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그리운 건 나였다, 고 깨닫는다.
자신으로 살지 못해서, 부모에게 얻어진 이름으로, 하나의 성별로 껍질을 두르고 살아가야만 했던 삶.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견디기 급급했던 삶. 그토록 내가 원하던 건, 다른 이름들을 벗어난 '진짜' 나와 만나는 거였다. 나로서 땅을 내딛고 바람을 흩날리며 걷는 일이었다.
그걸 타인을 향한 그리움으로 착각해 타자를 두드렸으니 아무리 해도 채워질 수 없는 목마름이었던 것.
그토록 오랜 시간 품고 살았던 타자를 향한 그리움이, 바로 자신을 향한 몸부림이었다는 걸 쓰면 쓸수록 깨닫는다.
자신의 너머까지 가보고 싶은 거라고, 뿌리를 향해 이 몸짓의 끝에 닿아보고 싶은 거라고, 이름도 나이도 업장도 벗겨낸 - 두 눈을 부릅뜨고 존재하는 나를 보고 싶은 거라고.
이토록 내가 나를 알고 싶어 했다. 이토록 나를 사랑하고 싶어 했다. 그토록 내가 원했던 그리움이, 간절함이 나였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누구일까. 누구길래 이토록 자신의 심부에 닿아보고 싶다 흐르고 있는 걸까.
쓴다는 건 신비이다.
다른 이에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렇다.
고개를 처박고 질식할 때까지 내 우물과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
처음에 툭, 툭, 가벼운 파동이었던 것들이 가지를, 뿌리를, 꽃잎을 흔들고
기어이 나로 살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버릴 거야 하는 기묘의 지경까지 다다르게 된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원고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있다.
어느 날은 쓰다 기절하듯이 잠들고 냥이들이 밥을 달라는 소리에 깬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로 다다르기 위한 일이라는 걸까. 누군가를 만나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일도.
그러나 그 뿌리는 결국 나. 지구에서 이시유라는 - 나라는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가 정말 누구인지, 어떤 영혼인지 알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일까. 누구길래 이토록 자신의 심부에 닿아보고 싶다 흐르고 있는 걸까.
쓸 수 있는 이 생에 감사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만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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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류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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