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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규칙과 유추를 넘어서

by 장원희

Ⅰ. 서론


오늘날 단어 형성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매체의 확장으로 신어의 생성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요즘, 이 새롭게 생겨나는 단어들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다. 예시로는,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운 ‘때밀이’의 분석이 있다. 때밀이를 규칙의 차원에서 첨가와 결합의 규칙이 작용하여 형성되었다고 본다면 ‘[때밀]+-이’로, 반면에 유추의 차원에서 대치가 일어났다고 본다면 ‘[x밀이]->[때밀이]’의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두 가지 관점은 분명 같은 단어를 대상으로 했지만, 중점을 두는 요소가 달라 분석된 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규칙을 중심 분석대상으로 삼았던 생성형태론에는 문장 형성의 원리를 단어 형성에도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담겨있다. 이는 1990년 중반까지 형태론의 주를 이루던 관점으로, 이후 1990년 후반에 생성형태론에 대비되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유추를 중심으로 하는 인지형태론이다. 이름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인지형태론은 단어가 형성될 때의 인간의 심리적 작용에 집중한다.

이번 학기 단어 형성에 대해 많은 부분 다루며, 문장 형성의 관점에서 단어 형성을 바라보려는 시각이 존재함을 느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서 다룬 규칙과 유추는 각각 어느 면에서 문장 형성 과정과 유사한 면을 갖고 있음을 고려해 봤을 때 규칙과 유추 또한 단어 형성에 어떤 문장 형성의 원리를 적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형성과 단어 형성 과정에 유사성이 다수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단어 형성을 문장 형성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사고에는 둘 사이의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기제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에서는 단어 형성의 주 관점이라 여겨지는 규칙과 유추의 특성과 문장 형성과의 관계를 알아보고, 어떻게 단어 형성을 바라보아야 할지 고찰해보고자 한다.


Ⅱ. 규칙에 기반한 단어 형성과 문장 형성의 유사성


규칙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이 관점은 ‘X+Y->XY’을 단어 형성의 기본 도식으로 본다. 새로이 형성하고자 하는 단어가 있을 때 필요한 것은 단어를 이룰 적절한 구성 성분을 찾는 일이다. 이 구성 성분은 단어 자체가 되기도 하며, 단어를 절단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앞의 경우에 해당하는 예시로는 ‘말+소->마소’가, 뒤의 예시로는 ‘라/(면)+(떡)/볶이->라볶이’가 있다. 이때 규칙에서의 구성 성분은 형성된 단어보다 클 수 없으며, 이러한 성분들이 기계적, 자동적으로 결합하고 합성되어 새 단어를 만들어낸다고 보는 것이 규칙론의 관점이다.

즉, 규칙에 의하면 결합과 합성으로 단어를 형성하므로 만들어진 단어는 기존 단어보다 크다. 이로써 규칙을 통해 형성된 단어는 통합관계에 기대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또한, 형성된 단어는 구성 성분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며, 이에 독립하여 존재한다. ‘벽+돌->벽돌’을 통해 이를 살펴보자. 우선, 두 단어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벽돌’은 각각의 단어보다 크기가 크다. 또한, ‘벽돌’은 ‘벽’ 또는 ‘돌’이 갖는 의미구성과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저 ‘벽을 이루는 돌’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관계를 갖는다.

이 규칙의 과정이 문장 형성의 과정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일상에서의 발화는 문장 형성의 연속이다. 하나의 문장을 말할 때, 필요한 사고는 다음과 같다. 1.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생각한다. 2. 이를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단어들을 구상한다. 3. 조합하여 원하는 발화를 이루어낸다. 즉, 알맞은 요소를 취사선택하여 어휘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이 둘은 서로 유사한 특성을 가짐을 알 수 있다. 또한, 통합관계에 기대어 작용한다는 점 역시 단어를 쌓아 형태를 만드는 문장과 유사한 부분이다. 형성된 단어와 구성 성분과의 관계 역시 완성된 전체 문장과 그 문장 속 한 단어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그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Ⅲ. 유추에 기반한 단어 형성과 문장 형성의 유사성


다음은 유추에 대해 살펴보겠다. 유추는 ‘XY->ZY’를 단어 형성의 과정으로 본다.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ZY’의 뜻을 가진 단어를 표적으로 삼은 후, 이와 동일한 의미구조를 지닌 ‘XY’의 단어를 떠올린다. 이후, ‘X’를 ‘Z’로 대치하며 ‘X’와 ‘Y’의 관계를 ‘Z’와 ‘Y’의 관계로 작용하게 한다. 예시로는, 신어 ‘인바디->눈바디’가 있다. 기계나 수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 보이는 모습을 통해 신체를 가늠한다는 뜻을 지닌 단어를 만들기 위해, 체성분을 수치화하여 신체의 상태를 확인하는 ‘인바디’라는 단어를 떠올린 후 적절한 대치를 거쳐 ‘눈바디’라는 단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인간의 인지작용을 통해 표적단어를 구성해 나간다고 보는 것이 유추론의 관점이다.

유추에 의해 대치로 단어를 형성하므로 만들어진 단어는 대치가 이루어지기 전 만들고자 하는 단어와 유사한 구조를 가졌다고 파악되는 단어와 크기가 같다. 이는 유추로 형성된 단어가 대치의 작용을 통해 수평적인 계열관계를 맺음을 보여준다. 또한, 형성된 단어는 기존 단어 내의 의미 구조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밀접한 관계성을 보인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유추를 통해 형성된 단어 ‘팔찌->귀찌’에서 이를 확인해 보자. 우선, ‘귀찌’는 ‘팔찌’와 크기가 같으며, 계열관계를 갖는다. 또한, ‘귀찌’의 의미가 ‘귓바퀴에 끼는 금‧은‧백금‧구리 따위로 만든 고리 모양의 장식품’인 것은 ‘팔목에 끼는, 금‧은‧옥‧백금‧구리 따위로 만든 고리 모양의 장식품’라는 의미를 갖는 ‘팔찌’와 유사한 의미 구조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유추의 과정 또한 문장 형성 과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속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를 생각해 보자. 이는 ‘낮말은 새가 듣는다.’, ‘밤말은 쥐가 듣는다.’의 두 문장이 이어진 형태이다. 두 문장은 그 형식이 매우 유사하며 어떠한 말을 무언가는 듣는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비록 주로 한 요소에서 대치가 일어나는 유추의 과정과 달리 앞서의 경우 두 부분에서 교체가 나타나지만, 구성 단어 중 ‘낮말’, ‘밤말’은 사실상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기에 주체인 두 동물에 주목해 보겠다. 주체를 제외하곤 같은 뜻을 가진 문장을 만들기 위해 문장의 주어만을 ‘새’에서 ‘쥐’로 바꾼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이와 같이 성분만을 바꾸어 목표하던 어휘를 만든다는 점에서 유추 또한 문장 형성 과정과 유사한 특성을 지녔다고 보았다. 또한, 계열관계를 맺는 것 역시 앞서의 속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문장은 크기가 같으며, 내부의 의미구조 또한 동일하다. 단어에서의 대치를 문장에선 다른 문장으로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만들어진 문장은 기존의 문장 속 의미 구조에 기반을 두기에 이러한 점 또한 유추와 문장 형성의 유사점이라고 볼 수 있다.


Ⅳ. 문장 형성 관점의 한계와 근본 기제의 제안


규칙과 유추가 이처럼 문장 형성 과정과 유사한 면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만, 단어와 문장이라는 서로 다른 층위의 대상을 하나의 요소를 기반으로 다른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에는 문장이 단어보다 언어 체계의 기반적인 부분을 이룬다는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문장은 단어로 구성된, 어찌 보면 단어의 배열이며 앞서의 전제를 단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즉, 단어 형성을 섣불리 문장 형성의 관점만으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칙과 유추가 단어 형성 과정에 있어 강력한 도구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해 어떻게 논의할 수 있을까? 무척 간단한 발상이나, 규칙과 유추의 관점을 넘어서, 단어 형성에 근본적으로 작용하는 어떠한 기제를 설정해 두는 방법을 고찰해 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단어 형성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기제는 단어와 문장 각각에 고유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천적인 언어 능력 전반에 걸쳐 관통하는 구조적 토대이자 원리로써 기능한다. 그렇기에 규칙과 유추는 이 기제를 반영한 두 가지 방식이며, 단어와 문장이 공통적으로 유사한 형성 방식을 가지는 것은 바로 이 기제의 작용 때문일 것이다.


Ⅴ. 기제를 통한 언어 형성의 재해석


하나의 단어를 형성할 때 어떤 관점이 작용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형성 당시의 의도와 감각을 읽어내야 한다.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쪽의 사고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가죽옷’은 규칙의 관점으로, ‘휴지걸이’는 대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그렇지만, 이 규칙과 유추를 앞에서 상정한 어느 기제의 방식 중 하나라고 본다면 이 같은 구분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규칙과 유추는 그저 조건에 따른 기제의 한 작용 과정으로, 서로 다른 관점이 아닌 서로 다른 조건에서의 방식으로 여겨질 수 있다.

요즘 새로이 ‘혼성’이란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빈번하게 형성되는 신어에는 이 과정으로 형성된 ‘혼성어’가 다수 존재한다. 그런데 이 혼성을 살펴보면, 규칙의 방식인 결합과 유추의 방식인 대치 모두와 공유하는 특성이 있다. 혼성은 ‘라/(면)+(떡)/볶이->라볶이’ 혹은 ‘용/(산), 망/(원동)-+-리단길’ 등으로 결합이나 대치가 일어나기 전 절단이 선행되는 과정인데, 절단 후에는 어느 한 방향으로 고정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형성자의 의도를 따라 방식이 선택된다. 이러한 점은 기존의 규칙과 유추의 경계, 그리고 혼성의 정체성을 다소 모호하게 하는 편이 있으나 이 또한 앞서의 기제를 설정하면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앞에서 일어난 조건에 따른 과정에 모종의 이유로 절단만 추가하여 일어났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점들을 보았을 때, 이 기제는 단순히 방식을 넘어 인간의 심리적인 기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것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교재에 기재돼 있는 ‘의미론적 빈칸’과 유사한 종류의 작용일 수 있다고 파악한다. 한국어의 핵이 대부분 단어나 문장의 오른쪽에 있는 것도, 우리가 사용하는 주술관계도 이 기제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Ⅵ. 맺음말


인간은 자연스러운 언어기제와 활동으로 단어와 문장을 창조해 낸다.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 일어나는 이 행위 속에는 분명 뿌리가 되는 기제가 있을 것이다. 동일한 교육을 받지 않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학습하더라도 언어 행위에서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건 어떤 호흡이나 대사의 작용처럼 근본적으로 존재하는 기능의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 언어의 형성에는 많은 규칙과 제약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여전히 틀에서 벗어난 불규칙적이라 여겨지는 언어들이 있다. 바로 우리의 근본적인 능력을 밝혀냈을 때 이 역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심리적 차원의 연구는 실체가 없고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만큼 언어학이 계속해서 개념을 새롭게 만들고, 수정하고, 다시 구성해나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로는 언어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은근하게 작동하기에,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기제들이 있을 수 있다고 느꼈다. 이번 학기 형태론 수업을 통해 그 가능성을 더 가까이 실감했다. 우리의 언어 능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속에 어떤 기제들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수많은 언어학의 난제들 또한 그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이선영, 「국어의 혼성어와 대치에 대한 관견」, 『우리말글』 제95집, 2022, 우리말글학회, 59-81쪽.

정한데로, 「規則과 類推, 다시 생각하기」, 『어문연구』 제44권 제3호 통권 171호, 2016. 한국어문교육연구회, 99-126쪽.

채현식, 「대치(代置)에 의한 단어형성」, 『형태론(Morphology)』 제5권 제1호, 2003, 형태론, 1-21쪽.

최형용, 「'킥라니'형 신어 혼성어에 대하여」, 『언어와 정보 사회』 제46권, 2022, 서강대학교 언어정보연구소, 27-68쪽.

황화상, 「단어형성 기제로서의 규칙에 대하여」, 『국어학(國語學)』 제58권, 2010, 국어학회, 61-91쪽.



과제 목적 : 1학기 전공선택 감상문? 같은 보고서

제출 시기 : 2025년 6월

참 좋아하는 교수님이었습니다. 제가 어학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는데, 대학에 와서 이 교수님의 어학 수업을 두 번 듣고 어학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보고서 쓰려고 검색할 때마다 교수님이 쓰신 논문이 늘 주르륵 떠서 존경스러웠네요... 종강 후 감사한 마음에 메시지를 보내니 아래와 같이 답을 주셔서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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