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할 소식을 듣게 되었다.
6개월간 내가 해온 '보조'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자격증을 위한 선행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인정되는 경력에는 '인턴', '실습'만이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전개에 함께 일하던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도, 학부에서 지도해 주셨던 교수님도, 나의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주셨던 해당 협회에 계셨던 교수님까지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소속이 같은 옆 학교 사회복지실에서는 ‘인턴’이라는 명칭으로 채용하여 경력인정이 되지만 '보조' 사회복지사라는 명칭으로 뽑은 우리 학교의 경우 정식 채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인턴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차이는 '명칭'뿐이었다.
공고를 올릴 때 '보조'라고 명시한 부분이 이렇게 큰 차이를 가져올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
공고를 올린 학사사 선생님도 교수님들도 당황하여 구제책을 찾으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이 경력은 인턴이 아닌 일반 경력이기 때문에 자격증 선행경력으로 인정받으려면 3년을 일해야 합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인턴 혹은 실습으로 전환하여 추가 경력을 쌓으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건 예전과 같았지만, 아무것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짧게만 느껴졌던 2시간 반의 통근도, 열정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열정페이도 이제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다.
게다가 3년이라니…. 월 30만원으로 1년도 아닌 3년을 버티라는 것은 무리였다.
다음 학기부터 당장 인턴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말씀에도 나는 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평균 4시간여의 수면시간과 고된 투잡, 쓰리잡으로 몸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나는 앞으로 2학기 더 이 일을 계속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사회생활은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훗날 일이지만 4대 보험 선택의 나비효과로 나의 첫 번째 직장은 지금 나에겐 없는 경력이 되어버렸다.
4대 보험을 들지 않았으니 공적인 서류로도 증명이 안 되고,
지금은 복지실도 사라지고 관련 기관도 공공에 흡수되어 버려 이전 자료를 찾기 힘들어졌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볼 줄 알았던 어리석은 새내기의 실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는 실수들로 가득한 첫 번째 직장생활이었다.
요건에 대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조건에 대해서 생각지도 않고 열정만으로 들이댔던 시작부터,
4대 보험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지 못한 채 한 어리석은 선택까지….
하지만 그렇게 어리석고, 순진하고, 열정만 가득했던 그때를 돌아보면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