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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Jan 22. 2024

배를 쉽게 만드는 방법

생떽쥐뻬리,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 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라(주).


야~! 어떻게 하면 이렇게 멋진 말을 할 수 있지!!?

흠흠..나도 비슷하게는 말할 수 있겠다.

'비행기를 만들고 싶으면...그들에게 끝없는 하늘('창공'이 더 나을까?)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라.'

'에라이~!'


나는 언제쯤 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소리를 하려면 이름 있는 누군가의 문장을 가져와서, 거기에 내 말을 살짝 얹어서 해야 한다.

그래야 뭐가 좀 있어 보이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인생 문구를 나의 글 속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거장들의 글 속에도 이전 선배들의 주옥같은 문구들이 녹아있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경복궁 향원정(출처 : pixabay)

이 구절은 생떽쥐뻬리가 한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한 말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그의 글을 보고 발견한 구절이 아니기 때문인데,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봐도 그의 책 어디에 이런 구절이 나오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 문구를 인용한 분의 글을 소개할까 한다. 이 구절은 문화유산 답사의 대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 : 인생도처 유상수』에 실려 있다.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제대로 공부를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8개월 정도 집중해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접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읽은 적이 있지만, 그의 깊이 있는 사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무르익지 않았는지 금방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간절함에 이끌려 스스로 책을 찾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의 문장들이 읽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어 달 동안 매달려 국내편 10권을 모두 읽었다. 그러자 마음속에 커다란 열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이 분처럼 문화유산 답사를 다녀오고 싶다.'

모르긴 해도, 아마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문화유산 답사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두 달에 걸친 '나만의 문화유산 답사'가 시작되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에 소개된 부여 '무량사'

[브런치북] 마실 좀 나갔다 오겠습니다 1 (brunch.co.kr)

[브런치북] 마실 좀 나갔다 오겠습니다 2 (brunch.co.kr)


유홍준 교수의 바람은 그의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성공이다.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으니. 문화유산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이르게 하기 위해,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문화유산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나는 사업에 관한 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작은 공동체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리더가 품고 있는 꿈을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공유하고 같은 열망을 가지고 일하게 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 넓은 바다에 나가야 하니 '배를 만들어라! 나무를 베고 다듬어라! 연장을 준비하고 못질해라!'라고 말을 안 해도, 그들이 알아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배를 뚝딱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간절한 그리움에 자기가 나가고 싶으니까.


나에게도 그런 그리움을 불러일으켜준 고마운 스승이 계신다. 그분을 통해 나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었고, 그분의 가르침을 받으며 나는 성장해 왔다. 비록 지금은 함께 하고 있지 않지만, 그때 배운 것들이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새로운 꿈을 꾸고,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들 또한 그가 불러일으킨 그리움을 좇아 모여든 사람들이다. 모임의 열기는 뜨겁다. 왜냐하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간절한 그리움에 사로잡혀 꿈을 좇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가 만들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무와 연장과 못을 준비하여 배를 만들어 나간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지금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걸음마를 하고 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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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 2011,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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