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동화 도서관 구상을 위한 지식 탐방 에세이 다섯번째 이야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알고 있듯이, 책은 나무 펄프로 만든 종이 위에 활자나 그림을 인쇄하여 묶거나 붙여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숲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모여 그 안의 공간을 둘러싸며 하나의 영역을 만들어내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어떠한 요소들로 둘러싸여 공간을 만들어낼 때 은유적으로 '숲'이란 표현을 자주 쓰는데, 특히 거슬러 올라가 원재료가 나무인 '책'이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 그 책장이 서가나 공간을 둘러싸고 있을 때, '책의 숲'이란 표현을 비유적으로 많이 쓰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이나 책장이 빽빽이 모여있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용도로는 도서관, 서점, 북카페 등과 연계되거나, 간혹 외부 공간의 행사에 그 표현이 쓰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이러한 공간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는 대표적으로 파주 출판단지의 '지혜의 숲'이 있습니다. 지혜의 숲은 약 8m의 높은 층고의 서가 벽면을 따라 책장이 있는데, 그 책장에는 다양하게 기증받은 도서들이 가득 차 있어서, 그곳에 들어서게 되면 책의 스펙터클에 압도됩니다. 사실 벽면을 따라 천장 아래까지 높인 책장들을 책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모습은 교보문고 등의 서점에서도 우리는 경험하지만, 다른 판매대나 낮은 서가의 배치 등으로 인해 우리는 '지혜의 숲'에 들어설 때 느끼는 전율을 이곳에서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이 또 다른 책의 숲처럼 경험될지도 모릅니다. 아트리움 위의 천창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자연광과 두 개 층 높이로 우뚝 솟은 책의 탑들과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책장들은, 도서관 내부로 들어갔을 때에 책들로 둘러싸인 위요감을 제공합니다. 특히 주변의 상가와 공간을 분리하고 있는 듯한 서가의 배치로 우리는 도시 속 몰에서 어느 순간 책의 숲으로 들어서는 전이를 경험합니다.
그럼 해외에는 어떠한 도서관들이 '책의 숲'으로 표현되고 있을까요?
오늘은 우선 일본의 사례만 떠올려보려 합니다.
후지모토 소우가 설계한 무사시노 예술대학 도서관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도서관은 책장과 구조를 통합한 나선형의 벽이 건물 배치 전체를 지배하고 있고, 나선형 벽체의 구성은 독특하게 공간을 나누고, 벽체의 개구부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고 겹쳐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그 벽체는 건물의 외부에도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서, 도서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사람들은 오솔길을 따라 책의 숲으로 인도됩니다. 사람들은 도서관 앞의 미로와 같은 공간을 탐색하며, 책을 찾고, 우연한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동선을 따라 나타나는 탐색, 발견, 연결이야말로 단순히 책을 스펙터클로 보기 위해 숲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숲 속을 탐방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의 또 다른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2020년부터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기부 사업으로 지속하고 있는데, 그 도서관들의 이름이 '어린이 책의 숲'입니다. 나카노시마에서 시작하여, 4번째 도서관을 작년 구마모토에 완공했는데, 이 도서관들은 외부 형태와 구법은 각기 다 다르지만,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실내 공간을 모두 감싸고 있는 따뜻한 목재의 책장으로 둘러싸입니다. 앞의 도서관들이 모두 책등을 전면에 보이고 있다면, '어린이 책의 숲'에 있는 책장은 어린이 그림책에 적합하게, 책의 표지를 앞으로 둘 수 있도록 책장의 너비, 높이, 폭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서서 책장을 둘러보면 다양한 책의 알록달록한 표지들로 둘러싸이고, 한눈에 책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은 앞선 글에서 소개했던 고양이 도서관의 그림과도 흡사합니다.
앞서 언급한 무사시노 예술대학 근처에 켄고 쿠마가 설계한 카도카와 문화 박물관이 있는데, 그 안의 전시관인 'Bookshelf Theater' 역시 책의 숲이라 표현될 수도 있겠습니다. 전시관의 독립된 공간에 들어서기까지는 'Book Street'를 지나는데, 이곳은 흡사 서점의 골목을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곳을 지나쳐 건물의 가장 내부 가운데에 위치한 Book Theater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의 공간에 책들이 가득 꽂힌 책장으로 둘러싸이고, 그 위에는 나무 널판이 매달린 천장이 있어서, 나무들로 둘러싸인 느낌을 확실히 전달합니다. 또한 특정 시간마다 진행되는 쇼가 있는데, 쇼가 진행되는 동안 이곳은 숲에서 '도시'로 변화합니다. 이러한 공간적 이미지의 전환은 과거와 향수에서 미래와 상상으로 연결되는 책의 공간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책의 숲이 공간화될 수 있는 것은 그 공간이 방문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경험, 느낌, 감동, 이러한 것들의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기획과 설계, 시공과 운영에 일관되게 반영하도록 지원해준 건축주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혜의 숲'은 출판도시문화재단이, '별마당 도서관'은 신세계프라퍼티가, 무사시노예술대학도서관은 '무사시노 예술대학'이, '어린이 책의 숲'은 안도 타다오와 협력한 지자체들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도카와 문화박물관'은 일본의 3개 메이저 출판사인 '카도카와'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도 유사한 공간들이 시도되어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장소도 있지만, 최근에는 무분별하게 책의 숲이 전달하는 경험과 이용의 차별성을 고려하지 않고 트렌드 요소로 따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서가로 둘러싸인 숲이 어떻게 사용되고, 색다른 경험을 주고, 운영을 어떻게 할지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제목 이미지는 '카도카와 문화박물관'의 'Book Theater' 내부 사진입니다 (저자 촬영).
[참고문헌]
https://ggc.ggcf.kr/p/5ad07db27ca5031527f15ad4
https://www.archdaily.com/145789/musashino-art-university-museum-library-sou-fujim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