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동화 도서관 구상을 위한 지식 탐방 에세이 세번째 이야기
어린이와 그 가족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매력을 발산하는 목적지로서의 도서관이 되려면 도서관의 운영방식과 장서, 프로그램 등 방문자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중요하겠지만,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도서관의 첫 인상 역시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도서관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건립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도서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을 짓고 싶다고 하지요.
지난주 발주처와의 회의에서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잠시 나왔습니다. 보통 랜드마크라고 하면 구겐하임 빌바오처럼 휘황찬란하거나 이상한 모양의 건물이어서 이목을 끌거나, 롯데타워처럼 도시 어디서 보아도 눈에 확연히 띄는 건물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단순히 형태나 높이, 크기가 아니라 건축이 담고 있는 뜻이나 의미, 적용된 기술이나 스토리 등에 의해 랜드마크가 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 특정 상점, 공원이나 광장, 언덕이나 자연, 조각상이나 벽화 등 다양한 예들이 있지요. 또한 특수한 공법이 적용되거나 다른 곳과 차별화된 운영방식이나 공간 이용방식이 있으면 그것 자체가 입소문을 타거나 회자되면서 유명해지고 점차 랜드마크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 도서관이 '동화'라는 콘텐츠를 충분히 잘 담고, '목조'건축으로 선도적으로 잘 지어진다면 그 자체로 이미 랜드마크의 요소를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동화'를 책의 주제를 넘어서 공간으로, 혹은 건축으로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공원과 도서관에 왔을 때, 설명을 듣지 않고도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혹은 '동화'를 담아내고 있다고 공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가 동화 속에서 만났던 건축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건축을 할 때 떠오르게 되는 동화도 기억해봅니다.
70-80년대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으레 안데르센, 그림 동화 속의 건축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지었던 지푸라기 집, 나무집, 벽돌집을 생각하고, 백설공주에 나오는 숲 속의 일곱 난쟁이 집을 떠올립니다. 혹은 전래동화에 나오는 초가집과 기와집도 생각하지요. 한편, 80-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사람들은 "Once Upon a Dream"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성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집들은 모두 한결같이 독일이나 서유럽에 있을 것 같은 토속적인 건축이나 성이거나 우리나라 전통 가옥입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여전히 우리는 지금 동화같은 마을이라고 이야기할 때에는 대부분 할슈타트의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입면에 박공지붕으로 덮인 집들이 빼곡히 모여있는 서유럽의 오래된 마을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들에서 봤던 삽화들의 이미지가 우리 머리 속에 각인되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우리와 다른 현대의 창작동화들을 읽은 아이들도 똑같이 동화같은, 혹은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건축을 떠올리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동화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도 변화하고 있어, 건축을 평가하는 가치관 역시 변화하였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희는 아기돼지 삼형제를 통해 기술을 통해 공장에서 생산한 자재들을 쓴 건축이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더 단단하고 안전한 건축이라 학습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기후 위기 시대에 벽돌은 제작 과정에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재고해야 한다고, 오래되어 철거하는 건물의 벽돌들을 수거하여 재사용해야 한다고 배우고, 탄소 저장 능력이 있는 나무와 단열 성능이 있는 자연재료인 짚을 건축에 사용해야 한다고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은 아기돼지 삼형제 속의 집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겠지요.
또 유럽에서 전해오던 몇몇 동화가 우리가 읽는 동화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전 세계 작가들이 다양한 배경, 인물, 주제로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는 동화의 건축은 매우 다양해지고 넓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13층 나무집'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13층'이라고 하면 서울의 아이들은 아파트를 떠올리겠죠. 그런데 표지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고, 나무 줄기에 식인상어 수조, 볼링장, 도서관, 베개의 방 등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를 넘기면 분수, 전망대, 게임방, 수영장 등 더 다양한 공간들이 나무에 걸려 있고, 그 사이에 사다리, 미끄럼틀, 계단, 덩쿨 등이 엮여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게 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본 아이들에게 동화 속 건축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구조물로 구성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최근 노원구에 나무 위의 집으로 구성된 자연휴양림 숙박시설이 완성되어 언론에 소개되었습니다. 트리하우스의 모습은 페데리코 바비나(Federico Babina)라고 하는 이탈리아 건축가 겸 그래픽 디자이너가 작성한 동화 건축 시리즈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나무가 자라는 빌딩'이라는 그림책의 표지를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 건물 같지만 각 건물의 모양은 모두 다르고, 지붕도 다르고, 색깔도 알록달록합니다. 유럽의 맞벽 건축과는 달리 건물 사이에는 틈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건물에서는 건물만한 꽃이 자라납니다. 건물들은 이탈리아나 퀴라소의 건물 같기도 하고, 키이우나 멕시코 시티 같기도 한데, 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은 미국의 메이시즈 백화점 이벤트 같기도 합니다.
책 속 주인공은 바깥의 회색 아파트 도시를 바라보며 나만의 집, 도시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모양은 주변의 건물과 비슷하지만 마법처럼 꽃이 자라는 놀이터이기도 하고, 비밀의 정원도 있고, 로봇도 있고, 온실도 있는 건물과 도시를 상상합니다. 책 속의 아이처럼 이 책을 본 아이들은 겉은 일반 건물과 비슷하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장소 역시 동화 속 건축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집 10살짜리 아이에게 동화같은 도서관은 어떨 것 같냐고 물었을 때 처음 본 건물은 하나의 건물로 평범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높은 공간이 있고, 그 주변에 작은 서로 다른 건물들이 들어가 있는, 겉과 속이 다른 건물일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도서관을 주제로 다루는 건축설계 수업을 강의할 때 한 학생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경험하는 공간의 전이 과정을 도서관에서 경험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을 밝히고 설계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유리로 둘러싸인 건물에 들어와서 가운데에 놓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들어가면, 토끼굴 속처럼 외부와 차단된 거대한 지하 공간에 들어오게 되는데 책으로 둘러싸이게 된다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이렇게 10살이나, 20살이나 동화 건축을 상상한다면, 우리의 일상에서 격리되어 새로운 반전된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부터 생각하는 것은 동일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건축'을 주제로 다루는 동화책이나 진로탐색, 인문학, 예술 책들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많이 발간되어 요즘 아이들의 동화 건축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알고 있던 동화 속 건축과 많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가우디'나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들이 아이들을 위한 책에서 많이 소개되기도 하고, 그러한 건축의 영향을 받은 건물 그림도 동화책에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한 동화를 일찌감치 접한 아이들에게 동화같은 건축이란 꾸불꾸불하고 알록달록한 타일로 덮인 건물이나, 도마뱀이나 식물의 형상을 담은 건물이 아닐까요?
어제 우리 집 앞의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건축과 관련된 책들을 쭉 검색해보았습니다. 수십 권의 책들이 나옵니다. 이러한 책들에 어떠한 건축들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도서관 기획 구상을 위한 조사라기보다는 앞으로 건축을 공부하게 될 미래의 학생들이 어떠한 것들을 보고 자라서 올까 하는 호기심도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