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요인
지난 글에서 우리는 결정 앞에서 마주치는 두 가지 감정, 긴장감과 고양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결정이 잘못되면 어쩌지?"하는 긴장감과 "이걸로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하는 고양감. 이 두 감정이 우리의 결정을 흔들어놓는다고요
누군가는 이것들을 '결정장애'라고 부르죠.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보려 합니다.
이것은 장애가 아닌,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위해 도전해야 할 과제들이니까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듣는 것도 좋은데요 특히 좋아하는 건 무대에 오르기 직전, 대기실 장면을 보는 겁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곡을 훑어보고, 다른 이는 구석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또 다른 이는 그저 멍하니 앉아있어요.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내면에서는 비슷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해요.
"더 준비할걸"
"다음에 나간다고 해볼까?"
"혹시 실패하면 어쩌지?"
"떨어지면 부모님이 실망할 텐데"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유퀴즈에서 본 건데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도 경기 직전에는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잡아 끌어내려 주길 바랐다고 해요. (평생을 준비한 순간 앞에서도 마음이 흔들리는 건 자연스러운 거겠죠?)
결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긴장감과 고양감을 거쳐 오디션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곡 선정, 연습 방법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 도망갈까 말까 하는 망설임이 이어지죠. 원하는 걸 스스로 선택했는데도, 막상 그 순간이 오면 도망가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명상 안내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많은 난관이 있었어요. 고민 끝에 창업을 결정했는데요.(그때부터 마음은 이미 벤츠 계약하러 가는 길).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일밤 창업 관련 영상을 봤어요. 자기계발서를 30권도 넘게 읽었습니다. 20대 창업가, 30대 억대 매출 사업가들의 이야기는 저를 설레게 하다가도 조급하게 만들었어요. 지금 당장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창업 커뮤니티에서는 무자본 창업을 추천했고 아는 대표님은 그래도 어느 정도 자본금부터 준비하라고 했어요. 컨설팅 전문가는 단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했고 브랜딩 전문가는 장기 전략부터 잡으라고 했습니다.
사실 창업이 처음은 아니었어요. 몇 년 전에도 학원을 창업했다 폐업한 경험이 있거든요. 그때 쏟아부은 시간과 돈, 에너지 그리고 상처입은 인간관계가 아직도 아물지 않아 좀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명상이 돈이 되겠냐'며 말렸어요. 돈이 되는 국어 강의를 계속하라는 충고도 많았습니다. 특히 제 강의가 런칭된 사이트의 차장님은, 내년에는 반드시 매출이 크게 오를 거라고 붙잡았어요.
제 마음은 무대 오르기 전 오디션 참가자들과 비슷했습니다.
"이번 강의까지 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릴까?"
"괜히 돈만 날리는 거 아냐?"
"망하면 남편 얼굴을 어떻게 보지?"
"친구들은 뭐라고 할까?"
"브랜딩 공부를 더 했어야 했나?"
나를 멈추게 만드는 목소리들이 있었어요.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밤을 새우고, 남들의 성공 스토리에 가슴 졸이고, 넘쳐나는 정보에 머리가 아프고, 과거의 실패가 발목을 잡고, 주변의 기대가 어깨를 누릅니다. 이런 마음들을 연구자들이 정리해 주셨더라구요. (역시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어요, 휴…)
1. 더 알아보고 결정해야 해
완벽한 정보 강박이에요. 연구에 따르면 완벽한 선택을 추구할수록 오히려 결정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해요.(80%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기억하세요)
2.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더 나은 기회를 놓칠까 불안해 하는 현상, FOMO(Fear Of Missing Out)예요. 30, 40대의 70%가 이런 불안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거죠.(지금 이 선택이 완벽한 선택일 필요는 없어요 .그저 ‘조금 더 나은’ 정도면 충분합니다.)
3.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파
선택지 과부하입니다.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는데요. 한 마트에 24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보다 6종류만 진열했을 때 구매율이 10배나 높았대요. (우리가 선택장애를 겪는 게 당연하네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결정을 방해한다는 걸 보여주죠. (선택지를 3개로 줄여보세요. 진짜 마음이 가는 것만 남기는 거예요.)
4. 지난번에도 실패했잖아
과거의 그림자예요. 과거의 실패 경험이 현재의 판단을 흐리는 거죠.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달라졌어요!)
5. 주변에서 다들 뭐라고 할까?
타인의 기대입니다. 주변의 기대와 압박이 우리의 진짜 목소리를 가릴 때가 많습니다. (진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세요)
이 다섯 가지 목소리는 마치 여러 개의 내비게이션을 동시에 켜놓고 동승자를 태운 채 운전하는 것과 같아요. 실시간 정보를 계속 새로고침 하면서(완벽한 정보 강박), 다른 길이 더 빠르진 않을까 불안해 하고(FOMO) 너무 많은 추천 경로에 혼란스러워하고(과도한 선택지) 한 번 막혔던 길을 피하려 하고(과거의 족쇄) 동승자의 의견에 흔들리기도 하죠(타인의 시선).
얼마 전,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스타필드를 갈 때 습관처럼 켜던 내비게이션을 끄고 운전해본 적이 있어요. 길이 막히기도 하고 한 번은 길을 잘못 들기도 했지만 결국엔 도착했습니다. 때로는 정보나 조언이 꼭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더라구요.
지금 당신의 마음 속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나요? 이 목소리들이 항상 부정적인 건 아니에요. 때론 우리를 보호하고 성장시키기도 하죠. 중요한 건 이 목소리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그 목소리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으며, 지금 당장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냥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한번 해봅시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마침내 무대에 올라 노래하기 시작하면, 모든 불안과 걱정이 사라지고 오직 음악만이 남을 거예요.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처럼. 저는 우리의 결정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완벽한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길을 걸어가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거니까요.
오늘의 체크리스트
나를 붙잡는 목소리는 어떤 것인가요?
그 목소리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첫 걸음은 무엇인가요?
다음 회차 예고: 타인의 시선과 내 진짜 결정 사이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다음 편 〈타인의 시선과 내 진짜 결정 사이에서〉에서는 우리를 붙잡는 다섯 번째 목소리, '타인의 시선'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 나눠볼게요. 그때까지 우리, 너무 완벽하려 하지 말아요.
팟빵에서 명상 팟캐스트를 월별로 주제를 정해 진행하고 있어요
9월 : 집중력과 생산성
10월 : 내면의 균형과 정서적 안정
11월: 감사와 포용
-> 5분 정도의 가벼운 수다 + 10분 내외의 편안한 명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