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詩]화요일 오후에 보내드리는 헤르만 헤세와 킴벌리 커버거의 시
시월의 첫날입니다.
9월이 끝나고 10월이 시작되는 한 주, 가는 날을 미련 없이 보내고 오는 날을 알차게 맞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월의 문을 여는 첫 번째 화요일 브런치 [책담詩]는 헤르만 헤세의 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과 킴벌리 커버거의 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보내드립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헤르만 헤세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휴일로 시작하는 시월은 연휴가 긴 만큼 세운 계획들도 많이 있을 듯한데요. 유행하는 MBTI 분석에 의하면, 계획형을 뜻하는 J에 해당하는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은 계획은 세우라고 있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밀린 과제와 집안일을 보면서 한숨과 들숨만 내 쉬고 있는데요. 인생이 계획대로만 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것 역시 세상을 살아가는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캠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대해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보이는 삶과 보여주는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찰떡같은 시는 없을 듯한데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시간을 좀 더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데 쓰고,
남들이 평가하는 모습이 아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순간이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이제 본격적인 가을 하늘이 펼쳐질 텐데요.
사무실 창밖으로 비치는 가을 햇볕에 이끌려 반차도 써 보고, 덜 고민하고 더 여유로운 시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화요일에 보내드리는 브런치 [책담詩]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