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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Jul 19. 2023

금쪽이는 그냥 커피야. T.O.P는...

4. 초등학교는 왜 무너지는가? -4

 경기도 교육청이 참여한 며칠 전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등장했다. 그 학생의 행동을 보고


 "교사 정말 힘들겠다."


 "물리적 제재가 필요하다."


 "인권 이야기하는 사람들 어디 갔냐?"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어떻게 저런 학생이 있을까,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한 여러 사람들이 있겠지만  방송의 목적은 올바른 육아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방송의 목적으로 인해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 발작이 일어나면 온 학교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모든 세상 사회를 향 분노하듯이 온갖 언어의 욕을 해댔다. 1층부터 4층까지 학교의 모든 이가 그 소리를 들었다. 교감 선생님은 겁에 질린 얼굴로 교무실에서 올라와 복도 끝에서 나와 학생을 멀찍이서 바라보셨다.


 나는 하루에 1,2번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발버둥 치며 온갖 욕을 해대는 그 녀석의 양팔을 잡아 질질 끌다시피 특수교실로 데리고 갔다.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10여분 이상 사투를 벌여야 했다. '안 내려갈 거야!'를 외치며 내려가는 것을 버티다가 갑자기 계단 아래로 점프하려는 그 녀석에게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특수아동 담당교사는 그가 그럴 때마다 모든 특수아동을 제치고 달려와 그를 먼저 진정시켜야 했다. 특수교실에 도착하여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특수교사의 엄청난 인내심과 헌신으로 그가 완전히 진정한 후에 나 홀로 다시 교실로 올라오면 그 시간 수업시간은 이미 절반이 흘러있었다. 난 기진맥진 한 채로 가만히 서 있거나 의자에 털썩 앉아있었고, 아이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교과서 내용을 간신히 살펴볼 뿐이었다. -




 몇 년 전에 쓴 일기 비슷한 기록이다.


 이미 이전부터 학교에는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하고 있었다. 매년 한 해를 시작하기 전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담임을 누가 맡을지 귀추가 주목됐다. '독박 육아'라는 말이 있듯 담임이 되면 한 해는 오롯이 그 교사가 독박을 써야 했다. 교실에서 매번 벌어지는 상황, 학부모들에게 해야 하는 연락,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도와주거나 대신해 줄 수 없는 업무, 업무, 업무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교사들이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쓰러졌다.


 학생들은 착했다.


 필통을 던져 안에 필기구가 바닥에 흩어지면 다 같이 주워주고 부주의한 행동으로 물을 쏟아도 치우는 것을 서로 도와주었다. 욕을 하면 '욕하면 안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때리려고 하면 친구 때리지 말라고 말리려 들었다. 심지어 난리가 나 수업에 방해되어 분리가 필요했던 때에도 교사에게 그 학생이 괜찮은지 물어보고 그로 인한 수업 결손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특수교사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끝없는 회의와 의논을 반복했지만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교육지원청에 학급  학생 이해 프로그램을 요청하여 2학기에 운영 및 지원받는 것이 전부였다.




https://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388063

 교사가 학생과의 관계를 노력할 수는 있지만 학생을 고를 수는 없다. 부모는 가정의 상황으로 학교에 학생을 보내지 않을 수 있지만 교사는 학생을 가정에 돌려보낼 수 없다. 그리고 돌려보낼 수 없는 학교의 교실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반을 고를 수 없었던, 학생의 친구들도 있다.  


 방송에 나온 학급은 한 학급이지만 우리나라 모든 사람은 초등학교를 다니거나 다녔다. 모두에게 알려진 가해 학생은 소수이지만 학교에 교사와 피해 보는 학생들은 그보다 훨씬 많다.




 교사는 결국 쓰러질 것이다. 다치고 상처 난 곳에 약을 바르고 휴식을 취한 뒤에 힘을 고 용기를 내어 다시 교실로 돌아올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


 학생들은 쓰러지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이 상황을 견디어 낼 뿐이다. 교사도, 부모도, 그 누구도 그들의 희생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이들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줄까. 이들의 감정은 누가 알아줄까.


 당신의 카메라는 누구를 보고 있을까.



 처음 글 : https://brunch.co.kr/@ar808115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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