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이프라인 Jun 14. 2023

뭘 하고 있는 거지?

3. 초등학생은 왜 무너지는가? -1

 “공부가 힘들어요.”


 “공부는 당연히 힘든 거 아냐?”


 학생들에게 어른들과의 이런 대화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 맨날 힘든 거 없냐고 물어보고 공부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항상 똑같은 말이다. 공부는 당연히 힘든 거야, 너 때는 다 그래 등. 어른들은 하다 보면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공부를 즐겨야 한다고 하는데 도통 학생들은 공부를 즐길 줄 모르겠다.



 ‘앉으면 수학, 앉으면 영어. 앉으면 해야 하는 워크시트들. 엄마는 항상 나에게 무언가 할 것을 가져다줘요. 공부와 공부 사이 쉬는 시간만이 나의 진짜 인생 전부 같아요.’     


 하지만 엄마가 보기에 초등학교 공부가 뭐가 어려운지 모르다.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마음만 먹고 하면 금방 끝는데. 그리고 공부는 지금 해둬야 나중에 편해지. 나중에 다 언제 하려고 해? 래도 다하면 자유시간도 많이 주고 부모랑 놀러 가고 여행하다양한 경험 하면서 지내잖아.’

    



 “오늘 놀 수 있어? 나 오늘 학원 안 간다! 이제 OO 학원 가지 말래.”


 “좋겠다.”


 하교 길에 친구의 학원 끊었다는 말이 부럽게 느껴지려는 순간,


 “근데 엄마가 담달부터 OOO 학원 가래. 거기 가게 돼서 끊은 거야. 며칠 동안 자유다.”


 OOO 학원, 거기 제 엄청 많은데 너도 나랑 같구나. 학원 안 간다고 해서 멀어지려는 마음이 변해 바로 다시 동질감이 느껴진다. 어릴 때 엄마는 나보고 잘한다고 했는데 언제까지 학원 다녀야 하는 걸까? 우리는 학원 안 가고 놀 수만은 없는 걸까?     


 “어차피 학원 안 가면 할 것도 없잖아. 다른 애들도 다 학원 다니고. 놀이터에서 노는 애들. 어릴 때는 등·하원 때문에 걱정했는데 이제 좀 커서 학원 혼자 니면 엄마 아빠도 안심이 되고 거기 친구들도 많이 다니니까 친구들도 가서 만나고…. 그리고 좋은 학원은 나중에 들어가려면 힘들어. 처음에 들어가야 나중에 안 옮겨도 되고. 나중에 옮기려면 또다시 그 학원에 맞춰야 하니까….”


 학생들은 하나뿐인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며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다니며 배우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못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느 순간 둘러보면 나보다 잘하는 것 같은 애들이 있다. 휴대전화 배경 화면으로 해 둔 화려한 스타. 별로 나이 차별로 안 나는데 너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나이라서 친근하게 느껴지다가도 예쁜 얼굴, 화려한 퍼포먼스, 버는 돈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돈도 번다니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학생들은 항상 어렵다. 본인도 본인을 잘 모르는데 항상 주위에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그것을 잘하는 건지 소질이 있는 건지 그것이 올바른 인생의 방향인지 알지 못하는데 그냥 하라니 하는 수밖에.


 ‘나도 ㅇㅇ만큼, ㅇㅇ보다 잘하고 싶어. 그런데 항상 나보다 잘하는 누군가가 있어. 하아,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다음 글 : https://brunch.co.kr/@ar80811517/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