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고른 날이 비요일이에요. 오늘은 미시시피 동쪽 끝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아미카롤라 폭포를 만나러 갑니다. 체로키인디언들이 '굴러 떨어지는 물들'이라 노래했던 물 파편들의 멋들어진 춤사위에 홀딱 반하러 가는 길이 멀고 험하여 은하수는 하늘이와 집에 두고 가이드로 호세만 동행해요.
애틀란타 주립공원은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떠나는 길엔 화창과 마주했는데 주차료 5불을 내고 통과하자마자 금세라도 험상궂은 비구름이 왈칵 쏟아질 듯 막아섭니다. 누구도 우산을 챙기지 않았네요. 비 오면 맞을 수도 있지, 자연에서 당연하게 맞아드리는 이치를 나만 어색해서 자꾸 머리 위로 손이 올라갈 뿐이에요. 비를 맞으며 걸어 오르는 동쪽 트래킹코스!
호들갑스럽지 않은 사람들처럼 야단스럽지 않은 산오름길이 이어집니다. 친절하지도 않으며 배려조차 필요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산길이에요. 주말이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여럿 보여요. 앞서 두 아들을 동반한 아버지가 자꾸 뒤처지는 아들의 등을 커다란 소리로 밀어주며 오르느라 온 산이 떠들썩해요.
한 시간쯤 걸어 오른 정상 위엔 평온해 보이는 개울이 있어 아늑하며 잔잔한 풍경에 저절로 물들어버립니다. 굴러 떨러지는 물들의 시작점일 뿐 진짜를 만나려면 우리도 굴러 떨어지듯 내려가야 해요. 아미카롤라 폭포를 제대로 마주치려면 425 계단을 다시 걸어내려 가야 한다는 거지요. 계단을 내려가는 중간쯤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집니다. 참기 힘든 격정 같은 빗줄기 속에서도 마주치는 사람들은 해맑게 웃어요. 조심조심 내려가라는 배려 같은 선물이었구나~
주립공원 아미카롤라폭포를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차를 공원 입구에 두고 걸어 오르는 길과 폭포를 만나러 가는 계단 입구까지 차로 쭈욱 오르는 아주 쉬운 길이에요. 그래선지 오르던 산길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폭포입구부터는 계단참이 그야말로 러시아워예요.
425 계단을 내려가 마주친 아미카롤라는 썰매 타고 하강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외침소리가, 아들을 일으켜 세우던 아버지의 유쾌한 음표가 신나게 쏟아져내리네요. 물바람 타고 이리저리 후둑이던 물방울들이 내 몸에 닿을 때마다 아~오~ 떠다니고 사람들 입꼬리마다 옮겨 다니다가 급기야 합동댄스로 모두가 흥겨워요.
내 온몸에 닿았던 굴러 떨어져 내린 물들을 산길에 두고 왔어요. 뜨거운 화창이 작렬할 날, 내가 두고 온 물들이 하늘에서 얼마큼이나 빛나고 있을지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