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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구름에 휩싸인 산을 바라보면?

(강토에 서서 산하를 바라보다 제4화)

by 오해영

고대인에게 산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 주는 장소이고 죽은 뒤 영령이 산에 머물며 자손들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또한 산은 산신이 사는 신성한 공간이고 정신과 육체를 닦는 수행의 장소로 여겼다.


더욱이 바닷가에 있는 산 또는 바다와 가까운 산은 내륙지역에 있는 산보다 더 신비하고 성스러운 장소로 이러한 산은 생로병사의 현실 세계와 늙지 않고 병들지 않은 신선이 사는 이상세계의 경계라고 생각하였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이런 공간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면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한국의 경우 산 바다 하늘을 아울러 신성한 공간으로 믿었고 중국의 경우 영생 불사하는 삶이 있는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라 여겼다.


중국, 바닷가 산 이름에서 영향받은 지명


바다와 연해있는 산에 대해 신성하고 신비한 장소라고 여겨 천天 옥척屋脊 용龍등 글자를 사용하였다. 이런 생각은 발해만과 산동반도의 바다에서 시작하였으며 세월이 흐르면서의 신선이 살고 있다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이 개념이 해안을 따라 중국 남쪽 바닷가 지역으로 확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산동반도 바닷가 지역의 산 이름에서 영향받은 행정지명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남쪽바닷가로 퍼져갔는데 아마 중국영토의 확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산동반도의 경우 노산이 대표적인데 이 산은 산동 동부 평원지역에 솟아있고 바다에서 일어난 구름으로 싸이면 신비한 이미지를 자아냈다. 그리하여 신선 활동의 지역으로 인식되었는데 아마 태산의 신선 사상 영향 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청도 노산구 : 노산 - 방사활동 중심지 무체현 : 무체산 - 우임금이 산 아래로 강물을 흐르게 함

제남시 역하구 : 력하산 - 순임금이 직접 농사지음


강소 안회 지역의 경우

탕산현 : 탕산 - 평원지역에 솟은 산으로 유방이 망탕산에서 백사를 죽이고 거병

도현 : 회계산에 있는 도途산 - 우임근 묘


강소성의 경우 상주시 금단구 : 모산 - 무측천이 금산을 금단으로 개명


절강상 대주시 황암구 : 왕만평 도사가 황색암반에서 승천 대주시 천대현 : 천대산

남경 서하구 : 서하산 상해 보산구 : 보산


절강 주산시 대산현과 승패현 : 신선추구와 송나라 시대 동남아와의 해상교류 및 불교 활동


지명 지도.png


한반도 바닷가 산 이름과 지명


한반도에서 신선 사상과 관련된 장소나 흔적은 주로 명산이나 기암괴석에 신선이 살았거나 머물렀다는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산을 예로 들면 영도 봉래산은 옛날에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외딴섬으로 항상 구름에 싸여 있었다.


그래서 신선이 안개와 구름 속에서 옷자락을 날리며 오간다고 여겨 봉래산이라 했다. 신선동은 1885년 첨사가 봉래산 기슭에 위치하여 마치 신선이 사는 곳과 같다고 하여 명명하였다. 테종대의 두 바위 중 한 곳이 신선암인데 이 역시 유사한 인식의 결과이다.


산 이름에서 비롯된 한국과 중국의 행정 지명의 많고 작음

우선 강토의 크기를 생가해볼 수 있다. 중국은 영토가 매우 넓고 산맥이 거대하게 뻗어 있어 명산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였다. 한국의 경우 국토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고 산맥은 중국처럼 거대하지 않아 랜드마크 역할을 할 후 있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산은 많으나 생김새가 비슷하다 보니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존재로 여겨 특정 산이 지역의 상징으로 독점되기 어려워 특정 지명으로 쓰이기가 마당치 않았다.


그다음으로 행정제도의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은 진한秦漢 이후로 군현제가 정착되어 산맥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을 설정하였다. 이는 곧 산맥이 행정구역 경계선이 되어 지역 지명에도 산 이름의 쓰임이 필요하였다. 한국의 경우 군현제의 정착이 중국보다 상당히 늦은 조선시기이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명산은 국가 의례와 연결되고 권위·통치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지명에 반영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경우 산악숭배와 제사가 있었지만 불교 도교 영향이 커서 산 이름은 산 자체에 존재하였고 행정지명에는 쓰임이 적었고 간혹 사찰 성곽등의 이름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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