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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니 Jun 28. 2023

잠꼬대

밤 사이의 위로

  아이들은 잠을 자며 잠꼬대를 잘한다. 물론 어른들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날 느꼈던 감정들을 드러낼 때가 많다. 아기일 때에는 배냇짓이라고 하여 미소나 우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가 하면 젖 빠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아이가 커갈수록 잠꼬대는 다양해진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한다.


  아직 잠들지 않은 나는 아이의 잠꼬대를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아이들이 많이 혼난 날은 자면서 울거나 속상함에 투정하는 소리를 낸다. 어떤 날은 눈물까지 흘리며 대성통곡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낮에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 싶어 안쓰럽게 아이를 바라보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잠꼬대하며 속상한 마음으로 끙끙거리던 아이가 엄마의 토닥거리는 손길 몇 번 만으로 금세 평온해진다. 그리고 쌔근쌔근 깊은 잠에 든다.




  우리는 살면서 그런 토닥거림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있는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삶이란 이렇게 외로운 것인가 싶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도 잠꼬대를 하면서 받아보았을지 모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끙끙거리며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누군가 다가와 나를 가만히 토닥거려 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이제야 간신히 쉬려 하는데 꾸고 싶지 않은 꿈이 다시 나타나 나를 괴롭히면 나는 그 꿈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누가 나에게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했겠지 싶다. 어둡고 추운 밤 동안의 꿈은 생생히 기억나지만 그 꿈이 너무 무서워 그 옆에 있던 누군가의 위로를 잊은 걸 수도 있다.


  항상 나를 지켜보며 내가 눈을 감고 신음을 하면 토닥거려 주는 누군가 내 곁에 있어왔다. 그것은 나의 부모님이었을 수도, 친구와 동료였을 수도 있으며, 배우자와 나의 아이들이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어느 날 나를 보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던 이름 모르는 어떤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토닥임을 계속 받고 있기에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나의 낮시간 동안은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밤이 되어도 그들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애정 어린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나의 의미 없는 웃음에 함께 미소 짓고, 나의 흐느낌에 조용히 눈물을 닦아주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그들이 있기에 나는 다시 깊은 잠을 자고 힘을 내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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