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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복현 Aug 21. 2023

집도 조명발로 간지 납니다.

계약금도 포기하고 선택하는 집

2019년 강원도 원주 입주물량은 5400세대였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의 입주물량으로 34만 인구 도시에서는 어마어마한 물량이었다. 도심 외곽에 새로 지어지다 보니 도심에서 외곽 신축아파트로 이사들을 많이 가고 있었다.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이 넘쳐나고 있었다. 싸고 좋은 물건은 확실히 매력 있으니 나라도 이사 가고 싶을 정도였다. 



도심에 위치한 아파트는 초토화가 되었다. 특히 소형 아파트들은 불 꺼진 집들이 많았다. 낡은 아파트가 더 을씨년스럽기만 하였다. 이런 와중에 탑층이라는 조건은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더 불리한 것은 거주하던 세입자는 외국인 교수였는데 거주 중에는 사생활 공간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세입자를 구할 수가 없었다. 집을 보지 않고 결정할 세입자는 없기 때문이다. 공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출처 : 네이버



평창올림픽 발표하던 2011년도에 전세금은 4천만 원으로 시작하여 야금야금 올라 전세가격이  9500이 되었지만  중간중간 올려 받은 전세금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매매를 한다 하여도 9500 받기는 어려웠고 전세를 놓는다 하여도 역전세이기 때문에 현금으로 2~3천만 원은 내주어야만 하였다. 속 터지는 일인 것이다. 거래 자체가 깜깜무소식이라 어떤 결정을 하여야만 하였다. 구축이미지 가득한 상태로는 널려있는 싼 전세물건과 경쟁을 할 수 없었다. 


생각나는 단어는 “문제해결”이다.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할 것인가? 
매매든 전세든  뭐든 가능하도록.


  
그렇다면 인테리어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신축도 아닌 구축이고 복도식인데 거기 탑층이라는 못난이 3박자를 갖추었다. 모두 안 좋은 조건이지만 그런 단점을 뛰어넘을 무언가 필요하였다. 다행히도 “예쁘게 해 줄게”라는 말을 계속하는 욕실시공하는 분을 만났다. UBR욕실이어서 철거와 시공비용이 일반욕실보다 100만 원 정도 비쌌다.  UBR을 철거하면 화장실벽 한쪽이 사라진다. 다시 벽돌을 쌓아 벽을 만들어주는 공사가 필요하여 공사비가 올라가게 된다. 공사가 끝나면 우리 집 욕실은 투박하고 누리끼리한 UBR이 아니라는 장점을 얻게 되었다. 




욕실사장님은 말한 대로 욕실을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건조하게 쓸 공간과 물을 사용하는 공간으로 분리해 주었다. 욕실 공간 분리로 장점이 또 하나 추가 되었다. 주방 벽수전도 입수 전으로 내리고 나니 제법 예쁜 공간이 되었다. 거실과 방으로  사용되던  공간은 미닫이를 철거하고  넓어 보이게 하였다. 남향이라 아침 햇살이 깊숙이 들어올 수 있었다. 현관에서 바로 보이는 거실등은  예쁜 가지등을 달아 다른 집과 차별화를 두었다. 


주변물건이 신축이고 아무리 큰 평수가 말도 안 되는 소형 전세가격을 형성하고 있어도 출퇴근 거리 때문에 또는 전세금 2~3천만 원 때문에 이 집을 선택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예쁘게 꾸며진 집은 부동산 사장님들의 협조를 받아야 하였다. 이 물건에 대하여 중개에 관심 있는 부동산 사장님을 발굴하여야만 하였다.  당시에는 부동산 사장님들도 주변신축물건 중개에 바빠서 도심의 소형물건은 관심이 적었다. 최종 3~4명 정도 우리 집에 관심 가진 부동산 사장님과는 자주 연락하면서 진행상황을 공유하였다. 예쁘게 찍은 사진도 보내고 음료수도 돌리면서 소통을 하다 보니 부동산 사장님들과 친해졌다.





부동산 사장님들과 함께 온 예비세입자들에게 우리 집을 소개하는데 왠지 조금 부족해 보였다. 여기는 주방, 여기는 안방 위치설명과 탑층이라는 것 이런 객관적 위주로 설명을 하는 것이다.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여러 명이 계약을 안 하고 가버렸다. 전세가격이 높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을 내리지는 않았다. 원주에 머물면서 인테리어 관리를 하였으나 사실 우리 집은 경기도 이기 때문에 계속 원주에만 있을 수 없었다. 집으로 올라오면서 손님이 집을 보러 온다고 하면 2시간 뒤로 방문 약속을 잡고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2시간이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느 날 부동산 사장님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내려갔다. 평상시에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그 시간마저 아까웠기 때문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지금도 생각난다. 11시 30분 정도에 도착하니 이미 집을 구경하고 있었다. 신혼부부가 예정인 사람들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진짜 초 집중을 해야 했다. 그들의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무엇인지 체크하면서 열심히 우리 집의 사용설명을 하였다. 욕실은 건조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한 밤중에 화장실 갈 때 슬리퍼 신지 않고 맨발로 가도 된다(작은 러그를 깔아 놓았기 때문에 설명이 가능했다) 나는 신발 신고 화장실 가는 게 귀찮아 맨발로 가는데 자유로움을 느낀다. 벽과 변기 사이가 넓어 청소하기 좋다. 좁은 공간에 억지로 청소하다 허리 다칠 수도 있지만 넉넉하기 때문에 항상 청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안전사고는 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중간에 파티션이 있어 샤워해도 물이 넘어오지 않는다는 둥 ~ 욕실에서 할 말이 많았었다. 




거실천장에 설치한 일반적인 네모모양의 LED가 아니라 디자인이 가미된 가지가 달린 등이었다. 램프가 여러 개이고 전구색을 사용하여  포근한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하였다. 전구색이라 좋은 점도 설명하고 무엇보다 예쁘다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금전적으로 비용면에서 도움 되는 것도 천천히 설명하였다. 이전에 거주하던 분이 남기고 간 장롱과 화장대도 도움이 되는 도구들이었다. 에어컨 거치대도 새로 하려면 7만 원이나 내야 하지만 절약이 된다.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신혼부부가 더욱 좋아하는 걸 알게 되었다. 잠시 천재가 되어 우리 집에 대한 사용설명을  마구마구 쏟아내었다.




 분위기로 보아 바로 다음날이라도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소식이 없었다. 나의 설명도 내가 만든 인테리어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부동산 사장님들의 활약으로  좋은 소식이 있었다. 매수자가 나타난 것이다. 매수자는 나랑 똑같은 아파트를  매수한다고 이미 계약서까지 작성을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포기한 것이다. 포기를 하면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하는 손해까지 보면서 우리 집을 계약하였다. 우리 집이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리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우리 집을 선택한 것이다. 계약금까지 포기하면서 우리 집을 매수한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재미난 것은 매도가 되었는데 지난번에 집을 구경하였더 신혼부부가 전세계약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매수한 분은 투자자여서 전세 들어 올 사람이 필요하여 연결을 해주었다. 매매와 전세를 한꺼번에 가볍게 해결이 되었다. 매도 잔금 날짜와 신혼부부 입주 날짜가 맞지 않아  매수자에게 금융 문제도 도움을 주었다. 아마 100만 원쯤 사례비로 더 받은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매수자가 매수에 도움이 되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더 기쁜 것은 역대급 아파트입주 물량 앞에 매도가 최고가였다. 주변지에 5400세대 입주. 악성미분양 어마어마한데 최고가로 거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인테리어의 효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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