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동화 도서관 구상을 위한 지식 탐방 에세이 네번째 이야기
이제 서울시 곳곳에서 '숲속 도서관'을 찾을 수 있는데, 2019년부터 '공원 내 책쉼터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숲 혹은 산을 낀 공원 내에 공원 부속시설로서 '도서관'이 조성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숲속 도서관'을 알게된 것은 우연히도 아파트 옆 산자락에 산책나간 날 발견한 공사표지판 덕분이었습니다. 동대문구 배봉산에는 한시간이면 둘레를 적당히 몸을 풀면서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아주 가끔 운동하러 나갔는데, 어느 주말에 갔더니 공사를 위한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어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도서관'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집에는 꼬마가 있었는데, 주변에 딱히 갈만한 도서관이라고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것이 다였고, 집에는 전집을 사서 매일 그 책들을 돌려가며 읽어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지요.
2019년 가을 도서관이 개관했다기에, 아이와 같이 방문했는데, 동네 사람들 모두가 다 모인것처럼 북적거렸습니다. 꼬마는 한번 발길을 들였더니, 그 이후 주말 오후가 되면 'ㅃㄹㄹ' 주스를 마시러 도서관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꼬마에게 배봉산 숲속 도서관은 엄마와 음료를 먹으러 산책갈 수 있는 쉼터이자 놀이터였습니다. 그림책 몇 권 골라 신발벗고 마루에 올라가 잠시 보는 날도 있었고, 도서관 책들을 5권씩 선물보따리인 것처럼 대출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도서관에 온 김에 그 옆 놀이터에서도 모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숲과 도서관을 함께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도서관 경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한편, 2020년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 참여하였는데, 심의 안건으로 숲속 도서관 사업들이 계속 상정되었습니다. 당시 심의하였던 사업에는 천왕산 북쉼터나 오동숲속도서관, 성동구립숲속도서관이 있었습니다. 당시 흥미로웠던 것은 숲속 도서관 혹은 쉼터들이 기존의 딱딱하고 조용한 열람실로 구성된 도서관보다는 숲 속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하고 힐링을 할 수 있거나, 풍경이 좋은 공공 북카페에 온 것과 같은 공간으로 조성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조건축이 공공건축에 도입되는 것을 보기 시작한 시점과도 같습니다.
또한 당시 같은 대학에 계셨던 이충기 교수님이 '인왕산초소책방'을 설계하여 그 곳도 문을 열게 되었는데, 곧 SNS 성지가 되어버려 방문하여 자리잡기조차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당시 민간 북카페가 곳곳에 생겨서 사람들이 풍경이나 분위기, 혹은 책이 특별한 북카페를 찾아가기 시작했던 것은 몇 년 흐른 뒤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민센터에도 북카페와 같은 공간을 한 코너라도 만드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고, 공공청사에도 계단식 서가 등이 생겨서 시민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원 내에 건물을 조성하여 시설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절차인데, '도서관'이 공원에 설치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어 이것을 잘 활용한 '북쉼터'가 생기게 되었고, 공공 '숲속도서관'이 시민들의 휴식 장소가 되었고, 각 장소가 독특한 환경, 건축적 특색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2020년 코로나의 성행이 사람들이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거나 집 근처에 머물거나, 자연으로 가도록 만들었는데, 이러한 경향을 종합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이 '숲속도서관(책쉼터)'이었던 것 같습니다.
숲속 공원에는 보통 체육시설, 전망대 정도가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시설의 전부였는데, 혼자서도,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누구나 갈 수 있는 조용하지만, 또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쉼터가 생긴 것입니다.
올해 '배봉산숲속도서관', '인왕산초소책방', '천왕산 북쉼터' 모두 방문해보았습니다. 조성된 지 몇년이 흘렀지만, 이 곳 모두 여전히 많은 이용자로 부쩍이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세 군데 모두 교통이 좋아 접근성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세 곳 모두 차 없이 대중교통과 도보로 갔으니까요. 물론 저의 전공 특징으로 인해 굳이 찾아간 것이지만, 좌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 이 세곳은 모두 활발히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각각이 이용자의 유형은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배봉산숲속도서관은 주로 어린이와 가족, 인왕산초소책방은 남녀노소, 천왕산 북쉼터는 어린이와 가족 혹은 커플로 이용자들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산자락 공원에 있다는 것은 같지만, 주변 현황이나 입지가 완전히 달라 성격들이 구분됩니다. 그런데 각 장소들은 공원 혹은 숲이 갖고 있는 특징도 조금씩 다릅니다. 배봉산숲속도서관은 놀이터가 인접해 있고, 산책로의 입구에 위치하는 동시에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있어 한적한 동네 도서관의 느낌이 강하다면, 인왕산초소책방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서울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경관 하나가 사람들을 둘러모으고, 처마 아래 책 한번 보고, 풍광 한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천왕산 북쉼터는 둘레가 산으로 둘러싸이고, 도서관 주변으로는 풀, 꽃, 나무, 물이 있어 서울이 아닌 근교 전원에 놀러나온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끔 만들어줍니다.
이렇듯 '숲', '공원'이라는 공통적 특징이 있지만, 각 도서관의 분위기와 성격, 이용자는 완전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숲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적절한 도서관 프로그램이나 규모, 운영방식을 선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서울시에 조성된 대부분의 숲속도서관(북쉼터)은 소규모로 지어져, 400~500제곱미터 이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올해 새롭게 거점도서관 규모의 숲속도서관이 완공되었습니다. 강동숲속도서관으로, 과학 특화 구립 공공도서관인데, 기존의 찾아가기 어려운 산 속에 도서관이 쉼터로 자리잡던 것과는 다른 방식입니다. 근린공원 옆에 위치하고, 지하철역과 가까우며, 인근데 아파트 단지도 위치하여, 도서관 수요자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 오면 둘레가 초목으로 싸여있고, 유리창을 통해 숲속에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입장에서 정확한 공간과 경험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앞의 숲속 도서관들과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길에서의 경험과 감정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제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도서관은 이전 숲속 도서관들보다 더 외진 접근성을 가지지만, 규모에 있어서는 강동숲속도서관과 유사한 수준이라, 일상과 비일상적 숲속 도서관 사이에서 어떠한 장소로 조성되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운영 관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호기심과 입소문을 따라 사람들이 비일상적 경험을 하러 오도록 만드는 숲 속 도서관이 되어야 하겠지만, 공공도서관의 운영 방식을 생각한다면 매일 이용객이 지속될 수 있는 숲 속 도서관이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숲'의 정체성을 '도서관'에 공간과 프로그램 모두에 반영하여 이전의 두 가지 조성방식을 모두 엮을 수 없을지도 고민입니다.
[사진은 2025년 5월 18일 인왕산 초소책방 테라스에서 서울 도심을 바라본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