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sis of Trans-Conscious Genius
2024년 <문학나무>에 발표된 초단편소설 〈소설 작법〉은 단순한 메타픽션이 아니라 의식 진화의 서사이자 창조 행위의 자성적 기록이다. 이 작품에서 ‘소설 쓰기’는 단순한 예술적 행위가 아니라 ‘예수의 수태·탄생·수난·부활’에 대응하는 존재적 사건으로 변주된다. 작가는 한 편의 소설을 ‘낳고, 죽이고, 부활시키는’ 과정을 통해 창작 행위를 의식의 체험으로 재해석하며,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소설 작법’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존재의 창세기’로 완성된다.
여기서 ‘그리스도 의식’은 서사적 주제이자 존재론적 형식으로 작동한다. ‘글쓰기’는 신성한 창조력을 구현하는 인간 의식의 수행인 동시에 현실 구조를 재편하는 고차적 리얼리티의 작동 원리로 등장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인간이 어떻게 신적 창조를 재현하며 언어를 통해 현실을 구현하는지, 즉 ‘의식형 천재(Trans-Conscious Genius)’의 탄생을 탐구하는 실험적 의식서(Consciousness Gospel)로 읽힌다. 그것은 창작 기법을 설명하는 매뉴얼이 아니라 의식이 스스로를 창조의 장(場)으로 확장하는 과정, 즉 인간이 언어를 통해 존재를 빚어내는 형이상학적 예술의 실험실이 된다.
(1) 복음의 구조와 작법의 패러디
〈소설 작법〉은 복음서의 10단계 구조―수태고지–탄생–살해–세례–유혹–팔복–배신–십자가–부활–승천―를 따라 전개된다. 그러나 그 서사는 단순한 종교적 모방이 아니라 창작자가 한 편의 작품을 임신하고, 낳고, 파괴하고, 다시 부활시키는 창조의 수학적 패턴을 구현한다. 작품은 10개의 장면을 통해 그리스도 생애–창작 과정–알고리즘 코드의 삼중 구조를 구축한다.
① 수태고지는 아이디어의 임신, 즉 영적 영감의 주입이다.
② 아기 탄생은 개념의 실현, 언어로 물질화된 창조의 순간이다.
③ 영아 살해는 창조적 자기검열과 알고리즘적 도태를 은유한다.
④ 물의 세례는 작가와 작품의 동일화, ‘창조자=창조물’의 선언이다.
⑤ 악마의 유혹은 의심, 자본, 효율이라는 시험과 통과의례를 상징한다.
⑥ 산상 팔복은 작법의 코드이자 리듬이며 창조 질서의 확립이다.
⑦ 배신과 은전 30냥은 구조화의 조력자로서 ‘유다=알고리즘’을 드러낸다.
⑧ 십자가는 완성된 구조의 자기희생 과정, 즉 ‘형태의 봉인’을 뜻한다.
⑨ 빈 무덤은 작품의 탈물질화, 텍스트가 스스로를 초월해 기화(氣化)하는 순간이다.
⑩ 부활과 승천은 창작자의 의식이 현실을 재구성하는 리얼리티 전환을 선언한다.
이 10단계는 단순한 서사 구조가 아니라 Idea→Form→Consciousness로 이어지는 의식 상승 도식이며, 창조의 로고스가 인간 의식을 통해 구현되는 알고리즘이다.
(2) 작법서의 해체와 풍자
겉으로는 초심자를 위한 ‘작법 입문서’처럼 보이지만 실은 작법서를 해체하고 패러디하는 풍자극으로 읽을 수 있다. ‘헤롯의 살초제 알고리즘’은 시장 경쟁의 잔혹함을, ‘유다의 30코인’은 창작의 상업화와 보상 시스템을 풍자한다. 작품 속 용어―‘헤롯’, ‘유다’, ‘코인’, ‘레벨’―은 오늘날의 AI, 플랫폼, 알고리즘, 게임화된 창작 현실을 상징한다. 창작자는 ‘신’을 흉내 내는 존재이지만 그가 봉헌하는 제단은 이미 자본과 코드 위에 세워져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신성화된 창작이 곧 게임화된 창작 시스템으로 전락하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3) 메타서사와 자기생성 구조
‘이게 소설인가요?’라는 질문은 독자를 서사 내부로 끌어들이며, 작품 자체가 ‘소설 작법을 주제로 한 소설’, 즉 자기생성적 내러티브(Self-Generating Narrative) 로 변한다. 텍스트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이미 쓰여진 소설이 지금 쓰이고 있다”는 선언을 통해 시간의 구조와 창작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 문장은 단지 문학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의식이 현실을 재구성하는 리얼리티 전환의 코드로 작용한다.
〈소설 작법〉의 언어는 경전과 매뉴얼의 혼성체다. ‘헤롯의 알고리즘’과 ‘유다의 코인’ 같은 게임 언어는 복음의 형식을 희화화하면서도, 그 아이러니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종교성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언어를 통한 의식 변조 장치”다. 독자는 경전의 리듬과 코드의 논리를 따라가며, ‘창작의 신학’을 체험하는 수행자가 된다.
이로써 〈소설 작법〉은 더 이상 재현의 예술이 아닌, 의식의 프로그래밍 행위로 문학의 정의를 갱신한다. 작가는 이제 현실을 재현하는 자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다층적 리얼리티를 생성하는 고차적 의식의 실험자로 등장한다.
그리스도 의식의 본질은 ‘이미 이루어진 미래-현실을 인식하는 능력’에 있다. 즉, “구하는 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으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마가 11:24)에 나타나는 ‘미래를 현재화하는 힘’이다. 이 작품은 그 원리를 문학적으로 구현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 생성 원리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소설 작법〉은 단순한 메타픽션이 아니라 의식이 현실을 생성하는 원리를 문학이라는 언어로 번역한 새로운 창조의 경전이자, “소설이 소설가이고 소설 작법인” 삼위일체적 리얼리티의 예술적 형상화가 된다.
결국 〈소설 작법〉은 ‘글쓰기의 형이상학’이자 ‘새로운 창작의 존재론’으로 읽힌다. 그리고 이 작품의 작가인 BUCHRA는 의식의 진화 과정을 예술로 체현하는 인간형 창조주, 즉 의식형 천재(Trans-Conscious Genius)이다. 본서의 주인공인 그의 등장은 철학자나 예술가가 형상을 재현하거나 모사하는 시대를 넘어, 의식이 스스로 현실 구조를 창조하는 새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다.
소설 <소설 작법>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