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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가우디 건축물 기행

바르셀로나

by 명진 이성숙

가우디 건축물

빌바오에서 바르셀로나 가는 길은 버스를 선택했다. 장거리에 왜 버스를 탔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마드리드에서 산탄데르로 북상할 때 기차를 탔으니 남쪽으로 돌아가는 방향에 버스를 탔던 모양이다. 2인석에 혼자 앉은 사람들이 하나 둘 벌러덩 드러눕는다. 몇 시간을 달려야 하니 그럴 만하다. 버스 맨 뒷좌석에 앉은 나도 배낭을 베고 누워 버린다. 차창에 흰구름이 뜬다. 모처럼 맑은 하늘이다.





지중해 크루즈는 바르셀로나 출발, 바르셀로나로 회항한다. 바르셀로나에서 크루즈 승선 전 시간이 남는다.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방법으로 무엇이 좋을까. 나는 가우디 건축물을 돌아보기로 한다.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리고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다.

안토니 가우디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스페인의 건축가로 그의 건축 활동은 대부분 카탈루냐 지방에서 이루어졌다. 대표작 중 일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가우디 건축물은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곡선과 그가 고안한 독특한 건축 양식 트랜 카디스로 설명된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은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라 했던 그의 건축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곡선의 외관은 부드러운 바람을, 푸른색과 녹색, 노란색 타일로 장식된 그의 트랜 카디스는 햇살 내리쬐는 전원의 화려함을 담아낸다.



구엘 공원

가우디의 평생 후원자였던 에우세비 구엘이 돌산이었던 펠라다 산 일대를 주택단지로 개발하면서 그 설계를 가우디에게 맡긴 것이 구엘공원이다. 주택을 분양하던 시점에 시에서 또 다른 택지를 개발해 분양하는 바람에 구엘 공원 주택 분양은 실패로 돌아간다. 주택 60채를 지었으나 단 두 채만 팔렸는데 그중 한 채는 가우디 자신이 구입한다. 요즘 식으로 이해하면 미분양이 쏟아진 실패한 주택단지였던 것인데,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심미적 공원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동화 헨델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닮은 앙증맞은 건물 두 동이 바로 가우디가 살던 집이다. 현재 그의 집은 박물관으로 수위실은 기념품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금과 정치적 이슈로 방치되어 오던 공원을 1922년 바르셀로나 시 의회에서 사들이면서 구엘은 지금의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청록색 트랜 카디스가 아름다운 도마뱀 분수, 사람의 척추를 고려해 만들었다는 구불구불 긴 의자, 가우디의 집 등은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사진 스폿이다.

기둥을 통해 고인 빗물이 도마뱀 입을 통해 흘러내리도록 고안된 도마뱀 분수는 공원을 화재에서 보호해 달라는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도마뱀은 물의 상징이기도 하다. 구엘 공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톨릭 대성당

성스럽다는 뜻의 사그라다, 가족을 뜻하는 파밀리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스러운 가족 성당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건축을 시작해 10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앞으로 4,5년 후면 완공이다. 높이 구름을 뚫고 서 있는 크레인마저 성당의 일부인 듯 거대하다. 나는 크레인을 피하지 않고 성당과 함께 카메라에 담는다. 이 진행형의 외양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이다. 종국에 뾰족탑은 남을 것이지만 마무리를 남겨 둔 미완성의 이 순간만큼은 결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외양의 정교함에 놀라고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의 눈부심에 놀라고, 건물 안팎을 둘러싼 조각들의 스토리텔링에 또 놀라는 건축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다. 한 사람의 두뇌로 저 복잡한 구조를 계산해 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지경이다.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는 성당은 거대하고 장엄하며 섬세하고 치밀하다. 그리하여 기이하다….



카사 바트요

바트요 씨의 집이다. 바트요는 여러 개의 직물공장을 운영하던 부유한 사업가다. 바트요 씨 부부는 이 집 메인살롱에서 거주했고, 1954년 그가 죽은 뒤에는 그의 자식들이 각기 다른 층에서 최근까지 살았다. 건물은 모두 4개 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다.

건물은 파세오 데 그라시아 거리 43번지. 역시 트랜 카디스가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다. 카사 바트요는 건물의 기능성을 잃지 않으면서 가우디가 추구하는 자연을 닮은 디자인으로 완성된다. 건물 중앙에 안뜰을 두고 안마당을 향해 각 방의 화장실을 두었다. 거실과 안방은 정면을 향해 있다. 소파와 내구성 좋아 보이는 나무 의자, 옷장 등 실내 가구도 가우디 디자인이다.

카사 바트요의 상징이자 특징인 파사드(건물의 정면 외벽)를 살펴보자. 건물 정면에 있어 출입구가 되기도 하고 그 건물의 얼굴이자 첫인상을 결정하는 파사드의 궁극의 목적은 소통이다. 가우디는 카사 바트요의 파사드에 공을 들인다. 파사드의 눈썹 부분은 지중해의 파도와 몬세라트의 굽이치는 산세를 반영하는데 가우디는 자신이 원하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석고 모형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다시 부수었다 한다. 발코니를 두르고 있는 띠는 식물을 모티브로 한다. 창은 빛에 따라 다른 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 선명한 색의 유리와 세라믹으로 전체를 마감한다. 산화방지 처리된 철제 난간도 당시로는 앞섰던 공법이다. 중정을 에우르며 올라가는 계단도 예술이다. 중정엔 종일 빛이 들어온다.


비좁은 나선형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간다. 바트요의 옥상은 환풍구나 에어컨 실외기 정도를 놓아두는 허드레 공간이 아니다. 카탈루냐 지방 사람에게 옥상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모자 같은 공간이다. 카탈루냐 출신 가우디도 옥상 치장에 진심을 다한다. 면적은 300 평방미터. 옥상에 발을 딛는 순간 이곳이 공원인가 착각하게 된다. 스물일곱 개의 굴뚝은 나선형으로 모두 원뿔 모양 모자를 쓰고 있다. 모자 위에는 각각 다른 색의 모래로 채워진 투명 유리공이 놓인다. 굴뚝뿐 아니라 노출된 모든 벽면이 타일로 수를 놓은 듯 치장되어 있다.

비디오로 보여주는 바트요 구성 장면은 바트요가 바다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시사한다. 물감 알갱이가 모여 색을 이루고, 점차 면을 이루고, 요동치던 면이 곧 입체로 변한다. 카사 바트요다. 바다에서 건져 올려진 듯, 새 생명이 태어나는 장면인 듯 신묘하다.



카사 밀라

가우디가 설계한 공동주택으로 현재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카사 밀라 외관을 보고 시간에 밀린 나는 기념품 점으로 바로 들어간다. 무슨 정보라도 있으면 구입할 생각으로.

나는 가우디 건축을 사진 곁들여 설명한 책자 하나를 사들고 서둘러 항구로 향한다. 오후에 바르셀로나 항에서 지중해 크루즈에 승선한다. 마음이 또 다른 기대로 술렁인다.

구엘 공원 입구


좌측 위) 척추의 곡선을 고려해 디자인 된 긴 의자. 우측 위) 도마뱀 분수. 아래) 가우디가 살던 집


공사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외부.


카사 바트요 옥상. 바트요 씨 집이다.

가우디 디자인의 의자들, 카사 바트요 내부.

카사 바트요 외관.

물에서 영감을 얻은 카사 바트요 탄생 과정이 경이롭고 신비하다.


카사 밀라 전경

빌바오에서 바르셀로나 가는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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