.com

  학교는 일 년 단위로 돌아간다.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아이들을 맡아서 담임을 할 수도 있고, 전담을 맡아 수업만 할 수도 있다. 2월 중순부터 3월 초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참 크다. 2월에 인사 발령이 나면 학교에서는 이듬해 학년 구성과 업무 분장을 한다. 이때 눈치 작전이 상당하다. 내가 원하는 학년, 내가 원하는 업무를 다들 하고 싶어 하지만 조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후 최종 결정 안이 발표되고, 2월 말부터 정신없이 준비하여 3월 또한 정신없이 살아간다.


  이런 '3월 초'의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자신의 업무 파악에, 동학년에서의 임무에, 업무 담당자들이 내어 달라는 취합 요청이 쇄도하여 끝없이 쿨메신저가 온다. 그러한 스트레스의 정도를 군생활과 비교해 보면 '소대 옮기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받아, 자신이 함께 동고동락할 소대원과 내무반에서 생활한다. 낯설었던 선후임들과 친해지고, 내무반에서의 생활이 적응되면 그나마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소대를 옮겨라는 명령을 받는다면? 다른 내무반에 가서 그 소대 사람들을 알아가야 하고, 다시 또 적응해야 한다. 소대가 바뀌는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다.


  교사에게 있어서 3월 초는 '소대 옮기기'에 상응하는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이다. 낯선 아이들과의 만남, 새롭게 배정받은 업무 등. 너무나도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렇게 차차 적응해 가며 일 년을 살아간다. 그리고 이듬해 종업식을 한다. 잠시 공백 기간을 가진 다음, 다시 또 '소대 옮기기'와 맞먹는 스트레스를 2월 말부터 3월 내내 받으며 살아간다. 새로운 동학년 선생님, 새로운 반 아이들을 매 년 만나서 적응하는 것이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감에 따라 더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지만, 매 해 '소대 옮기기'는 변함이 없고, 그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사립학교는 계속 그곳에서 근무할 수 있지만, 국공립학교는 4년 정도 근무를 하면 학교를 옮겨야 한다. 익숙한 근무환경을 뒤로하고, 낯선 학교에 낯선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4년마다 해야 한다. 이렇게 학교를 옮기는 스트레스는 '자대 배치'와 흡사한 것 같다. 훈련을 다 받고 난 후, 자신이 군생활을 하게 될 자대에 배치받는다. 우리나라 땅 덩어리 중 어디에서 근무할지 아무도 모른다. 자대에 가면 모든 것이 낯설고 초긴장 상태이다. 이미 그곳에 있는 기존 세력들은 느긋하지만, 새로 들어온 세력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그리고 기존 세력들은 텃새가 항상 존재한다.


  학교를 옮길 때도 이와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 낯선 건물, 낯선 관리자, 낯선 동료교사들. 그곳에 들어가서 근무해야 한다. 내가 가는 학교의 교직원이 대거 이동하여 들어가는 사람 수가 많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같은 마음의 입사동기가 많은 것처럼 마음이 조금 편하다. 그리고 내가 취할 수 있는 학년과 업무의 범위가 꽤 넓은 상태에서 선택을 한다. 하지만 소수의 인원이 바뀌는 학교에 가면 이미 기존세력이 좋은 업무, 좋은 학년을 다 선점하고 있다. 굴러 들어온 돌은 박힌 돌을 뺄 수 없다. 남은 것 중 울며 겨자 먹기로 학년과 업무를 배정받아 일 년을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야 한다.


  학교를 옮기는 스트레스 또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 커지는 것 같다. 경력이 늘고, 내 나름의 노하우가 쌓인 것과 학교를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듯하다. 새 학교에 갈 때는 항상 두렵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두렵다. 훈련소에서 나와 자대 배치를 받기 전의 초초함과 긴장감, 두려움을 4년마다 느낀다고 생각해 보라! 내 나이 사십이 넘어도 두렵고, 나중에 오십이 넘으면 더 두려울 것이다. 관리자가 아닌 평교사로 정년을 맞이하는 선배 교사들이 참 대단해 보인다.


출처: 네이버 포스트, m.post.naver.com

  아마 이 글은 교사가 아닌 사람이 읽으면 별로 공감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월급 매 달 꼬박꼬박 나오고, 방학 때 잘 지내고, 퇴근도 일찍 하는 사람이 뭐가 그리 스트레스가 크다고 이런 글을 적었나?' 하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사람은 그 상황이 되어 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없다. 개학을 앞둔 이 시점에서, 교사가 겪게 되는 큰 스트레스 세 가지를 한 번 적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이 글을 읽고 '교사들이 이런 일들로도 참 스트레스가 크군요!'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몇 명이 있기를 바란다.


  '개학'하는 느낌을 '휴가 복귀'하는 느낌으로, '3월 초'의 기분을 '소대 옮기기'와 연결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학교 이동'은 '자대 배치' 받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난다. 과연 나는 정년까지 평교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직을 할 수 있을까? 이 스트레스를 견디어 내며 끝까지 교직에 발 담그고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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