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글을 쓰나요?
위 사진은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를 요약한 것이다.
조지 오웰은 《1984》, 《동물농장》등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인데, 본업은 언론인이었다.
소설은 순전히 4번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썼을 뿐이라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주려고.
대단하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주제도 없고 일관성도 없고 중구난방 쓰레기 같은 글을 왜 쓰고 있을까.
처음엔 무의미해 보이고 무기력한 내 인생을 이대로 보내기 싫어 뭐라고 해보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나이 들어서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고,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은 지속적으로 향상된다고 했으니 그걸 믿기도 했다.
소일거리? 이왕이면 보람된?
그렇다면 나는 조지 오웰이 말한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 중 1번 순전한 이기심으로 쓰는 건가 싶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고 간단히 설명되어 있는데, 조지 오웰 에세이에는 조금 더 설명해 준다.
<순전한 이기심>은 똑똑해 보이고 싶고, 유명해지고, 죽어서도 기억되고, 어린 시절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열망이라고.
이 동기는 강력해서, 자기는 이런 마음으로 글 쓰는 게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라고 까지 말한다.
신랄하다.
바로 위에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부끄러울 정도다.
과연 내가 조지 오웰이 말하는 '순전한 이기심'이 아닌 마음으로 글을 쓴 걸까?
'나는 그런 마음까진 아니고 그냥 쓴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분명히 나는 똑똑해 보이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죽어서도 기억되고 싶어서 글을 쓴 게 맞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글을 쓴 것도 맞다.
아... 마치 벌거벗겨진 채 거리에 내던져진 것 같다.
사실 나는 조지 오웰처럼 4번 정치적 목적으로 글을 쓰고 싶은 것 같다.
그의 투쟁적인 삶도 멋있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소설 형태로 글을 쓴 것도 천재적이다.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엄청나게 어려운 거라는 걸 갈수록 깨닫는다.
그리고 나는 그 어려운 걸 해낼만한 능력이 안된다.
여전히 마음만 앞선다.
그러니 마음은 4번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은데 현실은 1번이니, 내가 순전한 이기심으로 글을 쓴다는 사실이 이다지도 부끄러운가 보다.
(1) 순전한 이기심. 작가가 글을 쓰는 동기 중 하나는 허영심이다. 똑똑해 보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자신을 평가절하했던 사람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욕구로부터 기인한 특성은, 과학자, 예술가, 정치인, 법조인, 군인, 성공한 사업가 등 요컨대 최상층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나타 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개인적 야심을 버리지만 작가들은 끝까지 자기 삶을 살아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그대로 살아간다. 돈에 대한 욕심은 적어도 허영심 많고 자기중심적이다.
(i) Sheer egoism. Desire to seem clever, to be talked about, to be remembered after death, to get your own back on the grown-ups who snubbed you in childhood, etc., etc. It is humbug to pretend this is not a motive, and a strong one. Writers share this characteristic with scientists, artists, politicians, lawyers, soldiers, successful businessmen — in short, with the whole top crust of humanity. The great mass of human beings are not acutely selfish. After the age of about thirty they almost abandon the sense of being individuals at all — and live chiefly for others, or are simply smothered under drudgery. But there is also the minority of gifted, willful people who are determined to live their own lives to the end, and writers belong in this class. Serious writers, I should say, are on the whole more vain and self-centered than journalists, though less interested in money.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단어들과 그 올바른 배열. 한 소리가 다른 소리에 미치는 영향, 좋은 산문의 단단함 또는 좋은 이야기의 리듬에 대한 즐거움. 가치 있고 놓쳐서는 안 된다고 느끼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 많은 작가들에게 미적 동기는 매우 미약하지만, 팜플렛 작성자나 교과서 집필자조차도 비실용주의적인 이유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애완용 단어와 문구를 가지고 있거나 타이포그래피, 여백 폭 등에 대해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철도 안내서 수준 이상에서는 미적 고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책은 없다.
(ii) Aesthetic enthusiasm. Perception of beauty in the external world, or, on the other hand, in words and their right arrangement. Pleasure in the impact of one sound on another, in the firmness of good prose or the rhythm of a good story. Desire to share an experience which one feels is valuable and ought not to be missed. The aesthetic motive is very feeble in a lot of writers, but even a pamphleteer or writer of textbooks will have pet words and phrases which appeal to him for non-utilitarian reasons; or he may feel strongly about typography, width of margins, etc. Above the level of a railway guide, no book is quite free from aesthetic considerations.
(3)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 두려는 욕구로 글을 쓴다.
(iii) Historical impulse. Desire to see things as they are, to find out true facts and store them up for the use of posterity.
(4) 정치적 목적. ㅡ가능한 한 가장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함.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다른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사회의 종류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떤 책도 정치적 편견에서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한다. 예술은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은 그 자체로 정치적 태도이다.
(iv) Political purpose. — Using the word ‘political’ in the widest possible sense. Desire to push the world in a certain direction, to alter other peoples’ idea of the kind of society that they should strive after. Once again, no book is genuinely free from political bias. The opinion that art should have nothing to do with politics is itself a political attitu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