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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Mar 25. 2024

서평 사례

- 문학, 비문학, 청소년, 아동,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

5. 그림책

『임금님 엄지척』(이은혜, 이신혜 글/그림, 이루리북스, 2023)


이 책은 우선 그림도 글자도 시원시원한 크기여서 시력이 나쁜 아이나 노안인 어르신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면지부터 책 내용을 시작하고 있어서 일반도서의 프롤로그 역할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자매이신 이은혜, 이신혜 두 작가님과 모수진님이 협업하여 탄생한 디자인이겠지요.

북극곰출판사의 편집장이시기도한 이루리 작가님께서 이번 그림책을 출간한 이루리북스의 편집도 맡아주셨으니 더욱 뜻깊다 하겠습니다.


이 책의 임금님은 언뜻 '벌거벗은 임금님'을 연상시키지만 신하들을 절대 복종시키는 통솔력이 넘치는 걸 보면 분명 벌거벗은 임금님과는 다른 면모를 보입니다.

본문의 첫 장면과 대사는 "당연히 임금님께서 제일 멋지십니다요!" 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임금님의 끊임없는 물음이 이어집니다. 아~이렇게 끊임없이 터무니없는 질문에 어느 신하가 자신의 목숨이나 직을 걸고 쉽게 바른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법에 의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 시대이지만 임금님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대에는 왕의 말이 곧 '법'이었으니 임금의 말을 거역하는 순간 목숨이 날아가기도 했으니 함부로 바른 말을 하기 힘들었겠지요.

어느 날 임금님은 또 힘자랑을 하려고 격파 쇼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실제 벽돌을 격파하는 대신 몰래 숨겨 온 분필을 꺼내 벽돌 사이에 놓고 부러뜨리는 자작극을 펼칩니다. 잠시 딩황하던 신하들은 임금님이 노하실까 바로 또 임금님에게 '엄지 척' 손을 들어 격찬을 합니다. 이에 기분이 흡족해진 임금님은 "여봐라! 음식을 대령하라!"고 명하지요. 말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만큼 가득 차려진 수라상을 다 비우고는 소화시키러 산책을 가자고 가뜩이나 굶주려 힘든 신하들을 이끌고 갑니다. 이쯤되니 신하들 중에서 대놓고 "못 가겠다"는 신하도 있긴 하네요. 그래도 별 수 있나요? 우리의 가장인 신하들은 하는 수 없이 임금님의 행차에 동원되어 말을 타고 가는 임금님 뒤를 묵묵히 따르는 수밖에요.

그러던 중 폭식을 했으니 당연히 배 속이 편할리가 없죠. 하다하다 임금님은 노상 배변까지 하고 맙니다. 소음과 냄새를 견디는 것도 신하의 역할인가 봅니다. 정말 신하의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 없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자기의 똥까지 신하들에게 보라고 강요하는 임금님! 정말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다음 장에서 갑자기 등장한 호랑이!

그것도 모르고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신하들에게 버럭 화를 내며 "왜 멋진 똥을 보고도 멋지다고 말을 못하는 것이냐? 우리 엄마는 맨날 잘했다고 했단 말이다!!!" 라고 소리치는 임금님. 그러면서 내지른 주먹 한 방! 퍽!!

이게 웬일? 임금님의 일격에 그대로 쓰러진 호랑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던 임금님은 그제서야 36계 줄행랑을 친다. 이에 뒤따르던 신하들은 일제히 "임금님~~멋져요~~최고예요!" 라며 진짜 쌍엄지척을 날립니다.

그러나 역시 우리의 어설프지만 사랑스런 임금님은 왕좌 옆에 웅크리고 벌벌 떠는 모습으로 "힝! 호랑이 너무 무서웠어. 흑흑흑..." 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은혜 작가님께서 제 SNS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 오셨고, 친히 사인본 책을 증정해주시겠다며 서평을 부탁하셨다. 작가님께 개별적으로 서평의뢰를 받다니...너무 영광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받은 도서에는 이은혜, 이신혜 두 분 자매 공저자님의 개성만점 정성스런 사인이 되어 있어 너무 기뻤다. 그간 내가 숱한 밤을 잠까지 설치며 치열하게 쓴 글들을 좋게 봐주시고 나름 인정해주신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이 책은 사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지만 다분히 정치적인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이 있다. 임금님 즉, 현시대에 적응해보자면 '바람직한 통치자는 어떤 모습일까' 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신하들의 감언이설에 속고 무한충성을 강요하는 일그러진 영웅보다는 신하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호랑이'로 표현된 외세에 철저히 대비하는 내유외강형 통치자가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본 서평은 이은혜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https://m.blog.naver.com/aimer96/223166164465


*그림책 서평의 경우, 본문은 경어체를 사용하여 그림책의 주요 독자인 유아들을 둔 부모들에게도 거부감이 없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서평자의 견해를 나타내는 부분은 문어체를 사용하여 그림책에 대한 해석을 덧붙인다. 이로써 그림책이 단순히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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