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아이 똥을 닦고 토를 치웠다.
1. 초등 교사는 왜...
나는 너의 아이가 바지에 똥을 쌌을 때
혹시라도 주위에 있는 친구가 알아채고 놀릴까 봐
안색이 안 좋고 아파 보인다며
얼른 보건실에 가야 한다고 했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보건실이 아닌 교직원 화장실에서
나는 너에게 조심스레 알리고
못 오는 너 대신 너의 아이를 닦아주었다.
나는 너의 아이가 교실 바닥에 토를 했을 때
어느 누구도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고
홀로 토를 치웠다.
사랑이 아닌 포용으로
모두를 물리고
나 홀로 네 아이의 토를 치웠다.
냄새난다고 코를 막으며
너의 아이를 무안하게 만드는 아이를
오히려 구박하며
모두가 실수할 수 있다고
친구의 실수를 이해하는 멋진 사람이 되자고
그렇게 너의 아이를 내가 길렀다.
이제 너는 우리의 목을 조르며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원하고 있구나.
한 번도 보지 않고 한 번도 듣지 않은 네가
오히려 더 잘 안다며 나를 업신여기는구나.
그렇게 우리는 떠나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서로 가슴에 사랑과 책임을 묻고.
이제 우리는 이별을 해야 할 때인가 보다.
다시는 영영 보지 못하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부모로 너의 아이를 키웠듯
나 역시 교사로 너의 아이를
온 힘 다해 키웠다는 것을.
원제는 '똥을 싸고 토를 해도 괜찮아요.'였습니다. 1학년 담임 때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가볍고 편하게 웃으며 쓰고 싶었지만 쓸 수가 없네요. 써지지가 않습니다...
+) 똥 싼 아이는 남자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