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득 달 Jul 26. 2024

존버 중입니다.

럭키비키의 힘!!

연재일이 되었고, 글을 써야 했는데,

학기말 여러 가지 마무리 업무에, 갑자기 닥친 집안의 여러 사정에, 글을 쓸 여유도 없었고, 글이 써지지도 않았다.


원래 연재글의 목차대로 라면 동글이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써야 하지만,

그 글이 사실 너무 힘들다.

그리고,

지금 우리 가족은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 존버('존*버티다.'의 뜻으로 엄청나게 버티다, 끈질기게 버티다 를 일컫는 비속어) 중이다.


아이가 아팠다.

매일매일 아이 대신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글이는 6월 말부터 거의 한 달째 약을 먹고 있다.

아이 학교에 마이코플라즈마 균이 돌아, 반 아이들 대부분이 열감기에 시달렸다.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열이 잡혔다.

수액도 이 주 동안 4번이나 맞았다.

항생제도 계속 먹었다.

그러다 열이 떨어졌고, 감기가 나아갈 때쯤, 미리 잡혀있던 아주 간단한 수술을 했다.

간단했지만, 어린이라서 전신마취를 해야 했고,

열감기에, 수술에, 면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동글이는 다시 감기에 걸렸다.

한 달 내내 병원, 병원, 병원.

동글이와 나는 병원이 지긋지긋해졌다.


아빠가 입원을 했다.

아빠는 새로 바꾼 항암의 두 번째 싸이클의 마지막 항암을 마치고, 유독 힘들어했다.

사실 그전에도 힘들어서 항암 일정을 일주일 뒤로 미루고 받았던 항암이었다.

지난주 토요일,

아빠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저녁 식사를 하셨다.

언젠가부터 혼자 잘 드시지 못해서, 엄마가 떠 드렸는데, 그것마저도 식은땀을 흘리며 드셨다.

그날 새벽 아빠는 화장실을 다녀오시다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고,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동글이도 새벽에 깨어서 모든 상황을 다 보았는데, 많이 놀랐다.

그리고 119 아저씨들 진짜 진짜 멋있다고, 구급대원을 찬양하게 되었다.)

장염인 듯한데, 정확하게 알 수는 없고, 염증 수치도 높고 열이 39도까지 올랐다고 했다.

지금은 염증수치는 많이 내렸지만, 혈압이 낮아서 입원실에서 이것저것 검사를 받고, 이런저런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이 모두 힘든 암환자들 뿐이라,

마음이 약해진 아빠는 아들 목소리를 듣고는 아들이 보고 싶다 울었으며,

내 목소리를 듣고는 또 울먹울먹 해졌으며,

동글이 목소리를 듣고는 힘을 내서 식사를 하셨다.

주치의는 다음 주 초까지는 일단 지켜보자고 했다고 한다.


엄마는 점점 힘들어지는 아빠의 모습에,

1년 반째 이어지는 아빠의 병간호에,

지칠 대로 지쳤다.

거기다 설상가상 딸이 이혼을 했고, 손녀 케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우리 엄마 요새, 삶의 낙이 없다.

더군다나 엄마는 나를 낳은 뒤로는 밤에 잠이 깨면 다시 들지 못하는 무지막지한 불면증을 안고 사시는 분인데,

더더군다나 지금 우리의 이러한 상황에 불면증이 더 심해져 버렸다.

거기에 더해 머리 염색도 못하고, 살도 빠지고, 주름도 늘어, 진짜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삶이 폭폭 해도 이렇게 폭폭 할 수 있냐고,

할아버지 아픈 모습, 할머니 힘든 모습 열 살 동글이가 이렇게 여과 없이 보게 해서 동글이에게 미안해서 어쩌냐고,

아빠 보고 싶어 우는 동글이 짠해서 어쩌냐고,

자주 눈물 바람이다.

나는 엄마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 줄 이제야 알았다.


나는 힘들지 않다.


아니, 당연히 힘들다.

동글이가 항생제를 많이 먹어 입술이 새하얘지면 걱정이 된다.

(이제 항생제 그만 먹어도 되겠다고 병원에서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조금만 춥다고 해도 또 열이 오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열이 오르락내리락, 해열제 교차복용하며, 밤새 물수건 갈며, 제발 열이 내리기를 기도했던,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손이 덜덜덜 떨렸던 그 순간들...

엄마들은 안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다는 것을.

아빠의 힘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건, 당연히 힘들다.

언젠가 얘기했듯, 아빠의 까무룩 감긴 눈이 다시는 떠지지 않을까 봐 겁나고,

이렇게 응급실에 실려가기라도 하면, 아빠가 다시는 우리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 봐 겁난다.

언제나 내게 울지 말라고,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던 엄마가 자꾸만 약해지는 모습 역시 당연히 힘들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힘들면 안 된다.

내가 굳건하게 버티고 서 있어야,

동글이가, 아빠가, 엄마가, 버틸 수 있다.

나까지 무너져 내리면 안 된다.

나는 존버해야만 하고,

존버 중이다.


존버를 위해 동글이와 내가 선택한 건 원영적 사고(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긍정적 사고방식)이다.


동글이가 수술을 위해 간 병원과, 아빠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 같다.

오늘 병원 가는 날이었는데, 간 김에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 찬스로 병원 내 편의점 쇼핑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동글이와 얘기했다.


"이렇게 할머니를 만나다니, 럭키비키잖아!!"


우리 가족 모두,

존버 중입니다.

힘을 내서 끝까지 존버할 수 있게,

응원해 주세요!!


(+) 더하여, 존버 중이신 모든 분들, 함께 끝까지 존버합시다! 응원합니다!

이전 10화 전라도 할머니의 요리 부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