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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신호를 놓치면

시선에서 신호로, 알아차림

by 나나쌤


지난 글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시선들에 가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요. 바로 우리 안에서 울리는 작은 신호들입니다.
우리는 늘 밖에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답은 때로, 어쩌면 꽤 자주 우리 안에 있어요.


5년 전의 일인데요

저는 수업을 하다 쓰러졌습니다. 4시간 연강 중 2시간째였어요. 학생들 말로는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이어가던 제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더니 주저앉았다고 했습니다. 정신이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보강은 언제하지’였어요.(그때의 저는 이 열정적인 모습이 꽤 자랑스러웠습니다.)


저의 시선은 늘 외부로만 향하느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답답하면 커피를 마셨습니다.

어지러우면 초콜릿을 먹었어요.

이명이 들리면 음악을 크게 틀었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다들 이 정도는 겪으면서 사는 거지……



마음의 신호등이 켜졌는데

저의 명상 수업을 듣던 지연님은 초보 원장님입니다. 새로 학원을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했어요. 홍보물도 강사 채용 공고도 자꾸 미루게 된다고요.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자기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금 몸의 어느 부분이 가장 불편해요?"

"... 어깨요. 마치 누가 바위를 올려놓은 것처럼."


우리 몸은 정직합니다. 마음의 신호를 가장 먼저 몸으로 표현해 내요.


걱정은 생각이기 전에 먼저 몸의 감각입니다.

불안은 관념이기 전에 먼저 근육의 긴장입니다.


지연님의 어깨도 오래전부터 무거웠을 겁니다.

처음에는 손톱만 한 돌멩이였다가 조약돌이 되고, 바위가 되었을 거예요.

알아차림이 늦어질수록 신호는 더 커집니다.

할 일을 미루고 선택 앞에서 도망가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이미 한계에 도달한 몸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였다고, 저는 생각해요.


결정 앞에서 몸이 보내는 힌트는

우리는 ‘생각’에 익숙합니다.

뭘 해야 하는지, 왜 이러는 건지 의문이 들 때면

생각이 답을 줄 것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때로는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조차 우리는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또 생각하려고 하죠.


그럴 땐 몸의 감각을 보시면 좋겠어요.

몸이 뭐라고 이야기 하나


처음에는 대부분 "아무 말도 안 하는데요?"라고 합니다.

괜찮아요. 고요함도 하나의 소리니까요. 잠시 기다리면 하나둘 들리기 시작합니다. 가슴이 조이는 느낌, 발끝이 차가워지는 감각, 숨이 막히는 기분...


신호와 소음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는 카톡알림과 같이 주의를 뺏는 신호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내 몸의 작은 신호는 쉽게 묻혀버립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아요. 계속해서 이야기를 건넵니다.


때로는 어깨의 무게로

때로는 턱의 긴장으로

때로는 가슴의 울렁임으로


명상에서는 몸의 신호를 읽는 것을 '바디스캔'이라고 부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내 몸의 감각을 살펴보며

지금 이 순간 내 몸의 소리에 집중하는 연습이에요.


이 작은 습관은 우리에게 결정의 순간,

필요한 답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무서운데 편해진 이유는

지연님은 이후 저와 함께 몇 번 더 명상 수업을 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어깨가 뭉쳐 있던 건, (요가를 빼먹어서가 아니라) 막연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월급을 받던 입장에서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무서웠대요.


"지금도 무서워요. 월세 못 내면 어떡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어요."

지연님은 말했습니다.

"책임감에 짓눌려 있었구나 알고 나니 심장이 저릿하면서 뭔가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졌요, 아… 아니, 해보고 싶어졌어요. 뭔가 하나 떠올랐거든요.”


신호를 알아차리면 자신을 이해하게 돼요.

자신을 이해하면 다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신감이 찾아옵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는 읽어야만 하는 숙제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저 오래된 친구가 보내온 편지라고 생각해 주세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몸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때로는 잊고 있던 소망을.


[오늘의 작은 실험]

지금 이 순간, 잠시 눈을 감아보세요

당신의 어깨는 어떤가요?

호흡은 어떤가요?

가슴의 느낌은 어떤가요?

— 서두르지 마세요. 친구의 이야기를 듣듯이 천천히 다정히 귀기울이면 됩니다 :)




다음 주에는 이 작은 속삭임이 어떻게 우리의 힘이 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때까지 혹시 시간이 난다면, 잠들기 전 고요한 순간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세요. 하루의 소음이 잦아드는 그때, 당신의 몸이 전하는 이야기가 들릴지도 모르니까요.


#결정의여정 #알아차림 #마음의신호 #바디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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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