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나는 술독에 빠져 지냈다.
하필이면 언니가 가장 괴로워하던 모습이 잔상으로 남아 밤이면 언니의 방문을 굳게 닫고 열지 않았다.
혼자 남겨진 내가 걱정된 동생들은 번갈아 가며 집으로 찾아왔고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뻗어버리지 않으면 나는 아침이 되도록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날 역시 잠 못 들어 괴로워하던 늦은 새벽이었다.
언젠가 동생이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이 있는데 거기에 언니글을 써보라고 권유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브런치스토리 작가신청서에 글을 올렸다.
그렇게 나의 글은 시작되었고 글을 쓰면서 언니와의 지난 4년 반을 정리하듯 추억해 갔다.
술을 마시는 대신 꼬박 8시간 넘게 한자리에 앉아 한 편의 글을 발행했고, 눈을 뜨면 침대에 누운 채 몇 시간씩 핸드폰으로 글을 적는 시간들도 익숙해졌다. 글을 한 편 한 편 발행할수록 언니와의 추억들은 더 선명해져 갔고 그동안 썼던 항암일지와 언니와의 사진, 카톡 속의 대화들을 통해 나는 다시 그때의 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때론 웃었고, 때론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소리 내어 엉엉 울기도 했다.
언니의 핸드폰 속 남겨진 메모를 통해 그때의 언니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된 날엔 부끄럽고 미안했고 그날의 언니가 안쓰러웠다.
제일 힘들었을 당시 언니는 몇 번이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었던 것도 나는 언니의 메모장을 통해 알았다. 언니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얼마나 무섭고 견뎌내기 힘들었을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나에게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남겨질 나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왜.. 항상 깨달음은 한 발짝씩 늦게 따라와서 후회로 남게 되는 걸까.
언니가 곳곳에 남긴 흔적들과 마주할 때면, 나는 아직도 마음 한편이 아리고 시리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듯, 나에게도 언니의 아팠던 기억은 언젠가 아물고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들로 새살이 채워지겠지.
둘째로 태어나 첫째가 되어버린 나는,
어느덧 마지막 장을 써 내려가면서 남겨진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언니가 걱정했던 남겨진 나를 위해 더 씩씩해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끝으로 긴 글을 마치면서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준 동생과, 걱정과 사랑으로 나를 일으켜 세워준 지인들, 부족한 필력임에도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던 소중한 구독자님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매번 잠긴 목소리로 전화해서 글 잘 읽었다고 응원해 주신 부모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