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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편

by 석현준

12/25_

길 것만 같은 겨울밤은 가고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다.

거실에 있는 트리에는 내가 늦은 밤에 준비해 놓은 선물들이 가득했고

생각보다 우리 아이들은 일찍 일어났다.

선물을 보며 뛸 듯이 기뻐했고 그런 아이들을 보는 우리도 기분이 좋았다.



아침햇살과 보육원 아이들 웃음소리에 일어났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 얼른 일어나 씻고 나서 트리가 있는 중앙 복도로 나갔다. 그곳에는 작고 큰 선물들이 가득했고 그 가운데에 내 이름이 적힌 선물 상자가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선물들은 서로 마니토를 정해서 작은 선물이라도 마니토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용돈을 모으고 아니면 손수 만들어 준비한 소중한 선물이었다. 내 선물은 작은 책 한 권이었다. 사실 다 읽어본 책이었지만 손수 쓴 편지를 보니 아마 아이들 중 가장 어린 막내가 준비한 선물 같아서 작은 아이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번득 생각나서 핸드폰을 얼른 보았다. 알림 창에는 모르는 번호에 사람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메리크리스마스~

안 까먹었지 어제 우리가 본 도서관 앞 3시!!


짧은 문자메시지를 보는데 마음속에선 푸근한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오전 내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나는 아이들을 놀아주었다.

나는 얼른 옷을 입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후에 얼른 옷가게로 갔다. 그리고 너에게 줄 선물을 사고 포장한 뒤에 다시 도서관으로 가려고 하니 약속시간 1시간이 남아서 막내가 선물로 준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네가 저기 멀리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네게는 후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안녕"

"응 메리크리스마스~"

"그래 메리크리스마스"

어색한 말들이었다. 너와 카페 너와 작은 담소를 나누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학생들이 나눌만한 이야기들이 전부였다. 그리고는 인생 네 컷도 찍고 놀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놀아보았냐는 말에 선 듯 대답 못하는 나였지만 오늘은 원 없이 놀았다.


적당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서 크리스마스라고 꾸며둔 장식품들을 보며 오늘 하루종일 들고 다녔던 쇼핑백을 건넸고 너는 나를 보며 감동받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선물을 뜯어보니 체크 머플러였다. 나는 네 머리칼을 귀뒤로 넘기고 네게 목도리를 매어주었다.

알쏭달쏭한 네 표정들을 보며 작은 미소가 내 입가를 스쳐 지나갔다. 우린 걸었다. 네 볼이 발그레해질 무렵 어제 왔던 커다란 트리 앞에 서있었다.


어제와는 조금 달랐다. 오늘은 트리 밑에 선물들이 쌓여있었고 너는 선물들을 보며 살짝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미안해 나는 아무것도 준비 못했어"

입에선 풋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고 나는 웃으며 네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 크리스마스 선물은 너야 내겐 네가 최고의 선물이야"

내 말이 끝난 뒤에 다시 언제나 작은 미소를 짓고 있는 너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허공에서 춥게 놀고 있는 내 손을 잡았다. 작은 손으로 아주 단단히 움켜쥐었다.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으며 트리를 보았다. 아마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을 거다.

네가 그리고 내가 서로를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알 수 있었다.

너무도 확실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다가왔다.



아마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게 온 가장 큰 축복은 너였다.

날 혼자로 만들었던 건 사실은 널 만나기 위한 신의 큰 그림이었던 거다.

너를 보면서 너를 생각하고 거울 속 나를 보는데도 자꾸 네가 떠오른다.

집안에서도 캐럴은 울리고 밖에선 작은 눈꽃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바뀌기 시작하고

캐럴 속 한 구절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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