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저는 올해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제가 교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매년 헤어짐을 경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감정이 익숙해지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올해도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시끌벅적했던 교실이 공기마저 사라진 듯 텅 빈 느낌이 들어 마음이 헛헛해졌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세상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회자정리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어떤 예외도 없이 정해져 있는 아이들과의 이별은 직업으로서 교사의 좋은 점이라고도 볼 수 있고 아쉬운 점이라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5학년 담임이었기 때문에 저희 반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의 말년병장 6학년이 될 예정입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잔소리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아래 학년이 아님을 강조하고, 진급할 다음 학년을 확인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는 모든 학년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1학년 친구들에게는 '너희는 이제 유치원 아가가 아니다. 이제 곧 2학년이 될 사람들이다.'라고 잔소리를 하는 겁니다. 이걸 저희 5학년에게 적용하면 '너네 이제 6학년이야. 학교에서 제일 큰 형님들이 이러면 어떻게 하냐?'가 됩니다.
아이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잔소리지만 제 나름의 진심이 담겨있습니다. 다음 학년에 가서 지금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자꾸 앞선 걱정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전까지도 아이들에게 6학년, 나아가서는 중학교 생활까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진급을 지켜보는 교사들만 애가 타고 막상 진급 당사자인 아이들은 아주 차분했습니다. 6학년이 될 자신에게 쓰는 한마디에도 학업과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성숙함이 느껴져 놀랐습니다. 1년 생활을 돌아보는 다른 글에서도 자기 자신을 '성장했다.'라고 표현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이 참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나는 과연 성장했는가? 더 나은 사람이 됐는가?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을 했습니다.
나를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어느 누구의 시선도 기준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오는 2024년도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는 해가 되길 응원해 봅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뜨겁게 사랑한 우리들 이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