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_나무와 도서관(1)

목조동화도서관 구상을 위한 지식 탐방 에세이 여섯번째 이야기

by 정원

나무와 도서관의 연계

'나무-책-도서관'의 연계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체와 시설, 공간의 관계입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나무 껍질에 글과 그림을 적기 시작했고, 특정 나무를 이용하여 종이를 만들어 책을 제작했으며, 나무판에 글자를 새겨 인쇄술을 발전시켜 여러 권의 책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양에서는 나무로 지은 공간을 서가로 활용하였고(자오광차오), 현대에 이르러서는 동서양 구분 없이 나무로 덮인 공간을 시민들이 책의 공간, 즉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뻔한 서사를 넘어서 나무와 도서관을 새로운 관점에서 연결시켜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며칠간 고민하며 여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들은 건축 관련 도서에 국한되지 않고, 도서관과 관련된 소설, 주민자치 도서관 운영, 수목원 조성과 운영에 대한 에세이 등이었습니다.

나무로 짓는 도서관은 지난 주에 살펴보았기에, 오늘은 물리적인 재료나 구법이 아니라 도서관의 주제 혹은 콘텐츠로서의 나무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실 어제가 글쓰는 날이었는데, 방향 설정이 어려워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장소성을 정의하는 나무

먼저, 도서관이 놓인 장소성을 정의할 수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그 나무는 도서관의 브랜딩에 영향을 주고, 상징적 기물이 되며, 동시에 특별한 공간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 예로 은평구 역촌동의 초록길도서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초록길도서관이 위치한 골목에는 마을의 큰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나무 맞은편에 도서관이 위치하여, 나무 아래 그늘은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어른들의 쉼터가 되기도 했습니다. 도서관 앞에도 여러 화분을 심고 가꿔서 그 골목이 푸릇한 활기로 가득 차게 했습니다(박지현).

느티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로, 오래된 마을의 어귀에는 늘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느티나무가 수백 년간 자리 잡고, 일 년 내내 푸르름과 울긋불긋함을 선사하며 마을의 쉼터와 모임터가 되어 주었습니다(홍태식). 느티나무는 유전적으로 가지를 넓게 펴는 속성이 있어서 나무 중에서도 가장 넓은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수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느티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드러누워 책을 읽는 장면을 상상해봅니다. 느티나무 그늘과 같이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도서관을 떠올려봅니다.

KakaoTalk_20250712_001415998.jpg [포천 산사원의 오래된 나무를 존중한 담벼락]


2. 나무를 책으로 해석한 시설

두 번째로, 나무를 책으로 해석한 시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공원 속 도서관을 기획하면서 공원과 도서관을 일체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러 건축과 조경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지금까지 나무 자체를 책으로 해석해볼 시도는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거꾸로 도서관의 장치들을 공원에 이식하는 것만 생각했던 것이 너무나 '건축가'의 편협한 시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남출판사의 조상호 대표가 수목원을 조성하면서 말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출판 본업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심었는데, 책이 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나무와 책의 비슷한 속성들도 생각해보게 되는데, 나무는 나이를 들면서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고 했는데, 책을 읽으며 다듬어가는 우리의 지성과 감성도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무의 향기처럼 책도 지성의 향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조상호 대표는 나무를 가꾸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나무들의 시간이 쌓여 조성된 숲은 생명과 생태계를 담을 수 있습니다. 나남수목원은 이 시대의 지적 성과로 자부하는 나남 책들을 수목원 안에 있는 책 박물관에 형체를 보존하고, 미래에 탄생하게 될 어떠한 책의 생명이 될 나무들을 가꾸는 숲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DSC06648.JPG [런던 켄싱턴 가든: 오래된 나무 숲 자체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3. 나무를 도서관의 주제로

마지막으로 생각해본 것은 '나무' 자체가 도서관의 주제가 될 수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문헌학 및 도서관 전문가 컨설팅에서 '동화'는 콘텐츠이지, 주제라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듣고 일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동화부터 시작해서 '목조건축', '숲', '공원', '어린이도서관' 등 다양한 이슈들을 읽고, 공부하고, 고민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으로 '나무'를 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동화만 해도 '나무'와 관련짓는다면, 전래동화, 판타지, 생활동화, 생태 과학 동화 등 다양한 장르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해서도, 인문서적부터 시작해서 건축, 조경, 과학, 생태, 환경뿐만 아니라 원예 등의 취미로까지 확장이 가능합니다.

소설 '세상 끝자락 도서관'에서는 아일랜드의 자그마한 마을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관광 크루즈 개발을 위한 도서관 폐쇄에 반대하는 과정 속에서 도서관에 원래 위치하고 있던 수도원에서 발행한 원예서적을 발견하고, 그 서적에 실린 내용과 기존에 그 지역을 배경으로 발간되었던 유명 배우의 서적 등을 연계하여, 도서관과 지역의 주요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역 의회에 제안해보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에 새로 짓게 되는 도서관에서 그러한 역사성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도서관 사서팀의 의지에 따라 북한산, 숲, 참나무(도서관의 대지에 참나무-신갈나무와 졸참나무의 자생지가 있습니다)와 관련된 희귀도서 혹은 중요한 도서를 확보하여 이를 콘텐츠로 개발해보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다음을 위한 질문

좋은 정원가는 나무가 시시각각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며, 나무가 건네는 이야기를 통해 장소성이 드러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좋은 정원은 그러한 나무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장소라고 합니다(권준호). 우리의 도서관이 나무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 나무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나무가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전해내려갈 수 있도록이요.


[참고도서]

권준호, 박지영 (2024). 정원을 읽다: 정원에 대한 인문한적 사색, 보문당.

박지현, 백미숙 (2023). 시끄러워도 도서관입니다, 생각비행.

자오광차오(2020). 나무로 집 지은 이야기만은 아니랍니다: 중국 목조건축의 문화사, 미진사.

조상호(2019). 숲에 산다, 나남출판사.

펠리시티 해이스 매코이 (2017). 세상 끝자락 도서관, 서울문화사.

홍태식(2024). 도시나무 오디세이, 디자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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