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육청이 참여한 며칠 전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등장했다. 그 학생의 행동을 보고
"교사 정말 힘들겠다."
"물리적 제재가 필요하다."
"인권 이야기하는 사람들 어디 갔냐?"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어떻게 저런 학생이 있을까,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한 여러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 방송의 목적은 올바른육아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방송의 목적으로 인해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 발작이 일어나면 온 학교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모든 세상 사회를 향해 분노하듯이온갖 언어의 욕을 해댔다. 1층부터 4층까지 학교의 모든 이가 그 소리를 들었다. 교감 선생님은 겁에 질린 얼굴로 교무실에서 올라와 복도 끝에서 나와 학생을 멀찍이서 바라보셨다.
나는 하루에 1,2번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발버둥 치며 온갖 욕을 해대는 그 녀석의 양팔을 잡아 질질 끌다시피 특수교실로 데리고 갔다.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10여분 이상 사투를 벌여야 했다. '안 내려갈 거야!'를 외치며 내려가는 것을 버티다가 갑자기 계단 아래로 점프하려는 그 녀석에게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특수아동 담당교사는 그가 그럴 때마다 모든 특수아동을 제치고 달려와 그를 먼저 진정시켜야 했다. 특수교실에 도착하여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특수교사의 엄청난 인내심과 헌신으로 그가 완전히 진정한 후에 나 홀로 다시 교실로 올라오면 그 시간 수업시간은 이미 절반이 흘러있었다. 난 기진맥진 한 채로 가만히 서 있거나 의자에 털썩 앉아있었고, 아이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교과서 내용을 간신히 살펴볼 뿐이었다. -
몇 년 전에 쓴 일기 비슷한 기록이다.
이미 이전부터 학교에는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하고 있었다. 매년 한 해를 시작하기 전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담임을 누가 맡을지 귀추가 주목됐다. '독박 육아'라는 말이 있듯 담임이 되면 한 해는 오롯이 그 교사가 독박을 써야 했다. 교실에서 매번 벌어지는 상황, 학부모들에게 해야 하는 연락,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도와주거나 대신해 줄 수 없는 업무, 업무, 업무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교사들이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쓰러졌다.
학생들은 착했다.
필통을 던져 안에 필기구가 바닥에 흩어지면 다 같이 주워주고 부주의한 행동으로 물을 쏟아도 치우는 것을 서로 도와주었다. 욕을 하면 '욕하면 안 돼'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때리려고 하면 친구 때리지 말라고 말리려 들었다. 심지어 난리가 나 수업에 방해되어 분리가 필요했던 때에도 교사에게 그 학생이 괜찮은지 물어보고 그로 인한 수업 결손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특수교사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끝없는 회의와 의논을 반복했지만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교육지원청에 학급 내 학생 이해 프로그램을 요청하여 2학기에 운영 및 지원받는 것이 전부였다.
교사가 학생과의 관계를 노력할 수는 있지만 학생을 고를 수는 없다. 부모는 가정의 상황으로 학교에 학생을 보내지 않을 수 있지만 교사는 학생을 가정에 돌려보낼 수 없다. 그리고 돌려보낼 수 없는 학교의 교실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반을 고를 수 없었던, 학생의 친구들도 있다.
방송에 나온 학급은 한 학급이지만 우리나라 모든 사람은 초등학교를 다니거나 다녔다. 모두에게 알려진 가해 학생은 소수이지만 학교에 교사와 피해 보는 학생들은 그보다 훨씬 많다.
교사는 결국 쓰러질 것이다. 다치고 상처 난 곳에 약을 바르고 휴식을 취한 뒤에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다시 교실로 돌아올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학생들은 쓰러지지 않는다. 다만묵묵히 이 상황을 견디어 낼 뿐이다. 교사도, 부모도, 그 누구도 그들의 희생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이들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줄까. 이들의감정은 누가 알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