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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Jul 26. 2023

서이초 초등 교사가 남기고 간 첫 번째

세상에 진짜 필요한 것.


 공개된 일기장의 첫 줄을 보고 너무 슬펐습니다.


 제법 오랜만에 펜을 잡는다고 썼네요, 저 어린 교사가.


 어떤 일이 있었기에, 무슨 이유로 펜을 못 잡았을까요.


 아마 많은 작가님들은 저 문장이 쓰이는 클리셰를 아실 겁니다. 예상되는 결말 있으시죠...


 작가님들은 어떤 이유로 펜을 놓았다가 오랜만에 펜을 잡으시나요?


 하는 일이 잘되어 바빠서? 즐거운 일이 쉴 새 없이 일어나 쓸 시간이 없어서?


 위와 같은 이유라면 진심으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루하루 삶이 너무 즐거워 서로 행복을 나누고 전달하고 전파하여 세상 모두가 행복에 감염되어 있다면 글을 쓰지 않아도 얼마나 좋을까요...




  현재 나이스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네, 서이초 선생님 같은 업무니다. 이 업무는 쉽게 말해 학교 시스템 고객센터 역할입니다.


 "고객센터죠? 이거 왜 안 돼요?"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고객님?"

 "여기 이 메뉴에서 저장 버튼 누르면 입력 후에 저장되어야 하는데 저장이 안 돼요."

 "그게요..."


 안타깝지만 우리는 안내자일 뿐 개발자가 아닙니다. 왜 안 되는지는 모릅니다. 개발자가 안 되는 유를 알아내 고쳐야겠지요. 문제는 아무도 개발자 연락처를 모르고 담당 교사 한 명이 학교의 모든 문의를 받는 안내자였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시스템이 학기 중간에 대대적으로 뀌면서 위로는 관리자, 선배교사부터 제일 아래 신규교사까지 담당자에게 다들 하나하나 물어봤을 테니 얼마나 고단 했겠습니까. 제 추측에 젊은 교사 안 되는 이유를, 언제쯤 될지를 열심히 알아보았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안됩니다. 기다려보세요. 시스템이 불안정합니다. 한글 파일로 다 백업해 놓으세요."


 같은 시기 이게 제 대답이었습니다. 제가 똑똑해서가 아닙니다.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애써봐야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교사 주위에는 이 방법을 알려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르는 일을 선배교사에게 물어보면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제는 학교 업무 종류갈수록 늘어나 선배교사들도 새로운 업무, 처음 맡아보는 업무는 모릅니다.


https://m.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7095


 이 업무의 다른 허점은 사가 맡는 업무 중에 A등급 업무라는 겁니다. 모두가 기피하지만 S등급이 아니라 아도 어려운 업무라고 인정받지 못합니다. 다들 기왕이같은 등급 중에서도 쉬운 업무를 맡고 싶어 합니다. 설사 낮은 등급의 쉬운 업무를 맡는다고 해도 월급이 깎이지 않습니다, 얼마 안 되는 성과급을 덜 받을 뿐입니다.


 인정받지도, 돈을 더 주지도 않는 업무를 먼저 겠다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관리자에게 부탁을 받았고 저 말고는 못 할 거라 생각해 맡게 되었습니다.(자신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예전에 해 본 경험이 있었을 뿐입니다.) 저는 폭탄처리반이거든요. 저는 최대한 현장에서 여러 경험을 쌓아 다른 교사들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정년까지 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몇몇의 선배교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그 학교에서 근무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몇 번 해보았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후배 교사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어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어린 후배가 남기고 난 숙제, 오직 한 각도에서만 바라보고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내 의견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아집 속에 그냥 묻혀 버리고 나중에 또 반복될 것 같은 현실이 더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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