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독수리 오형제가 있다

브런치 연재 에세이 <삶은 계란이다> 2화

by eunjoo


모처럼 콩이와 에버랜드행.


딸과 에버랜드로 1박 2일 겨울 여행을 떠났다.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아서 봄날처럼 포근하고 상쾌했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에버랜드의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바오 가족을 만나러 가는 일정이었다. 오픈 런이 장난 아니라는 내 말에 딸내미가 숙소에서 판다월드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아줬다. 딸내미와 함께 예행연습까지 마쳤다.


첫날 저녁은 놀이동산에 온 기념으로 치킨을 배달해서 먹기로 했다.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을 하나씩 시켰다. 후라이드 치킨은 내 취향을 고려해 딸내미가 추천한 메뉴였다. 매콤한 맛이 감도는 바싹하게 잘 튀겨진 치킨 맛은 최고였다. 덕분에 기분 좋은 저녁이었다. 다음날은 사전 답사 덕분에 그토록 보고 싶던 바오 가족을 1열에서 직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럭키비키한 겨울 여행이었다.


참 복이 많은 사람.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 같다. 지금 나에게 가족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형제자매는 남동생이 한 명, 자녀는 딸내미 한 명이 전부다. 집안 어르신들도 이런저런 연유로 유명을 달리하시고 둘째 이모 한 분만 곁에 계신다. 이모는 몇 해 전 거실에서 넘어진 후로 거동이 불편해진데다 해가 갈수록 나이 드는 것이 느껴져 안타깝다. 할 수 있는 한 이모와 추억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은 우리 가족에게 찰떡같이 어울리는 말이다. 비록 소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부족함 없는 사랑과 배려를 나눈다. 삼십대 중반에 인생이 뒤집힐 만한 사기를 당했다. 설상가상 투병 중이었던 엄마마저 세상을 떠났다. 삶을 지속하기 힘든 엄청난 고통과 태산 같은 슬픔을 맞닥뜨렸다. 그때에도 일당백을 하는 가족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독수리 패밀리.


어느덧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할수록 고마움이 넘쳐흐른다. 그 시간들을 무사히 건너 지금을 살 수 있는 힘을 내게 준 가족들. 그들이 바로 내 인생의 히어로다.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처럼 우리 가족은 서로를 지켜주는 독수리들이다.


인생훈으로 삼는 가족에 관한 명언이 있다. 넬슨 만델라와 더불어 남아프리카 흑인 인권에 앞장 선 데즈먼드 투투 주교가 남긴 말이다. “우리는 가족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가족은 신이 준 선물이며 우리 역시 가족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데즈먼드 투투, Desmond Tutu)


by eunjoo [브런치 연재 에세이, 삶은 계란이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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