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詩] 화요일 오후에 보내드리는 김용택 님과 나태주 님의 시 세 편
구월의 세 번째 화요일입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 편안한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내일이 지나면 또 다시 각자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텐데요. 사랑하는 가족을 정든 고향을 떠나오는 길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죠.
시가 있는 화요일 브런치 [책담詩]는 시인 김용택 님의 1편과 나태주 님의 시 2편을 담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소원을 빌던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는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로 출발합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추석 성묘길에 엄마 묘지 위에서 우리를 비쳐준 해무리가 생각나는, 소중한 가족에게 전하는 나태주 시인의 <꽃 피는 전화>와 <멀리서 빈다>입니다.
꽃 피는 전화
-나태주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좋아요
아믄, 아믄요
그냥 거기 계신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그러엄, 그러믄요
오늘은 전화를 다 주셨군요
배꽃 필 때 배꽃 보러
멀리 한 번 길 떠나겠습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한동안은 다시 전화기 너머로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매일 봐도 또 보고 싶고 언제 만나도 늘 반가운 존재,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가족과 남은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오늘 밤 둥근 보름달에 소원도 잊지 마세요. 화요일에 보내드리는 브런치 [책담詩]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