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유 Jun 09. 2024

샐리

#시




거울을 보니 금빛 머리카락의 여자가 보였다


깜짝 놀라 누구세요? 물으니


무슨 소리야 샐리, 너잖아


옆에서 쿠키를 굽고 있던 엄마가 말했다 처음 보는 서양의 여자


네? 제 이름은 이미영이에요 동양의 나라 검은 머리칼


회사를 다니며 글을 쓰던


꿈이라도 꾼 거니 엄마는 웃었다


인터넷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 보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내 책도, 가족도, 졸업한 학교도  


내가 사랑하던 k도.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이렇게 기억이 생생한데


혹시 정말 꿈이라도 꾼 걸까


우울에 빠졌지만


큰 키에 훤칠한 얼굴의 이안이 말했다


샐리, 요즘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나 사실 오랫동안 널 좋아했어 나와 만나주지 않을래


나는 학교를 다니느라 바빴고 내 강아지 콜리의


산책을 시키느라 매일 뛰어야만 했다


그와 만나면 만날수록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뭐가 되고 싶어?


샐리라는 이름의 나는 춤을 추는 걸 좋아했다 노래가 하고 싶어요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6번의 낙방 끝에 붙었다는 연락이 왔을 때


왈칵 눈물이 흘렀다 엄마 나 붙었어요 이안,


나 붙었어 길가 맞은편 그가 환하게


두 팔을 벌리고 웃고 있었다 그에게 안기려는 순간 왈칵


나는 눈을 떴다


거울을 보니 흰 피부 검은 머리칼


이미영이 있었다


샐리라는 그 이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콜리라는 강아지는 없었다


이안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k 에게서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21년 첫 시집을 내고 두 번째는 콜라보 e-book,

그 후로 몇 년,  너무 길게 손을 놓고 있었다.


첫 시집은 오직 견디기 위해, 멋모르고 썼었다면

다음 시집은 정말 좋은 시를 쓰고 싶은 욕심이 든다.


아직 아직 멀었지만 아직 멀었다는 그 느낌이

좋다 더, 더 쓸 수 있으니까 달릴 수 있으니까.



#어느생의당신을살고있습니까

#샐리이자이미영인우리들



이전 10화 천수관음님 제게 손 하나만 떼어 주시겠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