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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편

by 석현준

12/24_

내일이면 크리스마스다.

여기저기서 어린아이들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유치원 놀이터 벤치에서 아이들을 보며 웃어주고 있는 너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은 너였고 평생 너 일거다.

시리던 내게 스며들어와 준 너


여기저기선 반짝이는 전광판과 캐럴이 흘러나왔다. 대부분이 연인들과 아니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내게는 1년 중 가장 싫은 날이다. 나 같이 혼자는 아마도 가장 싫은 날 일거다. 모두가 가족 아니면 연인들과 보내는 시간에 난 혼자서 고독하게 혼자 이어서일까 아니면 그렇게도 꼴 보기 싫던 그곳에서 내년이면 떠나야 한다는 막막함 때문일까.


평생을 가족이란 사람들 곁이 아닌 혼자로 있는 게 괜찮다고 나를 다독이며 혼자 살아왔지만 언제나 크리스마스면 가슴 한편이 시렸다.

어쩌면 겉으론 괜찮은 척 하지만 내심 나를 반겨줄 가족을 기다린걸 수도 있다. 그렇게 시린 가슴을 잊어보고자 들어왔던 도서관에는 네가 있었다.

구석에서 혼자 훌쩍이며 울고 있던 네가 아직도 눈에 어리다.

나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행복에 가득 차있을 줄 알았던 날에 혼자 울고 있는 널 보니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다시는 상처받기 싫어서 버려지기 싫어서 아무에게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나였는데 나는 네게 손수건을 내밀고 있다.

"괜찮아?"

내가 네게 건넨 말이었고 넌 푹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어서 나를 보며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모두가 안쓰럽게 보던 건 나였지만 나도 조금의 동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네 얼굴 때문이었을까 네 옆에 앉아서 아무 말 없이 있었다.

옆에 앉는 날 보고 넌 몇 번 날 슬쩍슬쩍 훑어본 뒤 얼굴만큼이나 고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넌 몇 살이야?"

"19살 그럼 넌?"

"나도"


별 볼일도 없는 이런 말들을 나눈 후에 널 알 수 있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이 되어버렸다. 그 길로 우리는 포장마차로 가서 떡볶이를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넌 한결같이 떡볶이를 좋아했다.

배가 어느 정도 차오르자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엄청나게 큰 트리 앞에 멈춰 서서 트리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찰칵"

너와 내가 처음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너와 나 그러니까 우리가 들어와 있었다.

아마 우리는 이렇게 시작했을 거다.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리는 바다처럼 조금씩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었고 알지도 못할 만큼 천천히 낙하하고 있었다. 스며들어 가고 있는 곳이 네 마음속이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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