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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크 Feb 29. 2024

[막간 ‘발품’ 팁(3)]

오스트리아 카페 사용법 '질문하고 답을 찾다'

여행의 묘미는 어설픔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언어와 문화는 물론이고 지하철 개찰구 이용하는 법이나 식당에서 직원을 부르는 방법 등 그들에게는 익숙한 룰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니 충분히 그럴만합니다.

 

 초보 여행자 시절엔 그 ‘어설픔’에 좌절하고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설픔’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즐기는 방법, ‘질문’이었습니다.


 여행객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바로 질문할 수 있는 용기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모르는 건 당연하고, 모를 땐 물어보는 게 맞다고도 여겼습니다.


 어설픔을 극복하는 과정, 질문하고 답을 찾는 것. 이번 커피여행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일부’ 카페를 찾아다니며 익숙하지 않은 장면, 상황에 당혹감을 느낄 때면, 질문을 던져 답을 찾은 경험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누군가의 여행에 ‘어설픔’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커피 시키면 한 잔은 공짜”


 퀴즈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 속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일단 사진 속 커피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왼쪽부터 아인슈페너, 마리 테레지아 커피 그리고 비엔나 멜랑즈와 에스프레소. 카페도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약속이라도 하듯 똑같은 형태로 제공되는 게 커피나 디저트 말고 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물 잔과 그 위에 엎어놓은 커피 스푼. 이런 풍경은 세월을 담은 오스트리아 커피하우스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들었습니다.

 카페 뮤지엄의 웨이터는, “비엔나에 있는 카페는 커피와 함께 물을 제공한다. 커피를 마시거나 디저트, 음식을 먹기 전 입을 헹굴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비엔나커피하우스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합니다.


 좀 더 정보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에 따르면 이는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오스트리아 커피하우스 문화입니다. 놀랍게도 처음 한 잔의 물은 ‘물’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게 아닙니다. 고객이 커피를 젓고 난 뒤 커피 스푼을 놔야 했고 그 장소를 찾던 중 물 한 컵이 낙점된 것뿐입니다.


 그러던 물 한 컵에 의미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커피하우스 주인들이 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의 품질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 같은 문화는 1873년 빈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Weltausstellung 1873 Wien)에 맞춰 제1비엔나 알프스 샘물 수도가 개통되면서 확산됐습니다. 박람회는 1873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던 빈 중심부에 있는 링슈트라세 내 프라터 공원에서 개최됐습니다.


  이후 커피 한 잔에 물 한 잔을 제공하는 것은 깨끗하고 맑은 샘물을 사용해 음식과 음료를 준비한다는 의미가 됐습니다.

  카페 센트럴은 다른 의미에서 물을 제공하는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물 한잔은 미각을 중화시켜 음식과 커피의 맛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물 잔 위  ‘거꾸로 된’ 커피 스푼은 그 물이 신선하다는 걸 나타내는 것이고요. 이를 카페 센트럴은 한 마디로 응축해 표현합니다. “합스부르크의 옛 예절!”


“오스트리아 ‘일부’ 카페의 메뉴판 보는 법”


 퀴즈 하나 더 내겠습니다. 오스트리아 커피하우스에 가면 메뉴판 속 음식명과 가격 옆에 작은 알파벳이 적혀 있습니다. “‘ACG’라고 쓰여 있다면, 이건 어떻게 해석할까요.”


 사실 이 작은 알파벳엔 고객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메뉴를 선택할 때 고객의 취향,  상황을 고려하는 배려입니다. 퀴즈에서 제시한 ‘ACG’는 ‘글루텐’’계란’’우유’가 포함돼 있다는 뜻입니다.

오스트리아 커피하우스의 메뉴판엔 숨겨진 정보가 있다.

  카제인이나 글루텐 알러지가 있다면 ‘A’나 ‘G’가 들어간 메뉴는 피하는 게 좋겠죠. 여기에 채식주의자도 베지테리언(Vegetarian) 비건(Vegan) 등으로 세분화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 정보를 알려줍니다. 약어의 의미(아래)도 상세히 알려주는데, 빈의 ‘일부’ 카페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커피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이 역시 학습이 필요합니다. 물론 직원 추천에 맡기는 편한 방법도 있지만, 알고 마신다면 좀 더 그 맛을 잘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빈 카페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커피 종류를 설명해 주고 있어 정리해 봤습니다.


모카(Mokka)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해 우유와 설탕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 에스프레소

클라이너 슈바르처 또는 클라이너 모카(Kleiner Schwarzer/kleiner Mokka)

   작은 잔에 담긴 리틀 블랙 또는 싱글 모카. 에스프레소 싱글

그로저 슈바르처 또는 그로저 모카(Großer Schwarzer 또는 großer Mokka)

   큰 잔에 담긴 더블 모카. 에스프레소 더블 또는 도피오

클라이너 브라우너(Kleiner Brauner)

   작은 잔에 우유나 크림을 넣은 작은 갈색이란 뜻의 심플 모카

그로저 브라우너(Großer Brauner)

   큰 잔에 우유나 크림을 곁들인 더블 모카

아인슈페너(Einspänner)

   유리잔에 커피와 함께 휘핑크림이 듬뿍 담긴 작은 모카, 말 한 필이 끄는 마차의 운전사란 뜻의 단어를 붙인 커피.

피아커(Fiaker)

   설탕이 든 유리잔에 더블 모카와 브랜디의 일종인 슬리보비츠나 럼주 한 잔 첨가. 피아커는 말 네 필이 끄는 영업용 마차의 마부.

헤페를카페(Häferlkaffee)

   손잡이가 있는 큰 잔을 뜻하는 머그(Häferl)에 커피를 약간 넣은 우유와 우유 거품을 올린 음료, 라테 마키아토와 비슷.

멜랑즈(Melange)

   혼합물을 의미하는 멜랑즈는 커피 반, 우유 반

비엔나 멜랑즈(Wiener Melange)

   우유 거품을 곁들인 멜랑즈

페를렝게르터(Verlängerter)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더한 커피. 전 세계적으로 아메리카노라는 단어를 사용.


 경험을 더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오스트리아에선 커피를 마시다가 취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피아커(Fiaker)처럼 럼이나 브랜디를 섞는 커피들이 꽤 있습니다. 맛을 더해 이름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여제이자 신성로마제국 황후인 마리아 테레지아가 즐겨 마셔 이름 붙여진 '마리아 테레지아 커피'는 더블 에스프레소에 오렌지 리큐어, 설탕 가루와 크림을 첨가해 화려한 모양이 자랑입니다.

 모차르트 커피는 더블 에스프레소에 모차르트 리큐어를 첨가했고요.


 마차를 끄는 사람이라는 뜻의 아인슈패너 커피는 그 유래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부들이 마차 위에서 커피를 흘리지 않고 마실 수 있도록 두껍게 크림을 올려 만들면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제 빈과 잘츠부르크 할슈타트를 이동하며 경험한 오스트리아 '일부' 카페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인 듯합니다.


 삶의 재미를 잃었을 때 떠난 여행길에서 만난 오스트리아의 '일부' 카페는 위로가 됐습니다. 이야기가 있고 사람들이 있으며 커피와 디저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니 어느새 한국에 두고 온 고민마저 잊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커피의 매력, 카페와 커피하우스의 매력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나누고 싶은 말.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이래도 저래도… 커피 하우스로’


 빈의 카페 센트럴 출입구에 피규어로 앉아 있는 오스트리아 작가 피터 알텐베르그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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