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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Feb 08. 2024

성숙한 사람의 공부법

최립 <성숙을 바라는 이에게>

“쉽게 성숙하려는 자는 높은 곳으로 가려하지 않고 낮은 곳을 향하며, 굳이 먼 곳을 향하지 않고 가까운 곳으로 가기를 기약한다. 이렇게 해서 작은 성취를 이룬다 한들 볼만한 점이 있겠는가. 끝내 성숙하지 못하는 자는 넓게 공부하느라 끊을 줄 모르며, 하나만 깊이 파느라 나올 줄 모르니, 어려서부터 공부해도 백발이 되도록 어지러워 남들과 다를 것이 없다. 그 문제점을 말하자면 넓게 공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끊을 줄 모르는 것이 문제이고, 하나만 깊이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올 줄 모르는 것이 문제이다(주 1).”


최립(1539~1612)은 당시 조선에서는 상당한 차별을 받았던 개성 출신의 사람이었고, 게다가 서자였습니다(주 2). 하지만 그는 출신을 극복하고 당대 명문장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 문장은 김정후의 『원학록』을 읽고 쓴 글 가운데 들어있는 문장입니다.


최립은 김정후의 문장을 두고 "경계를 헤아릴 수 없다."라고 하면서 극찬하였는데, 이 글을 통해 앞길이 구만리 같은 후배에게 주의해야 할 두 가지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쉽게 성숙하려고 하는 것이고, 둘째는 끝내 성숙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늘 답답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그리고 사람은 왜 그렇게 생겨먹은 것인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과학, 철학, 문학, 종교, 역사, 동양 고전, 서양 고전,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 서적 등 다양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대학 교수님들을 초청해서 강의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명쾌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유는 뻔합니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으니까.'

잡다한 지식과 정보는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르나, 저 깊은 심해까지 이르는 깊은 통찰과 지혜는 얻지 못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최소 30권, 많으면 50권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지식을 얻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는 그것을 '빅뱅'이라고 표현합니다. 수많은 독서의 방법이 있지만, 지금의 저는 그저 좋은 책을 찾아 내용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힘을 쏟고, 배우고 실천해야 할 것을 찾아내어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조위는 '학문의 효과는 변화를 귀하게 여긴다. 오늘 한 권의 책을 읽고도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고, 내일 한 권의 책을 읽고서도 또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많이 읽은들 무엇하겠는가(주 3)?'라고 하였고,

공자는 '공부(실천)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위태롭다(주 4).'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책을 찾아 깊이 공부하고, 그 깊은 곳에 있는 이치를 터득하여 삶으로 실천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최립이 말한 깊이 공부하는 방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좁고 깊게만 읽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넓게도 읽으라고 합니다. 편협한 시각을 갖지 않도록, 될 수 있으면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읽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그래서 분야별로 양서를 잘 선택하여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좁고 깊게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고, 넓게 공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끊을 줄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다.

'넓고 깊이 공부하되 적절한 선에서 매듭지을 줄 알아야 성숙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성숙한 사람이란,

잡다하게 늘어놓는 지식보다는 하나로 꿰뚫을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

남들보다 심오한 무엇을 아는 척, 많은 지식을 가진 척 뽐내기보다는, 남들이 보지 않아도 삶으로 드러나도록 실천하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주 1, 3, 4) 조식 외, <한국 산문선 3>, 2017, 민음사

주 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aks.ac.kr)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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