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앤트 Dec 14. 2023

해야 할 때

타이밍

꼭 해야 하는 타이밍이 존재한다.


청소를 미루고 미루다가 책상이 어지럽혀지고, 작업할 때 여기저기 걸리적거리는 경우가 많다. 치워야 할 때 방치해서 생긴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은 성장 과정에도 비슷하게 찾아온다. 

그림을 그리기 싫을 때가 생각보다 많았었다. 컨디션 난조로 귀찮거나, 그림이 당장 어렵게 느껴져서 망설여지고, 계속된 실패 경험으로 선뜻 다시 마음먹기 힘들 때 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그러나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면 기회가 와도 잡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기회 자체가 오지 않는 상황도 장기간 겪어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림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놓지 않고 정진하다 보니 작은 기회들이 조금씩 찾아왔다. 그 작은 가능성에 의해서 또다시 움직이게 되는 동력이 생기게 되었다.


작업실의 학생들이 계속 그림을 그리는 것에 확신 없어 하거나, 그림으로 벌이를 할 수 있을지 자신감 없을 때가 많다. 언제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시하기 힘들었다. 누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선점을 혼자 많이 생각해 보며 깊은 고민 끝에 얘기를 꺼낸 상황이면, 그나마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반대로 하는 양이 부족하고 현재 갖고 있는 생각들이 가볍게 느껴졌을 때는 다른 길을 고려해 보기 권하기도 한다.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더 꽃 피울 수 있는 재능의 기회도 열어두자는 취지다. 


상황은 의지에 상관없이 벌어지지만 선택은 의지에 몫이다.


김앤트, 각오, 23.2x28.2cm, Charcoal 29 min, 2022


모두가 뜯어말리는 상황에서 뚝심 있게 끝까지 해 나가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한 분야에서 자리 잡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있을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나의 성장 과정에서는 의지가 강했음에도 포기 권유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당시에는 혼란스러웠지만 그 또한 겪어 나가야 할 난관 중 하나일 뿐이었다. 


꼭 해야 할 때가 있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타이밍을 딱 짚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경험을 기반으로 나열해 본다.

첫 번째. 뭔가 하고 싶다.

두 번째. 뭔가 하고 있다.

세 번째. 재미있고 왠지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정도의 느낌만 있어도 반드시 실행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이다.


EX) 형태 잡는 과정을 연습하며 정리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당일날 실행하는 습관을 들인다. 어차피 언젠가 해봐야 할 일이기 때문에 몸부터 움직이며 생각하는 방식으로 타이밍을 컨트롤할 수 있다.

동기가 부족할 때는 주변에 얘기를 꺼내봐도 괜찮다. 그렇지만 상담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타인에게 얻는 동기는 지속 능력이 떨어지기에 스스로 체감해 나간 경험을 꼭 만들어야 한다. 


고민 상담은 해답보다 성장 과정을 끌어내기 위한 동기부여 시간이다.


결단을 내리고 출발로 연결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신중하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신중함이 과하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고, 결과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작 단계에서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정해놓고 실행하기는 어렵다. 전체 룰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큰 계획이 잡힌 상태에서 실행하며 수습해 나가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성장은 어차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구나 갖고 있는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실행한 후에 수습해나간 경험으로 만들어 봐야 한다. 


해야 할 때의 타이밍을 아는 것도 경험을 통해 만든 습관이다. 

 


이전 07화 사람이 왜 이렇게 멋이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