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후회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아
유럽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그동안은 여러 이유로 미뤄왔다.
그래서 4학년에 올라가는 겨울방학 THU(Technische Hochschule Ulm) AI 교육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했을 때도 막연한 기대와 조금의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사실 내가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진 건, 한 번도 교환핵생 경험이 없어서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국내에서 듣는 이론 위주의 수업이 익숙했지만, 한 번쯤은 유럽식 교육이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 체감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코로나로 대학 생활 중 제대로 된 교환학생을 경험하지 못한 것도 내심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엔 꼭 가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고, 그렇게 독일 울름(Ulm)으로 향하게 되었다.
독일에 도착한 첫 주는 모든 게 낯설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솔직한 사람들, 그리고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실무적인 교육.
4주간 진행된 AI 수업은 정말 실습 그 자체였다.
이론 설명은 짧고, 그보다 중요한 건 ‘직접 해보는 것’이었다.
코드를 짜고, 모델을 구현하고, 팀을 나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처음엔 당황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방식이 더 몰입이 잘 됐다.
2인 1조로 1시간 수업 후 실습을 비로 했는데 “두 개의 눈보다 4개의 눈이 더 낫다”하고 하시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확실히 방식이 정말 한국과 달랐다. 실습, 협업에
대해 정말 강조했다. 그리고 시간에 엄격하고 수업에 쉬는 시간도 없다..
마지막 주에는 해커톤이 있었다. 단순히 코딩만 하는 행사가 아니라, 스크럼 방식의 프로젝트 관리법을 처음부터 배워가며 진행해야 했다. 일정 체크, 역할 분담, 피드백… 회사에서 실제로 쓰는 방식을 학교에서 경험해본 건 처음이었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역할에 강한지’, ‘어떻게 소통하면 효율적인지’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이후에 독일 인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프로젝트 매니징에 관심이 있는 나로써는 이렇게 스크럼, 매니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 자체가 너무 흥미롭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교육이 끝난 주말엔 스위스로 떠났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채울 수 있었다. 초콜릿 박물관, 풍경, 캡슐호텔 등등!
사실 처음 계획은 그저 유명한 알프스를 보는 것, 그게 다였다. 그런데 기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우연히 현지인들만 간다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됐다.
말도 통하지 않았고, 길도 제대로 모른 채 걷다가 도착한 곳.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관광객 하나 없이 조용한 산속, 푸르고 깊은 숲, 바람 소리만 들리는 들판. 그 안에서 나는 혼자였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알게 됐다.
“나는 이렇게 광활한 자연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구나.
미술관보다 풍경이 좋고, 화려한 도시보다 자연의 색을 좋아하고, 사람 많은 곳보단 조용하게 걷는 길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문득, 그런 순간을 진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느낀 이 평온함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
물론 주말에 친구들과 뮌헨도 가고 너무나도 다른 거리를 본것들 모두 다 너무 좋은 기억이다.
돌아와 보니, 이 한 달은 단순한 교환학생 이상의 의미로 남아 있었다.
그저 AI 수업을 들은 것도 아니고, 그저 여행을 한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배우고, 새로운 환경에서 나를 관찰한 시간.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선택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된 시간이었다.
지금도 나는 영어 회화를 공부 중이다.
앞으로 해외에서 일하거나, 다시 한번 유럽에서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이제는 예전처럼 두렵지 않을 것 같다.
한 번 해봤기 때문에. 그리고 해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번도 안 해보고 지나치기엔,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경험은 우리를 크게 흔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두려움보다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선택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