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동화 속 도서관 (1)

목조 동화 도서관 구상을 위한 지식 탐방 에세이 두번째 이야기

by 정원

최근 몇 년간 서울시나 지자체에서 숲속 도서관 혹은 숲속 북카페 건립사업들을 많이 추진하였고, 수많은 시민들이 공원 속의 여유와 치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생겨났습니다. 처음 산 기슭 공원 내 도서관 건립 사업 구상을 보았을 때 당연히 불특정한 다수의 시민을 위한 공공도서관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서울의 북쪽, 모든 곳으로부터 접근이 어려운 그곳에 이러한 도서관이 건립되었을 때에 과연 사람들이 힘든 발걸음을 할까라는 의구심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동화'라는 테마를 갖춘 도서관과 공원이 계획되었다는 것입니다..


건축기획을 하게 되면 으레 그러하듯이, '동화도서관'의 사례가 있는지부터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혹은 '동화'의 주제로 만들어진 공간들이 있는지 말입니다.


이러한 조사 과정에서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수많은 지자체에서 시도하고 시행하는 '안데르센', '그림형제', '전래 동화'를 테마로 한 공간들, 혹은 수많은 캐릭터를 설치하여 포토존을 만든 관광지...그런 뻔한 장소로 이 곳이 계획되면 어떡하지?'

동시에 이러한 불안은 새로운 개념과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통상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테마파크형 공간이 아닌 다른 답도 있다는 것을 설득해보자는 의욕도 불어넣어 줍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동화' 주제는 어떻게 실체로 발전될 수 있을까요? 이것이 계속되는 고민과 질문의 시작입니다.

'동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최근 동화가 어린이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변화하면서, 간결한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도 위로받으며 동화에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화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통해 감동과 설렘을 주기도 하고, 우리가 주변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을 통해 친근감을 느끼고 감정 이입을 하기도 합니다.

동화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동화를 들여다보면 공간에 대한 영감도 떠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동화작가들의 에세이도 읽어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아이와 함께 숲속도서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 주말, 천왕산 북쉼터에 갔는데 귀가 번쩍 열리는 말을 듣게 됩니다.

"여기는 동화 속에 온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질문을 합니다.

"어떤 점이 동화 속 같아?"

아이는 엄마의 질문에 신이 나고 흥분해서, 뛰어가며 요소 하나하나를 설명합니다.

"여기는 나비도 있고, 풀 밭에서 네잎클로버도 찾을 수 있고, 물도 있고, 돌도 있고, 나무도 있고,...."

아이를 흥분하게 만든 것은 도서관의 실내가 아니라, 도서관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공간이었습니다.


이후 동화 속 도서관은 어떠한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현(2018) 동화작가가 말하길, 동화의 창작 과정에서 뻔하지 않고 상투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쓰려면 한 사람의 독자를 바라보아야 하고, 그 구체적인 이야기가 생명력을 얻고 공감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제가 한 아이의 관점에서 도서관을 평가하였을 때 동화적 도서관의 요소가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풍경 속에서의 놀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듯이, 각 동화에는 작가들이 발견한 특별한 도서관에 대한 시각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롱브릿지 숲의 비밀

소녀는 롱브릿지를 통과해 숲 속의 '북적북적 도서관'으로 갑니다. 이 곳의 도서관은 신비롭고 비밀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사서 할머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여 숲의 기억을 미래로 연결하지만, 사람들은 숲의 기억을 잃어버립니다. 이러한 동화 속 이야기에서 숲과 도서관의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동심이나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성장'의 과정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도서관이 그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품고 있다는 것은 동심을 이어나가는 역할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요? 또한 숲 속의 도서관이 신비로움과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음 역시 깨닫게 됩니다. 롱브릿지를 건너듯이 사람들이 어떠한 관문을 거치는 경험을 통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할 수는 없을까요?


도서관 길고양이

사서인 엄마는 아이가 책을 조금이라도 읽을까하는 기대감에 도서관에 데리고 다닙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도서관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공간입니다. 어느날 아이는 길고양이의 흔적이 도서관에 있다고 믿게 되고, 도서관을 의욕적으로 들락거립니다. 동화의 주된 교훈은 다르지만, 여기서 저는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친숙하게 느끼고 자주 방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기대하거나,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어떠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0층 도서관

이 동화에서는 책으로 천국을 이룬 도서관을 그려내는데, 커다란 나무에 여러 이야기의 집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형태입니다. 책이 쌓여 있어서 책만 읽는 도서관이 아니라 각 열매 도서관 안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우리는 그곳에 들어가게 될 때까지는 그것을 모르며, 그렇기에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숨숨 도서관 하얀 밤의 고양이

이곳의 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으로, 아이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는 장소입니다. 숨어있을 수도 있는 곳이고, 나의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 숨을 쉴 수 있는 곳이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초등학교 옆 도서관이 있다면 이러한 기능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산 밑의 숲 속은 그러기에 너무 외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니라도 어른들에게 그러한 위로의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도서관 고양이 (1), (2)

이 곳의 도서관은 천왕산 북카페와도 닮아 있고, 서울의 여러 숲속 도서관과도 닮아 있습니다. 계단형 서가, 외부공간의 놀이터...그리고 아이들이 뒹굴거리며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들 말입니다. 책 속에 그려진 도서관의 모습은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지역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짓고 있는 어린이 책 숲과도 비슷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도서관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최지혜 작가는 실제로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쓰고, 그림책을 소개한다고 하는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을 이 책들에 담아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점 홈페이지나 교육청 도서관에서 검색했을 때,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동화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를 잘 알고 있는 동화작가들이 상상하거나 이야기하려는 도서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동화의 주요 메시지 중 하나는 동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라는데(조정현, 2017), 동화 도서관이라면 동심을 담은 도서관, 동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숨은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장소여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학교 도서관 공간설계를 할 때에 아이들과 함께 사용자 참여 설계를 진행하듯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좀더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것이 고민으로만 남지 않고,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잘 실행된다면 그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현욱 외 (2011). 도서관 길고양이: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푸른책들

문신 (그림: 김준영)(2022). 롱브릿지 숲의 비밀. 잇츠북어린이

이상배 (그림:윤태규)(2018). 100층 도서관: 공책도깨비와 고양이 고이의 인문 여행. 파랑새

이현 (2018). 동화쓰는 법: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유우

조정현 (2017). 동화넘어 인문학. 을유출판사

주애령 (그림: 김유진)(2024). 숨숨 도서관 하얀 밤의 고양이. 노란상상

최지혜(그림: 김소라)(2020). 도서관 고양이. 한울림어린이


커버 이미지는 천왕산북쉼터의 풍경을 스케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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