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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유 Apr 25. 2024

저승사자를 만났지만 살아있습니다

- 고로, 100살까지 살 계획입니다 (…)




 ( 참고로, 가이드를 만나기 전의 일입니다. )


 


“ 일본에 워킹 가보고 싶어. 그런데 혼자 가긴

무서우니 당분간 같이

일본에 가줘, 언니. ” 라는 동생의 말에

오사카로 가게 되었습니다,



… 만, 걱정이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한국은 평범한 (?) 영들이 대부분인데

일본은 재해가 많아 갑자기

사고를 당한 분들이 많아서인지

무서운 영들이 많다, 는 글을 보았습니다.


에엑 …


한참 유체이탈로 매일 룰렛 돌리듯 영들을

조우했던 시절이라 아아 괜찮을까

이 시점에 일본을 가도,

그치만 오사카? 다코야끼? 두근거리잖아

딱히 내키지는 않는데 뭐 동생이 가달라고 하니까

그녀의 심신 안정을 위해 같이 갈 수밖에 없겠군

흠흠

케이지를 싸서 오사카행.



... 이지만 역시 첫날부터 ( 아마 공항에서부터 )

무서운 영에게 찍혔습니다.



당시 유체이탈을 하면 영체가 파괴돼도

몸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회복,

그 굴레를 쳇바퀴 돌듯 돌고 있었는데,



그날 밤 여자 영이 하나 왔습니다.

영들은 에너지체라 바로 그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데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습니다.



그리고 방울 소리와 함께 물결이 퍼지듯,

파동이 퍼지며

저쪽에서 다른 영들의 소곤거림이 들렸습니다.



' 아 ... 불쌍하다. 하필 저 여자한테 찍히다니 ...

웬만한 무당이 와도 저 여자는 못 이겨 … 죽을 거야 ... 소곤소곤 '



느낌상으로 아직 신내림을 받기 전인,

공부 중인 영들이 소근거리는 소리 같았습니다.



그 무서운 여자 영은

영체를 파괴해도 다시 회복,

죽지 않는다는 여자 (나) 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찍은 듯했습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볼까? 하고.



여자는 작정한 듯 내 머리를 가르려고 했는데

레일에 몸이 찢긴다던지,

손에 폭탄이 쥐어져 펑, 하고 터진다든지

영체가 파괴되는 일을 하도 당해서

좀 괴롭긴 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랄까 할 수 있는 일이 버티는 것 밖에는

 

그것보다

혹시나 동생과 나를 헷갈려

동생을 공격할 까봐

동생을 매일 안쪽에서 자게 했습니다.



다음 날도 그 영은 찾아왔고,

물론 이런 일은 가족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견뎌왔기에

아침이 오면 잘 잤어?

된장국 끓일까?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찾아왔는데

여자 영도 ' 이게 아닌데 뭐지 ‘

  ' 머리를 갈랐지만

아침이 되면 멀쩡하게 된장국을 끓이는 저

기묘한 여자는 뭐지 ‘

싶었는지 딱 일주일을 채우더니 (?)

그 후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별 탈 없이 (?) 일본에서 한 달 정도

다코야끼를 흡입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쯤 되니 저쪽 세계에서는

' 아니 ( 영체가 파괴됐었는데 )

왜 아직 살아 있는 거야? ' 라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내가 묻고 싶다 이것들아



저도 점점 지쳐가는 상태가 되었고,


그러다 어느 날 검은 삿갓을 쓴

저승사자 같은

사내가 찾아왔습니다.  


' 너는 이제 (정말) 죽었어. 가자. '

라고 했습니다.



당시 영체의 끊임없는 파괴와 회복에

지쳐있던 상태라

' 아, 드디어 죽을 수 있겠구나 '

'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겠구나' 라고 그를

따라나섰습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일정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돌아오라는 신호와 함께

강하게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고

다시 몸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다시 그가 왔었는데

여전히 힘든 상태였고

그때는 딱히 살고 싶지도,

죽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 년 후에 그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심신을 많이 회복한 상태였습니다

세계가 조금씩 반짝이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연애를 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발끈해서 버럭, 소리를 쳤습니다.  

싫거든요? 살 거거든요? 내가 왜 죽어!

이제 나도, 행복하게 살 거거든요?

못 가, 아니 안 가!



그러자 그가

처음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고.

몇 년 전부터 살고 싶다, 는

네 그 한마디를 기다렸다고.


앞으로 그 마음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삶이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내 고통을 지켜보면서,

내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던 그.

삼 년 동안 무슨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찾아왔던 걸까요.



한 번은 어떤 사내의 영이 찾아와

아무 말 없이

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누구세요? 물어도 답이 없었습니다.

그저 하염없이 바라볼 뿐.

삼 일째 되던 날 갑자기

뚝 뚝 눈물을 흘렸습니다.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지금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보면 고통을 받는 와중에도

과분한 마음을 받았구나, 생각합니다.



슬픔 속에서도

빛은 흐르고,

역시 난 복 받았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물론 당시에는 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



그 후로 몇 년이란 시간이 더 지나

저는 시인으로 등단을 하고,

가이드를 만나고,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보이지 않은 많은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오랫동안 고통이었던 일들을

이렇게 감사하며

쓰게 된 것도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요.



탈도 많고 지독한 일들도 많았지만,


많은 감사함을 느끼는 이번 생입니다.



*


고로, 저는 100살까지 (?)

살 예정입니다,



아니, 가볼 수 있는 곳까지 가볼 예정입니다.


*



한 번뿐인 이 생,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고 싶은 걸 해보지 않으면,

정말 내 마음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너무 억울

아깝잖아요.



*


고로,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우주. ❤



*


그림 - 류미영 작가


https://www.instagram.com/monster_city_ryu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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