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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다정한 눈 내리는 날, 윤동주 시 두 편 감상

[책담詩]화요일에 보내드리는 윤동주 님의 <눈>과 <반딧불>  

by eunjoo Mar 18. 2025


지난밤부터 시작된 눈이 아침까지 쉬지 않고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꽃눈을 틔우고 있는 나뭇가지에도 소복이 눈이 쌓였는데요. 


3월에 내린 봄눈이기 때문일까요. 꽃눈이 추울세라 포근히 감싸주는 것 마냥 정겨운 모습입니다.


화요일에 보내드리는 [책담詩], 오늘 시는 ≪매일 예쁜 시 한 편≫(가위바위보, 2024)에 들어있는 윤동주 시인의 시 두 편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과 시가 지닌 함축미가 잘 드러나는 작품들입니다.  

          

윤동주

[p.18, 매일 예쁜 시 한 편, 가위바위보, 2024]     


지난밤에

눈이 소 ― 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엄혹한 시대에 태어나, 스물여덟이란 아주 짧은 생을 살다간 윤동주 시인. 그의 작품에는 민족의 아픔과 조국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고뇌가 깊이 녹아있는데요.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시 <눈>은 눈 오는 날의 풍경이 따스하고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반딧불

윤동주

[p.22, 매일 예쁜 시 한 편, 가위바위보, 2024]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윤동주 시인은 중국 길림성 명동촌에서 태어나고 생의 절반을 그곳에서 보냈는데요. 명동촌은 북간도 이주사에 한 획을 긋는 곳으로, 우리 민족이 집단 이주해서 세운 한인 마을입니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자연 경관이 아름다웠다고 하는데요. 일제 강점기의 암흑 속에서 밝은 희망을 노래한 시 <반딧불> 또한 그곳의 자연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이틀 후면 춘분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을 뿐 아니라 추위와 더위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같은 양으로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이맘때는 다소 가파른 산길도 땀을 흘리지 않고 오를 수 있어 기분이 더 상쾌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나들이 삼아 종로구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에 들러보시면 어떨까요? 카페 별뜨락에서 차 한 잔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시인의 언덕에 올라 문학과 계절의 만남을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3월 셋째 주 화요일 <책담詩>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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