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쏟아서 빨갛게 달아오른 단풍잎과 노랗게 질려버린 은행잎을 번갈아 보면서 아내와 나란히 서있다.
그는 문득 나뭇가지를 바라본다.
힘겹게 땅에 떨어지기 싫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잎자루가 보인다. 안쓰럽게 생각하는 그이다.
모르는 것인가 이미 활동이 멈추어 색이 변하였음을
얇디얇은 손목으로 의미 없이 힘들게 왜 부여잡고 있는지
잎을 놓아버리면 거센 바람과 의미 없는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될 일임을
그는 잎자루를 떼어 버린다.
아내는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이 싫어하는 계절이 곧 다가왔음을 알리는 단풍을 보며 예쁘다고 좋아한다.
땅에 떨어진 단풍잎을 지르밟아보면서 가을의 소리도 들어보고 떨어진 잎을 주워서 장난도 처보인다.
그렇게 그와 아내는 단풍을 보며 올해의 가을도 추억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는 옆에서 때 묻지 않는 미소를 보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내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전하며 생각해본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준 잎자루 덕분에 사람들이 가을숲을 찾아오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