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내 삶. 그게 뭐더라
꿈을 찾다가, 나답게를 고민하다가 마침내 '행복'까지 왔다. 소소하지만 나의 숨겨진 나의 본모습이 버릇처럼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던 것들이지만 그런 순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도가 쌓여가고 있었다. 진정한 행복은 나를 아는 것에서 온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살짝이지만 미소 지을 수 있었으니까.
이런 미소 덕분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황량한 사막과도 같던 삶에서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 당연한 건데 왜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 것일까?
행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만족이든 기쁨이든 결국 내가 느껴야 한다. 막상 이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타인을 생각해야 한다는 위선이란 껍질이 벗겨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 미안하지만 솔직히 내가 가장 중요하다. 희생을 하는 것도, 노력을 하는 것도 결국 내 마음이 편하려고 하는 것이다. 가족이 가장 중요한 것도 맞지만 그래도 애초에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 가지에 솔직해지니 다음 것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 지금이 딱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를 배우러 가보자!'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도통 모르겠다. 고민해 봤자 답은 안 나올 게 뻔하기 때문에 그냥 뭐든 생각나는 것들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아니,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체험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체험 스쿠버다이빙, 체험 패러글라이딩, 그리고 체험 스카이다이빙. 수많은 체험을 통해 나는 성장했다고 굳게 믿었지만 체험이라는 말에는 혼자서는 하지 못한다는 것과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행동을 할 타이밍인 것이다.
우선은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었고, 평소에 글을 써오던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글쓰기를 떠올린 것이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한 번은 사람들이 나에게 글을 잘 쓴다고 칭찬했었다. 글이 술술 읽힌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었다. '내가 잘하는 게 있구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잘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글쓰기를 먼저 선택했던 것 같다. 귀찮아서 미루고 미뤄왔던 블로그를 24년 4월에 개설했다. 뭐라도 써야만 할 것 같았다. 부동산 투자를 주제로 시작했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가 한 번씩 튀어나왔다. '글을 쓰면서 나를 찾아가게 되는구나.'
블로그 이웃에게 타로카드 운세를 보게 되었다. 너무 재촉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지라는 조언을 들었다. 두리뭉실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라는 키워드에 꽂혔다.
『내면 꿈 쓰기 우행꿈』이라는 전자책을 읽었다. 전자책 자체에 불신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돈을 주고 읽었던 책이다. 순전히 내면의 목소리라는 그 단어 때문이었다. 자기 계발 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 다른 각도에서 내 삶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이 책 덕분에 내면을 마주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를 지켜보고 기록하니 마치 명상을 하는 것만 같았다. (명상을 안 해봤지만 대충 그런 느낌인 것 같다.) 그렇게 과거의 나를 엿보고, 현재를 관찰하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는 잊혔던 좌우명이 있었다.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 이제 와서 다시 경험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는 점에서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타이밍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운명인 것인가. 이럴 때마다 운명론을 떠올리게 된다.
적극적으로 경험, 아니 행동!!, 해봐야겠다는 기준이 생기니 그다음부터는 조금 수월해졌다. 뭐든 OK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전까지는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 삼아 거부했던 것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하나둘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무작정 부딪혀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사방에 씨를 뿌려봐야 어디서 싹이 올라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힌트라도 좋으니까 싫어하는 것이 튀어나와서 소거법으로 가도 좋으니까 어떤 반응이든 나오길 바랐다.
혼자만의 방 탈출 게임을 시작한 느낌이었다. 어둡고 캄캄한 방에 갇힌 상태로 나를 알아내야만 나갈 수 있는 그런 게임. 생각해 보면 어차피 게임이라면 즐겁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룰이 있고, 즐겁게 한다는 것이니까.
부동산 새벽공부반에 들어갔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는 루틴을 챙겨봤다.
블로그 이웃 분이 운영하는 꾸밍노트에 참가했다. 매일 아침마다 키워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모임인데 하필 키워드가 '진로'였다. 나는 나의 진로를 찾게 될 운명인 것인가.
그러던 와중에 육아휴직을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