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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Sep 17. 2024

안녕, 그리운 이에게 보내는 시

[책담詩] 화요일 오후에 보내드리는 김용택 님과 나태주 님의 시 세 편 


구월의 세 번째 화요일입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 편안한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내일이 지나면 또 다시 각자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텐데요. 사랑하는 가족을 정든 고향을 떠나오는 길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죠.    

  

시가 있는 화요일 브런치 [책담詩]는 시인 김용택 님의 1편과 나태주 님의 시 2편을 담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소원을 빌던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는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로 출발합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추석 성묘길에 엄마 묘지 위에서 우리를 비쳐준 해무리가 생각나는, 소중한 가족에게 전하는 나태주 시인의 <꽃 피는 전화>와 <멀리서 빈다>입니다.    

  

꽃 피는 전화

-나태주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좋아요     

아믄, 아믄요

그냥 거기 계신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그러엄, 그러믄요

오늘은 전화를 다 주셨군요     

배꽃 필 때 배꽃 보러

멀리 한 번 길 떠나겠습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한동안은 다시 전화기 너머로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매일 봐도 또 보고 싶고 언제 만나도 늘 반가운 존재,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가족과 남은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오늘 밤 둥근 보름달에 소원도 잊지 마세요. 화요일에 보내드리는 브런치 [책담詩]였습니다.


by eunjoo[엄마가 비쳐준 해무리, 시가 있는 회요일 브런치 연재[책담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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