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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3편

by 석현준

12/31_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 끝끝내 다가왔다

방학이 시작된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신나게 놀고 있다

그리고 너와 난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만한 것들을 찾고 아이들에게 작은 편지를 적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높고 밝아 보이는 하늘이었다


마지막날이 다가왔다. 내일이면 새해가 밝아온다. 아직 아침이지만 나는 휴대폰을 보다 무심결에 너의 번호를 눌러 네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들리고 나서 언제나 다정하던 네 목소리가 들렸다. 너와의 작은 안부를 나눈 후 휴대폰을 내려두었다. 크리스마스이브 후에 우린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었다. 길게 만날 순 없어서 짧게 등하교를 같이해서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만났었다. 그 작은 만남이 내게는 큰 위안이자 위로였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성인이라는 큰 벽을 마주하고 있는 중에 널 만난 건 큰 축복이자 가장 큰 감사거리였다.

학교를 마친 후 겨울치곤 따뜻한 날씨에 보육원 아이들과 밖에서 놀아주고 나니 날은 어두워져 갔다. 수능이 끝난 후 이때까지 함께 놀아주지 못한 것의 사과로써 이제는 가족과 같이 매일 볼 수 없다는 슬픔 때문에 더욱 열심히 놀아주게 되었다. 아무리 따뜻해도 겨울은 겨울이라는 것의 표시인 마냥 막내의 볼이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있었다. 열심히 놀았다는 증거 같았고 이유 모를 눈물이 한가닥이 아이를 안고 있는 와중에 흘러내렸다. 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아이를 꼭 껴안아주었다. 저녁을 먹고 네게 한통의 문자가 와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저녁을 함께 장식하자!"

"도서관 앞에서 기다릴게"


나는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문자의 답으로 짧게 "응"이라고만 보냈다.

나갈 채비를 하고 나니 벌써 6:30분 이어서 얼른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겨우겨우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네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 활짝 웃어주는 네 웃음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널 만난 순간부터 언제나 네가 먼저 날 보며 웃어주었다. 우리는 작은 카페에 구석에 앉아서 언제나처럼 이야기 꽃을 피웠다. 너와 나의 과거 이야기, 친구이야기, 취미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니 벌써 통금시간이 다가왔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으로 아주 천천히 너와 걸어갔다. 사실은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 다운도 축하 파티도 같이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할 수 있는 장소도 시간도 없어서 그냥 서로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남기고 도착해서 보육원의 작은 행사 중 하나인 새해맞이 롤링 페이퍼를 적었다. 예전엔 귀찮고 팔 아픈 시간으로 생각했지만 이젠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니 조금 떨떠름 한중에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썼다. 내 롤링페이퍼에는 온통 이제는 못 봐서 아쉽다, 슬프다, 이제 어른이어서 좋겠다 같은 장난에 서린 말도 있었고 진심이 담긴 편지도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써준 편지를 읽다 보니 작은 웃음이 지어졌다.


한 살을 더 먹을 수 있다는 작은 결심하나로 겨우 겨우 밤 11:59분까지 졸음을 참은 작은 영혼들 여러 명이 작은 휴대폰 앞에서 보신각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한 마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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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year!!!

입가엔 미소와 눈엔 눈물이 흐른다.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슬픔의 눈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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