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분들 중에 신내림을 받으신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의 공통적인 말씀은 늘 ' 써라. ' 였다.
작년 겨울부터 나는 글에 집중하지 못 했었다. 연애에 정신이 팔려서 마음이 산으로 가있었다. 그분들은 나를 볼 때마다 ' 네가 할 일은 글을 쓰는 거다. 지금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뭐 하느냐?
이 시기를 놓치면 결국 글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
써야 인연도 성공도 온다, 고 하셨었다.
물론, 마음이 산으로 가있던 나는 나는 네 알겠습니다, 말만 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도 하도 말을 듣지 않자, 어느 날부터 그
지인 분들을 보러 갈때마다 내 조상신 ( 할아버님, 할머님 ) 이라는 분들이 오셨는데,
' ( 글쓰는 ) 재능, 끼. 영감. (글로)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라고 너에게 우리가 준 것인데, 너는 왜 그걸 활용하지 않느냐? 넌 이번 생에 그걸 위해서 온 것이다. ‘ 고 하셨다.
나는 은연중 ( 쓰는 일은) 내가 타고난 거니, 쓰는 건 내 자유 - 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 같다.
그런데, 베풀고 살라고 내려주신 거였다니. 내 것이 아니었다니. 내 힘으로 얻은 게 아니었다니. 순간 부끄러움이 확, 일어났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조금 우습기도 하다. 이유도 알 수 없었던 (영적인) 경험들을 하고, 결국 그 고통들을 견디기 위해 썼었다. 쓰지 않으면 옥상으로 달려가 나를 내던질 것만 같았으니까. 그때의 나는 내가 왜 이런 고통들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글 역시 그러다 우연히 쓰게 된 거겠지,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영적인 경험들도 ( 카르마 청산을 위해 ) 준비된 일이었고, 글을 택할 것도 그 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거라니.
문득 든 생각은, 도대체 인간에게 운명이란 무엇일까. 왜 이유도 모른 채 고통을 겪어야만 하고 모든 해일들이 지난 후에야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어느 채널링에서 나에게 '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다. ( 운명을 ) 거스르는 자' 라고 했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그러나, 애초에 내 운명은 무엇이었을까?
어디까지 계획을 하고 온 거고, 그 삶에 얼마나 도달- 혹은 벗어나 있는 걸까? 어디까지가 내가 택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그 계획에 도달히지 못하면 내 삶은 실패했다고, 반대로 그 범위보다 훌쩍, 더 높은 곳까지 갈 수도 있다는 있다는 걸까?
선조님들의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분들이 쓰라고 해서 쓸 마음은 없다. 다만 역시 이 생에서
결국 가장 하고 싶은 건 글이란 것, 내 마음이 향한 곳이 글이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글을 쓰며 버틸 수 있었고. 이제는 글에게 그 빚을 갚고 싶다.
*
모든 파도가 지나간 후에야 사람은 미소 지을 수 있듯, 이 삶이 끝날 때쯤에야 그래. 그랬던 거구나 모든 걸 납득하고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지금 모든 걸 알 수는 없겠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뿐이다.
( 목표를 정했으니 ) 그곳으로 가볼 것. 발버둥 쳐볼 것.
햇살이 쨍하여 아름답다.
발버둥 치기에 좋은 날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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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류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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