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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파파 Jul 07. 2023

개구리 소리는 장맛비를 타고

비의 계절에

장대비 속을 우산을 받고 나갔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아서

마냥 아파트 단지를 걷는다.


며칠간 계속된 폭우로

온통 눅눅한 세상이지만

이렇게 걷는 나를 보면

빗소리에 홀린 게 분명하다.


자동차 천장에,

발코니 창문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좋지만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그중에 최고다.


큰길 가에 차들이 물을 가르며

달리는 소리도 나름 괜찮다.


옆 단지 차량에 경보가 울리는지

자동차 한 대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빵빵거린다.

음~ 조금 거슬리지만 빗소리에 집중한다.

잠깐 그런데 어디선가 개구리 소리가 들려온다.

한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는 될 것 같다.


여름날, 장맛비에 개구리 소리라.

그것도 이런 아파트 단지에서.


저 정도 소리면 논에서나 날법한데

근처에 논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단지 뒤쪽에 논이 한 배미 있었던 것 같다.   



그래 아파트 보다 논이 먼저 있었지

이 자리가 원래 논밭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곳의 원래 주인은

개구리들이네.

아파트 짓는다고 마구마구 파헤쳤겠지.


그 생각을 하니 저 울음이

주거 침입에 항의하는  

개구리들의 시위 소리처럼 들린다.


나라도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까.


……

…..

….

..

.


‘미안해’


이 말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어쩌지


’그래도 힘내 ‘    이것도 좀.


뭐라고 하지.



‘우리가 잘못했어’


해 줄 말이 없네.

..

..

..

.

.

.

.

.

..

..

.

.


내 년 여름에도

여기서 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울다 울다 지치면 한 마리 두 마리

어디론가 떠나가겠지.

.

..

.

’그래도 버텨봐 ‘

.

.

.

.

아냐 이것도 아니데.



신경 끄고 그냥 듣자.

이 척박한 땅에서 버티며

때 맞추어 이렇게 멋진 노래를 들려주는

개구리들이여.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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