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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유 Jun 06. 2024

천수관음님 제게 손 하나만 떼어 주시겠어요?




천수관음님, 제게 손 하나만 떼어 주시겠어요  

저를 가련히 여기어 손가락 하나에서 꽃이 피게 해 주시겠어요,  SOS 를 치고 싶은 밤


- 자, 이 손가락을 받거라 가운데 손가락이지만

엿 먹으라는 뜻은 아니고 가운데 손가락처럼 굳세라는 의미이다 주시면

아아 아니오 그냥 고양이 손이나 빌리겠어요 저희집 냐옹이가

천수관음님 손뭉치보다 북실북실 귀여우니 당신의 손 따윈 거절하겠어요

NO 를 때리고 싶은 밤


- 천수관음님? 혹시 필요하시면 제 손이라도 빌려가시겠어요


천 개의 손 중 가장 미약할지 모르지만

그리하여 가장 낮은 거북이의 등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마디 시험해 보시겠어요


그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바람을, 경기를, 수국을

음미해 보시겠어요


제가 있어 이 세계가 아름답다, 인정하시겠어요?






5월 마감을 다 마무리하고 6월 1일부터 갑자기 텅 ... 뭘 써야 하지

며칠 주춤거리니 감이 떨어졌다.  


하나하나 툭, 툭 점을 이어 하나의 노래로 만들려면 점을 찍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 엔진을 달아 일정한 속도로  찍어야 한다는 것


때로는 점을 찍는 일이 지루하고 버겁더라도

하나의 리듬으로 흐르게 될 때까지

박자를 맞출 때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5월까진 느낌이 반짝이다 며칠 펜을 놓으니 캄캄

느껴지니 않으니 조금 스트레스.


아니 어쩌면 더워서일 수도 있겠다, 는 생각도 문득

여름의 초입에 아직 적응하지 못 한 몸이 흐물흐물 반짝인다


아아 서두르지 말고. 일단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

녹차맛 핑킹 가위맛 색종이맛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


머리에 펜을 꽂고 어딜 봐도 사람인 척 일단

집을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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