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타인벡 <에덴의 동쪽>
웃음은 사랑니처럼 나중에 오는 거야. 죽음과 격렬한 싸움을 벌인 후에야 비로소 자신을 향해 웃을 수 있지(주).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습니다.
"착하다."
제게 '착하다'는 말은 '순진하다', '어리석다', '세상 물정 모른다', 좀 심하게는 '재수 없다'와 동의어입니다.
제 인상은 좋은 편입니다. 남에게 해를 끼칠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호감을 주는 외모인 것 같습니다. 대체로 얼굴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고, 되도록 자주 웃으려고 노력하는지 '웃는 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일 수 있지만, 저 자신에게는 꽤 스트레스를 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예 대놓고 웃지 말라고 하면서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하긴, 실없이 웃으면 사람이 가벼워 보이는 면도 있으니, 최근 들어서는 웃는 횟수를 좀 줄여보려고 노력합니다.
남이야 뭐라 하든, 눈치 볼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만은 아닙니다.
존 스타인벡의 말처럼,
인생과 치열하게 싸운 후, 마지막에 저 자신을 향해 크게 웃고 싶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매일 운동장을 20바퀴씩 뛰면서 항상 듣던 노래가 있습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OST 중 '돌덩이'라는 곡입니다.
하현우 씨의 깔끔하면서 단단하고도 힘 있는 목소리, 그리고 강렬한 드럼 비트가 매우 인상적인 곡인데, 그 가사가 가슴을 울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vP7Nk8sQBk
Hit me harder Make me strong
그저 정해진 대로 따르라고, 그게 현명하게 사는 거라고
쥐 죽은 듯이 살라는 말, 같잖은 말 누굴 위한 삶인가
뜨겁게 지져봐 절대 꼼짝 않고 나는 버텨낼 테니까
거세게 때려봐 니 손만 다칠 테니까
나를 봐 이야이야~
끄떡없어 우워어~
쓰러지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를 뿐야
난 말야 이야이야~
똑똑히 봐 우워어~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감당할 수 없게 벅찬 이 세상, 유독 내게만 더 모진 이 세상
모두가 나를 돌아섰고 비웃었고 아픔이 곧 나였지
시들고 저무는 그런 세상 이치에 날 가두려 하지 마
틀려도 괜찮아 이 삶은 내가 사니까
나를 봐 이야이야~
끄떡없어 우워어~
쓰러지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를 뿐야
난 말야 이야이야~
똑똑히 봐 우워어~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
오직 하나뿐인 나의 길
내 전부를 내걸고서~ Hey
걸어가 이야이야~
계속해서 우워어~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 거야
언젠가 이야이야~
이 길 끝에 서서
나도 한 번 크게 한 번
목이 터져라 울 수 있을 때까지
'언젠가 이 길 끝에 서서 나도 한 번 크게 한 번 목이 터져라 울 수 있을 때까지.'
이 부분에 이르면 쌓였던 감동에 눈물이 터지고, 청승맞게 '꺼억꺼억' 거리며 달립니다.
그래, 나도 한번 해보자!
될 때까지 해 보고 마지막에 크게 한 번 웃어 보자!
그렇게 다짐하면서 3년을 뛰었고, 바닥까지 무너져 내렸던 자존감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습니다.
매일 해야 할 것을 루틴으로 정해놓고 꾸준히.
목표를 이루었을 때 크게 한번 목이 터져라 웃기 위해서.
--------------------------------------------------------------------------------------------------------------
주) 존 스타인벡, <에덴의 동쪽>, 2019, 민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