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詩] 화요일 아침에 보내드리는 이근대 시인의 감성시 두 편
시가 있는 구월의 마지막 화요일입니다.
저희 집 마당에 꽤 오래된 벚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가을에 웬 벚나무 이야기를 할까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연두 빛 여린 이파리가 나온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순간 초록 잎으로 변하더니 이제 갈색 낙엽이 되어 떨어지네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김없이 벚나무를 심어 놓은 그리운 얼굴이 떠올라서 웃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요. 그 시간이 지나면 마음에 고요한 평화가 찾아옵니다. 웃음과 눈물만큼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방법도 없을 텐데요.
시가 있는 화요일 브런치 [책담詩]는 감성시인 이근대 시인의 에세이 ≪너를 만나고, 나를 알았다≫(마음서재, 2020)에 수록된 웃음과 눈물에 관한 감성시 두 편을 보내드립니다.
웃어도 웃어도
이근대
그냥 웃자.
슬퍼도 웃고
속상해도 웃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고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웃자.
웃음이 나를 지켜줄 것이고
웃음이 내 인생을 따뜻하게 보듬을 것이다.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마음껏 웃자.
소중한 내 인생, 눈물로 채우지 말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면
슬픔이 커지기 전에 그냥 울어버리자.
웃자.
마냥 웃자.
외로워도 웃고
마음에 비가 내려도 웃자.
빗방울 속에서도 피는 꽃잎처럼 웃고
봄바람에 너울거리는 풀잎처럼 웃자.
웃음만큼 좋은 보약은 없고
웃음만큼 인생을 보살펴주는 손길도 없다.
누구나 한 번쯤 넘어지고
눈물 흘리는 게 인생 아니던가!
웃어도 웃어도
아픔이 작아지지 않으면
가슴에 쌓인 아픈 사연을 울음으로 털어버리자.
눈물이 난다는 건
이근대
나도 가끔 운다.
가끔씩 울어줘야 마음이 깊어지고
가끔씩 울어줘야 생각도 맑아진다.
하늘을 보라.
구름을 몰아내면서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져야 하늘이 높아지고
빗방울이 어둠을 씻어줘야 별빛도 찬란하지 않던가.
너무 많은 것을 마음에 가두려 하지 말고
너무 깊은 생각에 몰두하려 하지 마라.
눈물이 난다는 건
아직도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이고
아직도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나도 가끔 운다.
울면서 마음의 무게를 줄이고
울면서 삶의 자세를 바꾼다.
계곡을 보라.
울면서 계곡을 비워줘야 물도 썩지 않고
맑게 울어줘야 청명한 가을 하늘이
계곡에 내려와 놀지 않던가?
너무 많은 것을 담아두지 말고
너무 오래 담아두지 마라.
눈물이 난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고
그만큼 마음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울어도 웃을 때처럼 엔도르핀이 생성된다고 합니다. 기쁘면 웃음이 터지듯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겠죠.
구월의 마지막 화요일, 오늘은 웃음과 눈물로 쌓인 감정을 팍팍 날려 버리고, 상쾌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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