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행복을 미루지 않을래
2부. 꼭 이렇게 살아야 해?
14년이 걸렸다.
내가 이것을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을 이렇게 늦게 깨달은 것은 용기가 없어서일 것이다. 나 자신을 마주할 용기 말이다. 나름 열심히 한다며 애썼던 시간들이 버티기를 위한 노력이었는지, 아니면 단순 미루기였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물론 그 모든 시간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도 하지 않고 뭉개고 있었던 그 시간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퇴사와 휴직을 이야기를 이야기 꺼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잘 된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 정말 고마웠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내 상황을, 내 입장을 온전히 모르는 사람의 조언이 정말 나에게 맞는 조언일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지금껏 내가 오지랖을 떨면서 했던 수많은 조언들이 떠오른다. 내 나름의 선의였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또 성장했다!!’며 애써 정신승리를 해본다.
맞다. 까딱 잘못하면 정말 망할지도 모르는 선택이다. 퇴사를 한다고? 그것도 아무 준비 없이?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 그건 멍청한 선택이었다고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른다. 돈만 본다면 사업이든 뭐든 간에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고 그때까지는 기존보다는 무조건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니까. 이것도 잘 풀렸을 때의 이야기 일 뿐이다. 내가 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긍정 회로일까?
미생에서 말했다. 회사는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직장 생활만 경험해 봤으니까 밖의 세상에서의 삶이 명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죽어도 사망이고, 지옥에서 죽어도 사망이다. 어차피 그런 것이라면 죽는 자리 정도는 직접 고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 편이 더 재밌을 것 같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아무도 그러지 말라고 말린 적은 없다. 내가 그럴 생각도 안 했을 뿐이지. 회사를 나오는 선택이 더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생각을 했기에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돈을 안 벌 생각은 또 아니다. 나는 삶의 만족도를 위해서라도 돈이 있어야만 하는 사람이다.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고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래! 중요한 것은 행복이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오늘 행복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투자를 통해 미래를 꿈꾸는 것도 좋지만 지금의 행복을 버리는 것만이 내 삶이라면 너무 슬픈 것 같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다 보니 여러 관점이 바뀌게 되었다. 책에서도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문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원씽이라는 책을 볼 때도 투자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내 삶 전체를 놓고 보게 되었다. 가족은 잠시 시간을 내어 균형을 잡으면 되는 존재가 아니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그때는 그렇지 못했을까.
가족과 함께 갑작스러운 드라이브를 떠난다. 아무 걱정 없이 방아머리 해수욕장에 누웠을 때 무한한 자유로움이 다가온다. 더 이상 To do list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 30분 단위로 시간을 체크하며 나를 달달 볶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해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비로소 느끼게 된다.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