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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유 Apr 30. 2024

나무들도 성깔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 가슴 차크라가 열리다




가슴 차크라가 열리면 부작용(?)이 있는데


타인에 대한 연민이 흘러넘쳐 (가뜩이나) 눈물이 많은데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된다는 거다.


실제로 처음 가슴 차크라가 열렸을 땐 그늘에서 말라비틀어진 식물 한 포기만 봐도 마음이 아파 편의점에 달려가 물을 사 아이들에게 뿌려주고 왔었다.


그러다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뜨거운 여름이었고, 한참 코로가나 기승일 때였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맞은편 빌딩 앞에 네 그루의 나무가 보였다.


큰 빌딩이었고, 빌딩의 그늘에 가려 나무들은 햇빛 한 점 받을 수 없었다.


그 나무들을 보는 순간 쿵. 심장이 가라앉으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럴 수가. 태어나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했다니. 인간이 만들어 놓은 욕심 (빌딩) 때문에 일생 단 한 번도, 햇빛을 쐬지 못했다니...






충격과 미안함. 나무들에게 미안하다고, 인간의 욕심 때문에 너희들이 빛 한 번 쐬지 못하고 살아가는구나, 마음으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안으로 계속 눈물이 흘렀고, 주변에는 여고생들이 꺄아 떠들고 있었고 햇빛은 강렬했다 아아 이 생들을 어찌해야 할까. 미안해 미안해.


그러다 버스가 와서 카드를 삑, 찍었는데 순간 머릿속으로 강렬한 느낌이 하나 왔다.



'... 너는 이 우주에서 가장 사랑받을 거야'


나무들의 메시지란 걸 알았다.


고요하고도 부드러운 어투. 인간들은 아직 자라나는 과정에 있으니까 어느 정도 우리들도 이해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래도 그리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 마음을 품은 너.

... 우주에서 사랑받을 거야.

라는 메시지가, 그 한 마디에서 흘러나왔다.






채널링에서 들은 건 나무들이, ( 인간들의 행태를 보다 못해 ) 인간들에게 입을 닫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나무와 인간들도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었다, 고 했다.


그래서인지 나무들이 내게 먼저 말을 거는 법은 없었다. 다만, 내가 강렬한 마음을 보내면 - 나무들이 -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침묵하다 답한다는 걸 알았다.


참다 참다 인간들에게 마음을, 영혼을 닫아버린 나무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인 걸까.


비단 짧은 시간이었던 건 아니겠지. 인간들의 이기, 전쟁, 짐승처럼 서로 물어뜯으며 자연을 망가뜨린 일. 몇 백, 몇 천 년을 인내하다 마음을 닫아버린 거겠지.


얼마나 많은 인내가, 망설임이, 그럼에도 애정이, 슬픔과 통곡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결국 스스로도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 우리들은 도대체 이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한번은 길을 가는데 산에 송신탑이 꽂혀 있었다.

몸에 탑이 꽂혔다니.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팠을까. 미안해 산아. 멈춰서 산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왔다. 그때도 역시 마음이 너무 아파 울면서 서있었다.


( 지금은 사회생활을 하고 일을 하면서 가슴 차크라가 많이 닫혔다. 닫혔다 열렸다. 그때는 처음 가슴 차크라가 확 열려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던 상태 )


그리고 집에 왔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 우리들한테는 왜 (미안하다고) 말 안 해줘? ' 라는 말이 강하게 들렸다.


순간 베란다를 보니 아뿔싸, 베란다 뒷산에도 탑이 꽂힌 산이 있었다. (...)





신경을 안 쓰고 살아서 뒷산에도 탑이 있는 줄 몰랐던 것. (…) 가까이 있는 우리들한테는 안 해주고, 다른 산한테만 말해줘? 툴툴거리는 뉘앙스였다. 그때서야 나는 부랴부랴 미안하다고 뒷산에게도(?) 말을 했다.


그때 나는 나무들도 다 자비롭고 고요한 것만은 아니구나, 툴툴거리고 질투도 하고, 어떤 나무는 신중하고 어른스럽고, 어린아이처럼 좀 제멋대로인 (?) 나무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무들은 자신에게 단 한 번이라도 시선을, 말을 건넸던 사람을 평생 기억한다고 들었다. 마음으로 건넨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물론이고.






마음을 닫아버린 나무들. 그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결국, 마음뿐.


나는 이 지구가, 인간과 동물, 식물도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다. 결국 다 아픔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존재들. 결국, 우리는 다 사랑스러운 존재들.



나무들은 인간에게 마음(말)을 닫았지만 그건 바로 애정이 있었기에 상처도 커 그랬던 게 아닐까. 지금도 사실은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기를, 인간들이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고마워. 나무야. 그래도 여전히 우리들을

기다려 줘서.


내일 아침, 나무들에게 말이라도 한 번 걸어봐야겠다.


이 세상을 이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다른 따뜻함으로 바라보고 싶다.


                                     *


                        그림 - 류미영 작가


https://www.instagram.com/monster_city_ryu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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